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한화 ‘주전포수’ 신경현의 봄날


입력 2007.07.26 10:07 수정        

신경현, 주전포수 경쟁에서 승리

‘도루저지능력+투수리드’ 돋보여

한화 포수 자리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였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앉을 수 있고 쟁취할 수 있는 낮은 언덕으로 인식된 것. 전통적으로 한화는 포수가 약했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에는 유승안이라는 공격형 포수가 있었지만, 1994년 한화로 팀명을 바꾼 이후에는 포수가 대표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김상국·조경택·강인권·김충민 등이 차례로 마스크를 썼지만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2004년에는 외국인선수 엔젤 페냐가 사상 첫 ‘외국인 포수’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한화도 특급포수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경현(32)이었다. 군산상고-동국대를 졸업한 신경현은 1998년 계약금 2억4000만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신경현의 계약금은 한화 포수 최고액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동국대 시절 진갑용(삼성)·조인성(LG)과 함께 대형포수로 주목받은 신경현은 군산상고 시절에는 타격에도 소질을 보여 공격형 포수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1997시즌 막바지에 한화가 신경현을 얻기 위해 일부러 7위로 떨어지려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신경현은 전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상이 문제였다. 허리를 다쳐 포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없었다. 한화 포수 자리는 다시 춘추전국시대요, 무주공산이 되고 말았다.

입단 후 4년간 부상과 적응실패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신경현은 결국 상무에 입단하며 공백기까지 가졌다. 그 기간 한화에 특급포수가 가세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4년부터 다시 주전포수 경쟁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년의 공백기를 딛고 돌아왔지만 경쟁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02년 두산에서 이적해 온 ‘공격형 포수’ 이도형이 있었으며 백업포수로 활용할 요량으로 영입한 엔젤 페냐도 있었다. 하지만 이도형이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하고, 페냐가 퇴출되면서 자연스레 기회가 넘어왔다. 2004시즌, 신경현은 데뷔 후 가장 많은 96경기에 출장하며 프로의 맛을 느꼈다. 그러나 주전으로는 부족했다. 심광호와 함께 플래툰으로 기용되는 인상이 강했다. 2005~06년에도 출장기회는 많았지만 플래툰 시스템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포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봉 1억원(1억3000만원)을 돌파하며 공로와 실적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신경현은 그러나 더욱 치열한 주전경쟁을 치러야했다. 2004년 부상 후 지명타자로 활약한 이도형이 포수 복귀를 선언했던 탓.

실제로 4월6일 개막전에서 한화의 포수는 신경현이 아니라 이도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초반에는 심광호도 4월21일 SK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등 폭발적인 방망이 실력을 과시했다. 신경현으로서는 입지가 불안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도형은 공수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고, 심광호도 상대적으로 인사이드워크가 부족했다. 김인식 감독은 자연스레 신경현에게 주목했다.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주전포수 마스크를 쓴 신경현은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도루저지율(0.436)이 8개 구단 주전포수 중 가장 높다. 지난해까지 통산 도루저지율(0.268)이 3할조차 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대목.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이 완화된 데다 겨우내 집중적인 훈련으로 도루를 저지하는 비법을 터득했다는 평이다.

투수리드 능력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신경현이 떨어지는 도루저지 능력과 타격 실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주전포수 경쟁에서 한 발짝씩 앞섰던 것도 안정감 있는 투수리드 덕분이었다.

지난해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류현진과 개인 통산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 38세이브를 올린 구대성의 공을 받은 포수가 바로 신경현이었다. 특히 원정경기 룸메이트를 지낸 류현진에게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깐깐하지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시어머니 노릇도 톡톡히 해냈다.

올 시즌 한화는 신경현이 주전포수 마스크를 쓴 43경기에서 24승19패, 승률 5할5푼8리를 기록했다. 시즌 팀 승률(0.532)보다 높은 수치. 특히 신경현은 류현진과 정민철, 두 신구 에이스와 배터리를 이뤄 14승6패를 합작했다. 투수의 승리는 비단 투수의 힘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신경현의 리드는 돋보일 수밖에 없다. 타율 2할5푼5리·1홈런·9타점의 타격은 아쉽지만 장타자들이 즐비한 한화에서는 신경현 같은 수비형 포수가 정답이다. 25일 LG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터뜨린 역전 결승 2루타처럼 때때로 결정적 한 방만 쳐주면 된다.

주전포수 경쟁이라는 다람쥐 쳇바퀴를 박차고 붙박이 주전포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신경현. 프로 입단 8년째를 맞아 비로소 봄날의 햇빛을 바라보고 있다.

☞ ´포수에 울고 웃고´…포수와 팀 성적 상관관계


데일리안 스포츠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