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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왕국’ 삼성, 이상민 부상공백 느낄 틈 없다


입력 2007.11.30 08:39 수정         이준목 객원기자

강혁-이원수 맹활약, KTF 완파하고 5할 승률 복귀

벤치멤버들 기회 늘어나며 오히려 전화위복 될 수도

올시즌의 서울 삼성은 그야말로 ‘가드 왕국’으로 불린다.

지난해까지의 팀컬러가 서장훈(KCC)을 중심으로 장신 선수들을 대거 앞세운 ‘높이의 농구’였다면, 올해는 이상민, 이정석, 이원수, 강혁 등 양과 질에서 모두 리그 최고로 꼽히는 풍부한 가드진에 무게중심이 이동하며 ’스피드의 농구‘로 전환한 것.

이정석(좌)-강혁-이상민-이원수

시즌 초반 ‘회춘파워’를 과시하던 가드진의 맏형 이상민(35)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빠른 농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F전에서 삼성은 예상과 달리 85-69로 대승하며 지난 1라운드 원정 패배를 깔끔하게 설욕했다.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린 이규섭(27점)과 테렌스 레더(21점 16리바운드)의 화력이 돋보였지만 승리의 숨은 공신은 바로 강혁과 이원수였다. ‘살림꾼’ 강혁은 이상민없는 가드진을 이끌며 10점-11도움으로 10월 27일 KCC전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식스맨 이원수도 개인기록은 3점(1도움)에 그쳤으나 수비에서 KTF의 포인트가드 신기성을 꽁꽁 묶어내며 팀의 완승에 일조했다. 신기성은 이날 11점을 올렸지만 도움은 단 2개에 그치며 볼배급에서 제몫을 하지 못했다.

삼성의 가드진은 모두 어느 팀에 가서도 주전급이나 키 식스맨으로 탐낼만한 선수들. 그러나 올 시즌 이상민이 가세하면서 기존의 삼성 가드들은 모두 출전시간과 기록 면에서 다소 손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이정석이 지난해 평균 31.0분 출장에 8.2점 3.9도움에서 올 시즌 17.6분 출장, 3.3점 2.4도움으로 하락했고, 이원수 역시 데뷔첫해 20.6분 출장, 5.6점 1.6도움에서 올해는 14.2분 출장, 3.7점 0.9도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강혁의 경우 지난 시즌 35.3분 출장, 13.1점 7.0도움에서 올 시즌에는 29.1분 출장, 6.5점 6.4도움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격비중이 크게 줄었다.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기록한 것도 KTF전을 포함하여 올 시즌 단 2회밖에 되지 않는다. 이상민이 합류한 이후, 강혁은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팀 동료들에게 슛 찬스를 상당히 양보한 대신 패스와 돌파 위주의 플레이에 전념하고 있는 것.

시즌 초반 달라진 팀 내 비중이나 스포트라이트가 이상민에게만 집중되는 것에 개인적으로 섭섭함을 느낄 법도 하건만, 강혁은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묵묵히 조연의 역할을 감수하며 오로지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데 충실했다.

이날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강혁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넓은 코트 비전과 빨랫줄 같은 패싱센스를 앞세워 고비마다 동료들에게 적재적소의 A패스를 찔러주는 장면은 이날의 백미. 삼성은 이날 빠른 속공과 정교한 패스에 의한 노마크 찬스로 쉬운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고, 공격의 대부분은 강혁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가드 난에 시달리는 다른 팀들에게 있어서 삼성의 풍부한 가드진은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8승8패로 5할 승률을 지키고 있지만, 시즌 초반부터 연승과 연패를 거듭하며 기복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당분간 이상민이 결장하며 강혁 등 다른 가드들의 역할이 늘어난 가운데,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평가.

삼성은 지난 시즌 주포 서장훈과 이규섭이 도하 AG에 차출되며 장기간 공백을 감수해야했던 상황에서도 지금의 가드진이 주축이 되어 오히려 더욱 좋은 성적을 올리며 위기를 극복한바 있다. 그동안 이상민의 그늘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었던 선수들이 위기를 기회를 삼아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이상민의 체력안배는 물론 오히려 시즌 초반보다 더욱 상승세를 타는 것도 기대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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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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