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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딜레마


입력 2007.04.08 09:45 수정 2013.05.22 16:45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획일적 한옥을 지양하고 편안함 느끼는 공간으로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한옥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방송제작진의 전화였다. 오래전에 썼던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글에서 인용한 방송 프로가 언제 방영된 것인지 기억 나는지 물었다.

그 글은 ´러브하우스´ 라는 프로그램이 우리의 산천과 맞지 않는 집들을 시골에 양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에 ´러브 하우스´에는 한옥의 러브하우스는 아예 없고 카메라 빨을 잘 받는 서양식 집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더구나 한옥 양식을 집을 볼 품 없고 낡았다는 이유로 없애고 있었다.

오히려 미국에서 한옥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방송 내용을 첨부하고 있었다. 미국 클리블랜드의 평원에 한옥이 한 채 지어져 있었다. 미국의 한 건축가가 만든 한옥이었다. 그 건축가는 세계의 건축물 중에서 한옥의 지붕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한옥을 짓고 그 안에서 살면서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했다.

새삼스럽게 전화를 받고 보니, 한옥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한옥 마을에 가면, 한옥이 너무나 예전의 모습만 재현해놓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옥이 너무 획일적이다.

전통 한옥 복원의 경우 현대의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고루한 방식으로 복원이 이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최근에 한옥 보존을 전담으로 하는 것이 큰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의 사찰, 전통 가옥에 대한 유지 보수가 만만치 않은 수익을 가져다주는데, 이른바 대목이 유망하다는 것이다. 전통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국에 있는 수많은 전통 가옥을 몇몇의 단체나 사람이 좌지우지 한다면 한옥의 모습이 다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면서 단독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한옥에 주목하는 경우가 있다.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영국은 단독주택 건설비중이 70%를 웃돈다.

땅값 비싼 일본도 60% 가량이 단독주택이라고 한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사회적 상위 계층을 의미하기에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가 빈민주택으로 인식 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라는 연구서가 한국의 아파트 현상을 비판해 주목을 받았는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나 삶의 편안함을 위해서 한옥의 단독 주택에 주목한다. 단독주택을 한옥으로 짓는다면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결합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옥의 발전을 위해서 자재를 대량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한옥이 주거 문화로서 더 확장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소는 평당 건축비만 1000만원을 넘는 비용인데, 자재 표준화와 공정 합리화를 통해 건축단가를 2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한옥의 산업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이야기기다. 그러나 자재를 표준화 하면 똑같은 모습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될 수밖에 없다. 붕어빵을 찍듯한 한옥이 양산되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과연 한옥은 산업화를 위해 수단인지, 한옥 자체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더 중요한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또한 지금의 한옥은 현대인보다는 조상들의 생활에 맞다. 무엇보다 한옥이냐 아니냐라는 단순 사실 여부 보다는 우리가 한옥에서 미국의 건축가처럼 편안함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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