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현대와 SK의 수원 경기에서 원정팀인 SK의 팬들이 3루쪽에서 경기 초반 응원 기싸움을 위해 열심히 외치자 1루쪽에 있던 현대 홈 팬이 점잖게 외친 말이었다.
그렇다. 현대 팬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무려 네 번이나 우승한 명문팀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흔히들 현대의 야구 스타일. 혹은 김재박 감독을 일컬어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라고 하지만, 프로에서 이기려는 노력을 뭐라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9번을 우승한 KIA의 전신인 해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은 엄연히 현대가 아닌가?
이 시대의 최고 명문팀. 하지만, 관중 동원면에 있어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비운의 강자’ 현대 유니콘스의 홈 구장인 수원 구장을 찾았다.
"우승은 아무나 하나!"-구단 버스에서도 우승에 대한 자부심은 묻어난다
외야에서 바라본 수원 구장
잠재적인 야구팬을 많이 보유한 수원
"분명히 수원은 축구 도시긴 하죠. 그래도 최근 들어 꾸준하게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찾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방에서 취재를 마치고 수원역까지 기차편으로 이동한 기자는 수원 역에서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에게 수원의 야구 열기에 대해서 물어봤다. 농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지인에게서 “수원 택시 기사들은 수원 종합운동장을 가자면 알지만, 수원 야구장을 가자고 하면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에서 10년 넘게 택시를 몰았다는 기사님의 말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수원 삼성이라는 축구 팀에 가려서 야구가 다소 관심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수원에도 타 지역 못지않은 야구팬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을 홈으로 쓸 때 ‘제 2 홈구장’이었던 수원 야구장에 제법 많은 팬들이 모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는 말인듯 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야구장에 팬들이 많지않은 걸까? 숨어있는 야구팬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다른 구장과는 달리 수원은 조명탑에도 플랭카드가 붙어있다
많지 않은 관중을 독려하는 응원단장의 열정
현대 쪽 덕아웃에 붙어있는 챔피언 앰블램
아담한 야구장을 가진 수원
택시에서 내려 맞이한 수원 야구장은 야구장 이외에도 여러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1998년 지은 경기장(총 수용 인원:14,465명)치고는 다소 낡은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특히나 이날 현대의 상대팀이 SK라서였을까? TV 중계로 봤을 때보다도 팬들이 더 작은 듯 했다. 대학생이면서 방학을 맞이해 검표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학생의 말로는 지난 번 KIA전에 비해서는 팬이 적은 것 같다는 귀뜸은 받기는 받았지만, 관중이 많지않아 아쉬웠다.
경기장을 들어서자 탁 트인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포수 뒤쪽에 가장 야구가 잘 보이는 특별 지정석을 비롯해 일반 지정석-내야석-외야석으로 나뉘는 좌석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수원 구장은 탁자와 좋은 의자가 비치된 지정석을 제외하고는 내-외야석의 경우는 의자나 여러 시설이 부실해보여 아쉬웠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아직까지 수원 팬들에 대한 야구의 홍보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수원 역에서 수원 야구장까지 결코 짧지않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수원 삼성의 경기를 알리는 플랭카드나 게시판은 많이 봤지만, 야구 일정을 알리는 플랭카드는 좀처럼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홍보를 하겠지만, 조금더 발로 뛰는 홍보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내야나 외야나 관중이 적어서 아쉽다
´K를 붙이는 사나이´-외야에서 열심히 현대를 응원하는 열성팬
희망은 있다! 결코 밝지않은 미래
모기업의 자금사정과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서울로의 입성을 포기하고, 수원에서의 정착을 선언한 현대 유니콘스.
지난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장 출마자와 KBO 수장의 ‘현대 연고지 부산 이전 검토’로 또다시 현대의 연고지가 도마에 올랐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물론, 현대 입장에서도 더 넓은 시장을 홈으로 쓰는게 왜 싫겠는가? 하지만, 수원 역시 다른 대도시 못지않은 인구를 갖고 있고, 야구와 같은 문화 시설을 누리려는 야구팬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눈 팔지말고, 수원에 정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이번에 수원 구장을 가면서 한 가지 돋보였던 것은 바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중-고등학생 무료 입장 이벤트였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생을 비롯. 어린이들과 학생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다.
지금 당장에 그들이 야구 광팬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은 야구 불모지로 불리는 수원에 희망의 씨앗은 분명 될 것이다. 하루 빨리 만원 관중으로 가득찰 수원 구장의 모습을 미리 그러본 것은 기자만의 욕심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