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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총장, 누가 미쳤나


입력 2005.10.14 17:35 수정 2005.10.15 09:16       

"한심한 일이지만 미치지 않은 쪽은 강정구 교수 뿐인 것 같다"

강정구 교수 논란 및 천정배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권 지휘문제와 관련한 글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이론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사회는 개인의 내적 영역에 간섭할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으며, 개인들 상호간의 문제를 포함하는 사회적 문제에 관해서도 오직 조건부의 권리만 가지고 있다. 후자의 경우, 사회에 지침이 되는 원칙은 공리(公利)의 원리 혹은 최대 행복의 원리이다. 사회는 오직 최대 다수의 최대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하는 한에 있어서만 행동을 취하여야 한다. 개인들 문제에 대한 사회의 개입이 이 원칙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는 개인들 위에 군림할 어떠한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

강 교수 논란을 되짚어 올라가보면 공리주의 철학에 맥이 닿아있다. 좌우파 모두 자유를 말할 때 공리주의를 차용한다. 그 까닭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에는 권리와 사실판단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론적 모호성 때문이다.

강 교수 발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구속여부는 권리나 규범의 차원도 있지만 사실 판단의 차원도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 이론에 의하면 구속여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천 장관의 주장은 사실 판단과 타인의 이익(interest)이란 관점에서 달리 생각되어질 수 있다.

검찰은 권리와 규범의 문제를 취급하고 동시에 사실 판단을 하는 사법기관이다. 그래서 어느 문제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되며 권리와 사실 판단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일을 검찰은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천 장관의 검찰 수사권 지휘는 강 교수의 권리, 즉 인권을 언급하면서 불구속 수사방침을 검찰총장에 하달하였다. 천 장관은 "검찰은 인권옹호 기관으로서 이 같은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강 교수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구속사유를 충족했다고 단정키 어렵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권리란 한면만 보면 법에 근거한 천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검찰의 수사는 권리의 문제만으로 그 내용을 채우지 못한다. 검찰 수사는 피의자의 불법, 위법 행위 사실을 판단하는 것도 검찰의 고유의 영역에 속한다.

권리와 사실 판단의 충돌이 발생할 때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는 헌법에 규정하는 헌법에 명시한 기본권 제한 조항 (헌법 제37조)과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타인의 이익침해 여부를 따져보면 알 것이다.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는 내면의 자유이다. 그러나 그 양심이나 사상이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면 법의 판단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은 내면의 자유이기에 사법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 사람을 치려는 의도로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거나 실제로 때린다면 그 행위는 내면의 자유가 더 이상 되지 않는다. 이 경우는 사실행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법판단의 대상이 된다. 이것을 헌법 제 37조의 내용이다.

그리고 내면의 자유에서 나온 행동이 타인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여부가 사실 판단의 기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때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에서 강 교수의 친북 발언은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강 교수의 발언으로 타인들이 어떤 이익의 침해가 있었는가를 제시할 수 있다면 검찰은 권리보다는 사실 판단에 따라서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강 교수 구속 여부에 있어서 권리가 항상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는 사실 판단에 종속 되어 진다.

천 장관의 검찰 독립성 침해는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판단의 문제이다. 천 장관은 검찰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인권이라는 권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독립성 침해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법무장관의 검찰수사 지휘권 행사가 검찰의 사실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며 검찰총장이 불구속 수사 지시에 순응한다는 것은 사실 판단을 고의로 왜곡해야 한다는 말과 같아진다.

정치 장관에 머슴 검찰총장의 만남이 이루어 진다면 강정구 교수 충격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니까 지나가는 장관들마다 툭 한번씩 건드린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 때도 그랬고, 정치장관인 천 장관도 강교수 불구속 처리 수사 지시를 내리고 있다.

정부여당 정치인들이 천방지축 더 날뛰고 설치고 다니면서 정치가 검찰의 사실 판단에 영향을 줄려고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과 문희상 의장은 강 교수의 사법처리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조선노동당의 당 대 당 교류, 협력을 제안한다면서 여당은 남한에서 민심을 잃어 버리자 북한에 가서 민심을 얻으려 한다.

민주주의로 사회주의 이상 실현을 꿈꾸는 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미친 것이다. 세상이 미치다 보니 미친 세상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도 제정신을 잃고 있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다 보니 우리 사회에 도대체 미친 쪽은 어디인가 머리가 혼미해진다. 어떻게 보면, 한심한 일이지만 현 상황에서 미치지 않은 쪽은 강 교수뿐인 것 같다.

강 교수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실 판단을 해야 할 검찰에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린 정치장관이 미쳤던가, 아니면 불구속 수사 틀 속에서 사실 판단 왜곡을 해야 할 검찰이 미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이 미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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