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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은 쇼, 그러나 ´거짓´은 아니다<2>


입력 2006.10.01 18:31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1970년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은 프로레슬링. 그러나 경기 전 승패가 결정 난 쇼라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대중의 외면 속에 종적을 감추었다. 프로레슬링 마니아로서 제2의 부흥을 앞당기고자 프로레슬링 예찬론을 쓴다.

현 세계 프로레슬링 엔터테인먼트(이하 WWE)의 특징은 명확한 선(善)역도 악(惡)역도 없다는 점이다. WWE는 챔피언 벨트라는 ´권력´을 놓고 세력 간의 치열한 다툼이 전개된다.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는 순간, 일개 프로레슬러는 WWE의 새 권력자로 등극한다.

가령 ‘WWE 슈퍼스타’ 트리플H 대 ‘집념의 사나이’ 크리스 벤와가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십 매치를 벌인다고 가정해보자. 혈투 도중 트리플H의 동맹군인 릭 플레이어와 랜디 오튼이 난입한다. 이들은 링 사이드를 점령한 채 벤와의 경기 진행을 방해한다.

그러자 트리플H의 앙숙 숀 마이클(현재는 두 선수의 사이 원만)이 등장해, 트리플H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숀의 도움으로 승리한 벤와는 권력의 상징인 챔피언 벨트를 치켜들며 포효한다.

그 순간 숀은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한다. 벤와를 향해 난데없이 자신의 특기인 ‘스윗친 뮤직’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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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친 뮤직’이란 발 구름을 통해서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뒤, 방심하고 있는 상대 선수의 턱을 향한 강한 옆차기 기술이다. 태권도의 옆차기와 유사한 형태.

쓰러진 벤와에 다가간 숀은 마이크를 통해 챔피언 벨트를 빼앗고, 자신의 야망을 드러낸다.

´곧 챔피언 벨트 주인공은 내가 될 것이다!´

챔피언 벨트라는 달콤한 권력을 놓고서 레슬러 간의 배신과 야합이 얽힌 가정의 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이야기 구성은 WWE 각본진에 의해 전개되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WWE의 매 회 이어지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지 않은 이상 프로레슬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급박히 전개되는 드라마의 한 회분을 놓치면 전체 줄거리 역시 난해해 지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처럼 일반인들에게 프로레슬링은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보다 나은 단계를 바라기 힘든 실정이다. 프로레슬링이 마니아의 전유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근거.

팬의 관점에서 바라본 프로레슬링의 또 다른 특징은 레슬러의 할리우드 액션(?).

한 예로 프로레슬링에서 시도되는 기술 중 관절 꺾기가 있다. 레슬러가 이를 실행함에 있어서는 절대 신중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감정이 실려서는 안 된다. 관절꺾기를 감행하는 선수가 자칫 힘의 세기 조절에 실패한다면, 기술을 받아들이는 입장의 프로레슬러는 골절의 중상을 입을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한 행위들이 숱하게 오고 가는 현장이 프로레슬링 사각 링 안이다.

반대로 관절 꺾기를 당하는 레슬러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연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실제 통증은 있다. 그러나 좀 더 리얼하게 아픔을 호소하는 레슬러는 관중과 시청자들에게서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을 선사한다. 실제 얻어맞고 ‘자연 통증’을 호소하는 것과 살짝 스치더라도 ‘능청스럽게’ 아픔을 호소하는 것은 엄연히 수준 차가 있다.

프로레슬러들은 이 같은 연기력에 능통하다. 드라마에서 연기자가 슬프지 않음에도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켜 눈물을 쏟아내는 것과 같은 수준의 뛰어난 연기력 말이다.

또 한 가지 예는 프로레슬러의 감정이 실린 마이크웍. 몸집이 육중한 프로레슬러들의 센스 있고 오밀조밀한 말솜씨는, 거친 숨소리가 난무하는 투박한 프로레슬링 세계를 보다 섬세한 곳으로 인도한다. 이는 프로레슬링단체의 스토리 각본진에 의한, 프로레슬러의 대사 소화력에 의해서다.

사실 인간은 배우의 말 한 마디에 동화될 만큼 감수성이 예민한 동물 아니던가. 프로레슬러들의 영화배우만큼의 상황 변화에 따른 적시적지 언어 구사는, 관중과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이에 능통했던 레슬러가 더 락(현 영화배우, TV 연기자). 애틀랜타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금메달리스트 커트 앵글(현 종합 격투기 진출 선언)의 거만함을 조롱하는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희열 그 자체였다.

WWE 회장 빈스 맥마흔의 기업논리(?)에 맞대응하는 ‘피고용주’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의 공격적 언변도 통쾌하기 그지없다.

실제 음주 운전사고 등의 시련을 딛고 메인이벤터급으로 성장했던 故에디 게레로. 게레로가 전 WWE 헤비웨이트급 챔피언 브록 레스너(현 종합 격투기 진출 선언)에게 도전장을 내밀 당시 언변 역시 인상 깊다.

잠시 두 레슬러의 맞대결 직전 대화를 엿보도록 할까.

브록 : "난 역사성 가장 위대한 영건 챔피언이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장본인이지. 난 너(에디)같은 녀석을 경멸해. 관중에게 동정심이나 얻으려고 하지. 너 때문에 나 같은 엘리트 출신 프로레슬러가 욕먹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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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 "본론만 말하겠어. 브록, 진실은 맞아. 내 인생은 그랬어. 굴곡의 연속이었지. 지난 3년 동안 잃은 건 레슬링, 가족, 나 자신의 영혼 황폐화였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난 새 인생을 되찾았다는 거야. 난 해냈고 지금 여기 WWE 사각 링 한가운데 내가 있어. 매일 기도한 덕분이지. 다시 링에 복귀해달라고, 가족에 존경받는 내가 되어 달라고 반복했어."

"자식들을 제대로 못 가르친 죄, 맛있는 음식 사주지 못한 죄, 예쁜 옷 사 입히지 못한 죄, 이제 다 갚아야 할 차례야. 브록, 너의 허리에 찬 챔피언 벨트 반드시 가져가겠어. 난 이제부터 승리에 중독되어 살 거야. 진정한 라티노 히트의 힘을 보여 주겠어"


레슬러의 연기력까지 소화 가능한 엔터테이너 기질은 WWE의 생명이자, 흥행과 직결된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즉 재미있고 유쾌한 발상,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레슬러들의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마니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춘 게 프로레슬링이며 곧 프로레슬링 단체 중 가장 활성화 된 WWE라 할 수 있겠다.

프로레슬링은 마니아 적인 요소가 강함을 부정하지 않겠다. 마니아들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절대적임을 부정하지 않겠다. 남성이 열광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강해지고 싶은 욕구 때문임을 역시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매력적인 문화가 프로레슬링이라고 단언한다. 직장에서 상사 등에 시달림을 받고 퇴근 무렵 집 앞 포장마차에서 쓸쓸히 술로 목을 축이는 샐러리맨들. 한 번쯤 프로레슬링 세계로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따분한 일상의 탈출에는 그만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http://blog.daum.net/jkghty


☞ 프로레슬링은 쇼, 그러나 ´거짓´은 아니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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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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