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제왕 사극´ 열전
드라마속 최고의 군주 캐릭터와 배우는 누구?
역사극은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행보증수표다.
지난해 브라운관을 강타했던 고구려사 열풍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왕과 나>, <이산>,<대왕 세종> 등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사극의 부활이 두드러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들어 유난히 ‘제왕’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사극들이 많다는 것.
시대극 속 군주 역할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거론된다. 만인지상에서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의 모습은 물론, 권력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군주’만큼 가장 극적인 캐릭터나 드라마틱한 소재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조선 시대 역대 제왕들은 사극의 단골손님이다. 그중에서 특히 국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군주는 연산군이다.
유년시절 어머니 폐비 윤씨를 불행하게 잃고 평생을 복수심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끝내는 광기의 폭군으로 전락해야했던 연산군은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 <장녹수>, 영화 <연산군>, <연산일기>,<왕의 남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다. 역대 사극에서 연산군을 소화한 배우들도 유동근, 유인촌, 이대근, 안재모, 이민우, 정진영 등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라면 반드시 거치고 싶어 하는 캐릭터로 꼽힌다.
조선 시대 사상 ‘최고의 삼각관계’ 주역인 숙종 또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숙종-장희빈-인현왕후로 이어지는 애증의 스캔들은 국내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서 숱하게 제작된바 있다. 장희빈 역에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일급 여배우들의 코스로 인식되듯, 숙종 역에도 강석우, 임호, 전광렬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거쳐 갔다.
이밖에도 ‘비운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고종을 비롯해 태종과 세종, 단종과 세조, 중종, 선조와 광해군 등이 단골로 등장하는 사극 속 제왕 들이다. 최근에는 사극의 소재와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선시대를 벗어나 고려시대(태조 왕건, 광종)나 후삼국 시대(견훤, 궁예), 삼국시대(주몽, 대조영, 광개토대왕, 백제 무왕)의 제왕들까지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사극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것은 정조(조선 22대 임금, 재위 1778~1800)다. 최근 종영한 <한성별곡-정>을 비롯해 <8일>,<이산>등이 모두 정조시대를 조명한 작품들.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견인한 계몽군주이자, 영조-사도세자로 이어지는 조선왕조의 비극적 가족사를 상징하는 인물인 정조는 역대 어떤 제왕들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정조의 개혁적 리더십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트렌드로 ‘정조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제왕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비교해보는 것도 사극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90년대 이후 시대극 속의 근엄한 군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첫 손에 꼽는 것은 역시 유동근이다. 유동근은 <용의 눈물>(태종), <장녹수>(연산군), <파천무>(세조), <명성황후>(대원군), <연개소문>(연개소문) 등에서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 이미지로 대표되는 ‘호걸형’ 리더십을 열연했다.
2000년대 이후 유동근의 아성을 물려받아 새로운 ‘사극지왕’으로 급부상한 최수종은 외유내강형 군주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전형이었던 <태조 왕건>을 비롯하여 <해신>을 거쳐 발해의 건국영웅인 <대조영>에 이르기까지. 최수종이 연기하는 군주상은 대체로 원칙과 정도에 충실한 모범적인 영웅이다.
최근에는 제왕을 연기하는 것도 개성시대다. 종래 왕이라는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벗어나 지적이고 섬세하거나, 때로는 메트로섹슈얼한 이미지까지 풍기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연기패턴이 등장하고 있다. <주몽>의 동명성왕을 호연한 송일국, 금와왕을 연기한 전광렬, <서동요>의 백제 무왕 조현재, <한성별곡-정>의 안내상 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새로운 이미지의 군주상을 보여줬다.
하반기 등장하는 사극들에서는 배우들이 또 어떤 모습의 군주상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이산>의 이서진, <왕과 나>의 고주원, <대왕 세종>의 김상경 등은 비교적 연배가 젊고, 사극보다는 현대극의 이미지를 통해 친숙한 배우들. 각자 생애 처음 도전하는 임금 연기에서 기존 선배들이 구축해놓은 캐릭터를 능가하는 신선한 호연을 펼쳐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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