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대의 나이에 선배 아티스트들의 음반에 작곡자로 참여하며 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대중 가요계의 천재 아티스트 유희열은 유재하 가요제 대상 입상 이후 십 수 년 간 항상 관계자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음악적 성과를 보였다.
소위 가요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노래와 이름 뒤에는 항상 유희열이 조력자로 함께 했으며, TV를 통한 대중적인 활동은 없었지만 남다른 문화적 통찰력으로 감성 세대를 이끄는 대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해왔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발군의 감성은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음악적 전문성에 더해져 이론과 실제가 유효적절이 믹스된 웰메이드 가요의 공식으로 확립된 것.
2001년 5집 앨범 “Fermata”와 타이틀곡 ‘좋은 사람’의 공전에 히트 이후 TOY, 그리고 유희열은 지금껏 무얼하고 지냈을까? 디지털 싱글이다 뭐다해서 수도 없이 음반이 쏟아지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6년하고도 6개월을 묵묵히 숨죽이고 있었던 그는 느림의 미학에 도통한 사람같이 여겨진다. 예상치를 웃도는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면 서둘러 후속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텐데 유희열은 지름길을 놔두고 굳이 멀찌감치 돌아가려 했다.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유희열은 1집부터 5집까지 꾸준히 상승한 대중적 성공과 그로 인한 주변의 엄청난 기대치로 인해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잠시나마 모든 것을 접고 유학을 꿈꿨을 정도로 아티스트로서의 욕심과 대중 음악가로의 히트라는 굴레 속에서 많은 갈등을 했었고, 결국 유일한 해결 방안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수없이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음악을 들으며,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토이뮤직 홈페이지의 미니멀한 느낌처럼 모든 것을 하얗게 비우고 조금은 자유롭게 됐다. 이렇게 지나친 6년여의 시간 동안 유희열은 음악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일생일대의 변화를 겪게 됐다. 무려 14년 만에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우습게 졸업(?)’하는 쾌거를 이루며 학생 신분에서 탈출했고, 오랜 솔로 생활 끝에 결혼에 골인하였음과 더불어 지난해에는 득녀까지 하게 됐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10년간 함께해온 토이 뮤직이란 이름에서 안테나 뮤직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심적 부담마저 덜 수 있게 됐다. “이젠 생존을 위해 생활인의 자세로 처절하게 음악을 하리라”라며 엄살을 떤 그였지만 실제로는 환경적인 안정감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한 시선이라는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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