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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헤드 벗’ 크리스 벤와의 업적과 추억


입력 2007.06.26 14:19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데일리안 스포츠 매거진]

로프 3단 위에서 무모하게 ‘다이빙 헤드 벗’하는 프로레슬러가 있었다.

다이빙 헤드 벗이란 공중에서 몸을 날려 이마로 상대 레슬러를 내리찍는 위험한 기술이다.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려 목 뒤 뼈로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는 ‘스와턴 밤’과 함께 선수생명단축을 부르는 봉인되어야 할 기술이다.

‘다이빙 헤드 벗’을 시도하는 크리스 벤와

다이빙 헤드 벗을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맨땅’에 머리를 들이받는 행위랄까.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이하 WWE) 소속 캐나다 출신 레슬러 크리스 벤와(40)는 항상 마지막에 이 기술을 썼다. 목숨을 담보로 로프 3단 위에서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다이빙 헤드 벗을 한 뒤 목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도, 몇 달 뒤 기브스를 풀고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또다시 무모한 다이빙 헤드 벗을 시도했다. 벤와는 더 락, 커트앵글, 브록레스너, 레이 미스테리오 주니어, 언더테이커, 고(故) 에디 게레로 등 동료 레슬러들의 돌같이 단단한 가슴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10미터 높이 이상에서 들이받고 또 들이받았다.

벤와가 자신의 몸을 흠집 내면서까지 다이빙 헤드 벗을 사용한 이유는 그만큼 프로레슬링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이 과해서 문제였다. 팬들에게 하늘을 나는 크리스 벤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준비된 각본 안에서 무리하게 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불사신 같았던 벤와도 프로레슬러 이전에 인간이었다. 벤와는 지난 25일 미국 아틀란타에 위치한 자택에서 부인 낸시, 6살 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의문의 죽음이었다. 미국 현지 경찰은 사인을 조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낸 사실은 없다. 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앞으로 밝혀질 벤와의 사망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벤와는 멕시코 출신 레슬러 고(故) 에디 게레로와 함께 몸을 내던지는 헌신적인 테크니션 레슬러로 활약했다. 그러나 재능에 비해 WWE 측에서 밀어주는 힘이 약했다. WWE는 과거부터 금발에 훤칠한 키, 전형적인 백인 등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프로레슬러를 주역으로 밀어줬다.

인디언의 후예 같았던 야생마 워리어, 미국 서부 평원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카우보이 브래드 쇼(JBL), 맥주를 들이키던 시대의 반항아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아마추어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커트 앵글,

성조기 깃발을 흔들면서 나타나는 헐크 호건, 할리우드 액션간판배우로 거듭난 정열의 사나이 더 락, 미식축구 선수를 꿈꿨던 브록 레스너, 잘생긴 야수 트리플H 등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레슬러가 WWE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캐나다 출신 테크니션 레슬러 벤와는 WWE 내에서 이들을 보좌할 조연급 캐릭터에 불과했다. 약방의 감초는 분명했지만 출중한 실력을 감안한다면 대우는 아쉬웠다.

하지만 벤와는 지난 2004년 주요 선수들이 떠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WWE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월드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찬 것. 그의 승리는 WWE 내 거물 트리플H와 숀 마이클의 아성을 무너뜨렸기에 더 값졌다.

벤와의 인생은 절친한 친구 에디 게레로가 그랬던 것처럼, 최고의 시기에서 안타깝게 떠났다. 에디 게레로와 함께 WWE 주인공이 된 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위치에서 생을 마감했다.

벤와는 아웃사이더다. 팬들은 물론 동료 레슬러도 선수생활단축을 부르는 다이빙 헤드 벗 자제를 부탁했지만, 아무도 벤와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막을 수 없었다. 프로레슬링에 대한 열정이 벤와를 세계 최대 권위의 WWE 단체에 서게 했고 신인에서 조연 그리고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맨땅에 헤딩한 남자’ 크리스 벤와와 그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열정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 [WWE] 프로레슬링은 쇼, 그러나 ´거짓´은 아니다 -2편-


데일리안 스포츠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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