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토크쇼의 새로운 가능성 <무릎 팍! 도사>


입력 2007.04.05 10:08 수정         김영기 객원기자

한국적인 정서 파고든 기획력의 승리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황금어장>이 어느새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운혁PD’와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가 자리 잡고 있다. 매주 ´이경규´, ´차승원´, 신해철´,´이승철´ 등 굵직한 연예인들을 데려다 앉혀놓고 민감한 질문을 쏟아내는 프로그램. 어눌한 듯 예리하게 던지는 질문공세에 스타들은 진땀을 빼고, 미묘한 신경전은 때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금맥이 IT산업이라면, 방송이 지켜야 할 금맥은 토크쇼와 시트콤이다. 날로 줄어들어가는 예산과 뻔한 콘텐츠에 싫증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적은 자금으로 잘만 만들면 롱런할 수 있는 포맷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트콤에서의 <거침없이 하이킥>, 그리고 새로운 포맷의 토크쇼 <무릎팍도사>마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MBC는 그 맥을 잘 짚어가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동안 토크쇼의 명맥은 끊긴 듯했다. 그보다 ‘토크쇼’라는 포맷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가공하려는 시도들이 그다지 시원한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외국의 문화 속에서야 가까이 마주앉아 다리를 꼬고 이런저런 ‘조크’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의식의 저변에 예의범절이 자리 잡은 우리정서에는 아무래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변형된 것이 여럿이 둘러앉아 술만 없는 술자리 토크를 주고받는 형태였다. 1:1보다는 여러 명이 모여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초반의 신선함과는 달리, 홍보와 신변잡기의 장으로 돌변했다. 시청자들의 싸늘한 눈빛이 느껴질 무렵, 희한한 모습의 강호동이 스타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무릎팍도사>의 면면은 뜯어볼수록 기획력의 승리다. ´이승철´에게 표절과 대마초와 같은 ‘입바른 소리’를 할 만한 위치의 ‘강호동’이라는 캐릭터는 우스꽝스러운 외양으로 무장해제를 시켰고, 마치 점을 보러 온 듯한 공간적 구성은 자연스럽게 점쟁이와 손님의 구도를 형성했다. 그리고 옆에 자리한 ‘유세윤’과 ‘올밴’의 감초역할은 내용의 전개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여기에 편집의 내공이 마침표를 찍었다. 자막의 내용은 단순히 진행자에 대한 빈정거림에서 벗어나, 웃음 속에 흐름을 짚으며 긴장감을 유발하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인서트 편집’이라 불리는 곳곳에 삽입된 그림들은 절묘한 타이밍 속에서 내용의 강약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의 가장 큰 흐름인 대중의 ‘날것’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는 점이 시원하다. 대중은 더 이상 ‘뻔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채널만 돌리면 가공되지 않은 자극들이 케이블에 널려있는 현실 속에서, 공중파라는 이유로 뻔하고 착한 그림만 내세우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떻게 저 사람에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싶을 만큼, 질문의 내용은 지극히 솔직하다. 어떤 면에서는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것은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의 능구렁이 같은 진행능력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MC의 배치와 구성, 점집이라는 배경의 선택은 깔끔한 미장센으로서 눈여겨 볼 점이다.

엉뚱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이 이정도로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방송시장의 위기론 때문이다. FTA는 소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합의내용에서야 ‘유보’, ‘제외’등의 단어가 많이 눈에 띄지만, 방송시장의 개방은 당연한 일이다. 더 이상 공무원과 같은 방송인은 존재할 수 없고, 완전 개방된 시장에서 공중파의 지위를 내세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흔히, 미국의 방송시장 개입을 일본의 실패에 견주곤 한다. 일본문화의 유입이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은, 그들의 문화가 뚜껑을 열고 보니 우리 정서에는 조금 밋밋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그들이 들어올 때는 철저한 시장분석이 선행될 것이다. 이미 익숙해진 미국의 방송이 그들의 노하우로 우리의 옷을 입고 나올 때, 시청자들의 눈길은 당연히 그들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이다. 한국인만이 가진 문화.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떤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경우에 화가 나고 웃기는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기에 가장 잘 이용할 수 있고, 표현해낼 수 있다.

개방과 변혁의 물결은 날로 거세질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의지만을 앞세워 무조건 막고 보려는 시도가 아니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그것을 우수한 질로 재창조해 마케팅 할 때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무릎팍도사>가 보여줬듯, 우리의 정서로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갈 때 소비자는 열광하기 때문이다.


☞ 인상 찌푸린 그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라


데일리안 문화미디어

김영기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