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①
아시아 영상산업 ‘허브’ 꿈꾸는 PIFF
갑작스럽게 내린 장대비도 부산의 뜨거운 영화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4일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의 힘찬 대장정을 내딛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소연, 강성연, 엄지원, 현영, 허이재, 이소연, 박시연, 박진희 등 한국 최고의 미녀 배우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신인배우 허이재는 한껏 멋을 내고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취재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해프닝(허이재 굴욕)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을 거치는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하며 이제는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자리 잡은 PIFF의 올해 테마는 그동안 부산이 걸어온 길을 상징하듯, ‘경계를 넘어서’(Beyond Frame)로 정해졌다.
작게는 기존의 낡은 틀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하고자 했던 PIFF의 정체성을 되새겨보자는 의미고, 크게는 영화도시 부산이 이제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당찬 포부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는 모두 64개국 275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이중 전 세계에 최초로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가 무려 66편에 이른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 외 세계 최초개봉) 26편, 아시아 프리미어는 101편이다. 부산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분인 뉴커런츠 섹션에 상영되는 11편의 작품은 모두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프로그램에 거장들의 화제작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최신작들을 공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산업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들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꾸며진 ‘플래시 포워드’ 등 새로운 섹션들이 추가되며 메뉴가 한층 풍성해졌다.
부산 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듯, 올해 상영작 중에는 유달리 내로라하는 세계 거장들의 화제작이 많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중국의 대표 흥행감독 펑샤오강의 전쟁블록버스터 <집결호>(중국)를 비롯하여, 폐막작인 안노 히데아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서>(일본) 등은 모두 인터넷 예매 30분을 넘기지 않고 표가 모두 매진되는 높은 인기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루마니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 로이스톤 탄 감독의 음악영화 <881>(싱가폴), 부산이 사랑한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빨간 풍선>(대만), 폭력미학의 대가 미이케 다카시의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와 <크로우즈 제로>, 아이슬란드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우는 발타사르 코르마쿠르의 <살인의 기억>(아이슬란드), 크지슈토프 자누시 감독의 <검은 태양>(폴란드) 등도 진정한 마니아 영화팬이라면 모두 놓칠 수 없는 수작.
아예 한 두 편의 영화로 성이 차지 않는 관객들은 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과 감독 등 무려 35명이 연출한 단편을 모아 만든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선택해도 좋다.
한국영화 최신 화제작들이나 개봉 예정작도 미리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장 열렬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역시 이명세 감독의 <엠>(M)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는 이명세 감독이 <형사-듀얼리스트> 이후로 2년 만에 내놓은 미스터리 멜로극으로 인기스타 강동원이 전작에 이어 다시 이명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부산을 찾은 영화팬들의 비상한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밖에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 향년 6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대만의 거장 故 에드워드 양 감독을 추모하기 위한 특별전 ´에드워드 양-타이페이의 기억´과 50∼6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고전영화의 명배우 김승호을 기리기 위한 ´한국영화의 초상, 김승호-아버지의 얼굴´등도 고전영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예매-발권시스템의 혁신적인 변화, GV(관객과의 대화)의 전폭적인 확대. 인터넷 영화평론 전성시대를 맞이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영화 리뷰 공모전, PIFF 파빌리온의 확대와 개방 등으로 예년에 비해 관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영화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산영화제의 중심은 이제 서서히 해운대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초창기부터 지적되어온 영화제 운영의 효율성과 전략적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PIFF의 모태였다고 할 만한 남포동의 추억을 간직한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
그나마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남포동 극장가의 3개관이 더 추가되며 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며 영화제 역시 각종 행사 등에서 남포동에 균형적인 안배를 고려할 예정이다.
또한 PIFF는 이제 하나의 영화제를 넘어서 아시아 영상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거대한 영화시장이 됐다.
지난 10회부터 도입된 아시아필름 아카데미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아시안 필름마켓에 이어, 아시아의 장편 독립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아시아 영화산업 펀드와 영화 배급 및 판매를 담당하는 영화사 ´발콘´ , 아시아 배우들의 상호 교류와 연대를 지향하는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 80여 편의 필름과 자료를 보관하는 아시안필름 아카이브 등이 잇달아 출범하며 부산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을 과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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