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연승 견인, 투 가드 시스템 조화 돋보여
개막 초반 2연패를 당하며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삼성이 어느덧 3연승을 거두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홈 잠실실내체육관서 열린 ‘2007-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 모비스전에서 외곽슛 12개를 터뜨리며 88-71로 낙승, 3연승 휘파람을 불며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3점슛 신기록(8개)을 작성하며 30점을 몰아넣은 이규섭의 슛 폭발이었지만, 승리의 진정한 원동력은 이상민-강혁으로 이어지는 백코트진의 노련한 경기운영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높이의 팀 삼성은 서장훈(KCC)이 이적함에 따라 스피드의 팀으로 변화를 꾀했고, 그 중심에는 이상민-강혁의 투가드 시스템이 자리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초 예상과 달리 두 선수의 역할 분담이다.
´회춘한 젊은 오빠´ 이상민은 올 시즌 현재 경기당 평균 29.6분 출장, 20.0점. 5.4 도움. 5.0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민의 득점부문 커리어 최고 기록은 98∼99시즌(현대)의 14.4점이었고, 최근 4년 동안은 모두 한 자릿수 평균 득점에 그쳤다. 시즌 초반이지만 평균 득점은 데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며, 야투 성공률이 무려 67%(37/49), 3점슛 성공률이 68%(15/22)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3경기 연속 20점대 이상의 고득점을 올렸다.
노장의 체력안배를 염두에 둔 안준호 감독이 출전시간을 철저히 30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엄청난 활약이라 할 수 있다. 예년에 비해 공격 시도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슛을 많이 던져서라기보다는 집중력과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게 훨씬 고무적이다.
현재 삼성의 어시스트 리더는 다름 아닌 ´살림꾼´ 강혁.
강혁은 현재 경기당 8.4점. 9.2도움을 기록하며 지난해 13.1점을 기록했던 평균 득점은 무려 5점 가까이 하락했지만, 도움 부문에서 신인 김태술(SK)의 10.0개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운영이 뛰어나고 코트 비전이 넓은 노장 이상민이 포인트가드, 돌파력이 좋은 강혁을 공격형 가드로 기용하는 정공법을 예상했지만 안준호 감독은 많은 이들의 허를 찔렀다.
안 감독은 슈팅 범위가 넓은데다 포스트업 능력까지 갖춘 이상민을 슈팅가드로 기용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주문했다. 포인트가드를 맡은 강혁과 유기적인 포지션 체인지는 상대팀의 수비 매치업에 혼란을 줬다.
삼성은 초반 2경기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냈지만, 지난 27일 KCC전을 시작으로 투 가드 효과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연승을 거듭한 경기에서 삼성은 도움 수치와 속공에서 상대팀을 압도했다.
볼 배급은 한결 정교하고 부드러웠고, 빠른 패스웍을 통해 파생되는 공격루트가 다양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벤치멤버인 이정석과 이원수까지 제몫을 해내며 백코트진이 한결 탄탄해졌다.
가드진의 활약이 좋아지며 장신슈터 이규섭의 득점력도 덩달아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시즌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며 경기당 평균 12.7점에 그쳤던 이규섭은 올해 18.2점으로 득점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규섭의 이날 대량득점에는 이상민과 강혁이 모비스의 내외곽을 유린하며 만들어낸 오픈 찬스에서의 슛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쉬운 점은 외국인 선수 타이론 샐리의 부진, 이규섭과 박훈근같은 토종 포워드들의 골밑 공헌도가 저조한 지금, 테렌스 래더를 제외하면 인사이드에서 스스로 해결해줄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부담이다. 노장인데다 잦은 부상위험에 시달리는 이상민의 체력관리도 변수다.
삼성은 2일 안양실내체육관서 안양 KT&G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4연승 행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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