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서신, 국정브리핑 이어 "KTV 시청하라" 종용
나경원 "잘못은 언론탓이라고 하면서 실질적 정권홍보수단"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국정브리핑에 자주 접속하라고 독려한 데 이어 이번엔 KTV(한국정책방송)를 보라며 TV채널 선택권까지 종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50만 공무원을 코드화 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관용매체인 국정브리핑과 청와대브리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 댓글달기 등을 촉구, 국정감사 등을 통해 수차례 지적받아온 것이 사실.
노 대통령은 14일 “공무원들이 국민들과의 소통에 좀 더 열의를 가지고 기획에 참여한다면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우선 공무원들이 KTV(한국정책방송)를 자주보고 잘 알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종용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통령은 항상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TV를 보는데 KTV는 참 잘하고 있다. KTV를 권해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토론해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했는데, 막상 아무런 보도도 되지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며 KTV 시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상식으로 보면 정부가 하는 방송이라는 것이 제대로 할 리가 없다. 내용은 재미없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보다는 정부의 홍보에 급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지만 KTV는 그렇지 않다”며 “일반 방송과 비교해 보면 영상기술은 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내용적 수준은 훨씬 더 높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KTV가)저녁 8시에는 그날의 주요 정책뉴스를 종합해서 방송하는 데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공무원 여러분도 보시면 자기 부처 업무뿐만 아니라 국정현안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종합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침시간에 하는 KTV 프로그램 가운데 소방방재청장이 출연, U-119 등 소방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격려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여러분 KTV를 봅시다. 그래서 나와 우리 동료 공무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긍지를 갖고 언제든지 당당하게 얘기 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됩시다”라고 당부했다.
댓글 독려, 오보대응 촉구, TV시청 종용
노 대통령의 KTV 시청 종용은 이번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으로부터 KTV 혁신안 및 공직자 참여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국정홍보처와 기획예산처는 KTV 활동을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언론에 맞선 ´관영매체‘로 국정브리핑, 청와대브리핑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마찬가지 관점에서 KTV에 대한 지원 지침을 시달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당시에도 정부 보조금을 소개한 프로그램 등을 언급하며 "KTV를 보면 ´정책을 알면 돈이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시청자 수준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 ▲공무원들이 정부 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직자 프로그램 ▲정책 이슈 별로 해당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을 주문했다.
대통령은 또 "마케팅 없는 기업은 망하는 것처럼 정부도 정책 홍보를 통해 정책 추진력을 높여가야 한다"며 "장관들도 KTV를 통한 정책 홍보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었다.
그러나 공무원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관영매체 시청 및 관심종용은 갖가지 부작용과 비판적 시각을 낳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홍보처 국정감사에서는 국정브리핑 등 국정홍보난맥상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국민의 86%가 국정브리핑 홈페이지를 전혀 방문한 적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홍보처가 올해 예비비 25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국정브리핑 정책포털은 공무원만의 포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국회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7.8%가 국정홍보처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홍보처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비난여론에 떠밀려 사퇴한 이백만 전 홍보수석이 국정홍보처장으로 있던 지난해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고등학교 교장으로, 노 대통령 자신을 대학총장으로 비유한 칼럼을 국정브리핑에 쓰자 며칠 뒤 “혁신과 균형, 좋은 비유입니다. 나도 좀 빌려 씁시다”라며 댓글을 달았고, 공무원들에게 국정브리핑을 자주 접속하라고 독려했다.
이것도 모자라 국정홍보처에서는 지난 2월과 3월 공무원들에게 언론보도에 대한 댓글달기를 지시했고, 이는 ‘댓글달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번까지 8차례 공무원들에게 서신을 보냈고, 지난달 보낸 서신에서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받아낸 경찰의 오보 대응에 대해 “이게 바로 개혁”이라고 극찬하며 오보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은 공무원들을 모두 코드화 시키려는 심산”이라며 “잘못은 ‘언론 탓’이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국정브리핑이나 KTV를 통해서 사실상 국정홍보수단이 아닌 본인들의 정권 홍보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 50만 공무원들을 코드화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