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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와 굴욕’, 별명으로 돌아본 프로농구


입력 2007.12.11 11:39 수정         이준목 객원기자

‘미스터 빅뱅’, ‘매직키드’ 화려한 찬사

‘오웬수’, ‘봉사’, ‘방난사’ 등 굴욕 닉네임도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 불스)의 별명은 너무나도 유명한 ‘에어 조던’이었다. 현역시절 신기에 가까운 기량과 엄청난 체공력을 앞세워 말 그대로 코트를 ‘날아다니던’ 그의 플레이를 칭송하며 붙여진 별명이다.

NBA에서는 내로라하는 특급스타들일수록 이름보다 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흔하다. 성실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로 유명했던 칼 말론(전 유타 재즈)의 ‘메일맨’(우편배달부), 압도적인 파워로 골밑을 평정했던 샤킬 오닐(마이애미)의 ‘샤크’(흑상어), 작은 키로 NBA를 평정한 앨런 아이버슨(덴버)의 ‘디 앤써’(정답), 떠오르는 스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의 ‘킹 제임스’같은 유명한 닉네임들은 이미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별명들은 선수 개인의 개성과 이미지를 상징하는 고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친근한 호칭으로 프로스포츠에서 팬과 스타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KBL에서도 최근 스타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팬들 사이에서 이름보다 유명한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희정(좌)-방성윤-김병철-이상민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별명 유니폼’을 도입한 서울 SK는 선수들이 이름보다 닉네임으로 불리는데 더욱 친숙하다. 국내 선수 전체 득점 1위에 올라있는 SK의 간판스타 방성윤은 대학시절의 ‘방가’와 함께 대폭발을 의미하는 ‘미스터 빅뱅’이란 근사한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팀 동료인 슈퍼루키 김태술은 ‘매직키드’ 혹은 ‘마수리’로 통한다. 곱상한 소년 같은 외모와 달리, 올 시즌 프로농구에 처음으로 데뷔한 신인임에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도움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활약에 어울리는 별명이다.

데뷔 이래 ‘산소같은 남자’, ‘컴퓨터 가드’로 통했던 이상민(서울 삼성)은 최근 부상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올 시즌 삼성 이적 후 전성기를 능가하는 활약을 선보이며 올해 ‘회춘상민’이라는 닉네임을 추가했다. 현역 KBL 최장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히는 김병철(오리온스)은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트를 날아다니는 듯 화려한 플레이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대학시절부터 계속된 ‘피터팬’이라는 멋진 별명을 간직하고 있다.

유명 NBA 스타들의 이름과 플레이스타일을 빗댄 닉네임도 적지 않다. 안양 KT&G의 주희정은 포인트가드 임에도 패스와 도움은 물론, 득점과 리바운드까지 그야말로 못하는 게 없는 만능선수라는 점에서, NBA 뉴저지 네츠의 특급 가드 제이슨 키드를 연상시키는, ‘주키드’라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꼴찌 팀 울산 모비스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는 특급 루키 함지훈은, 신인임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 포커페이스와 기복 없는 활약으로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센터 팀 던컨을 연상시키는 ‘함던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때 ‘국보급 센터’로 유명했던 서장훈은 최근 장신임에도 슈터 못지않은 정교한 내외곽슛으로 유명한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슈퍼스타 덕 노비츠키를 연상시키는 ‘서비츠키’로 불린다.

올 시즌 신인 2순위로 선발된 귀화파 이동준(오리온스)은 ‘코트의 다니엘 헤니’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외모와 플레이스타일 면에서 인기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강백호’로 불린다. 30대의 나이에 첫 주전으로 올라서며 늦깎이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포인트가드 표명일(원주 동부)은 ‘마이티 마우스’라는 애교스러운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기량에 대한 찬사나 호감을 표시하는 닉네임과는 대조적으로, 듣는 입장에서 과히 유쾌하지 않은 ‘굴욕’ 닉네임도 있다. 주로 팀 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먹튀’형이나 안티팬들이 많은 선수들이 표적이 되곤 한다.

황성인(좌)-서장훈-임재현-양경민-방성윤

최근 울산 모비스에서 퇴출된 외국인 센터 케빈 오웬스는 고비마다 팀의 사기를 적재적소에 끊어놓는(?) 수준 이하의 플레이로 홈팬들에게 ‘오, 웬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팀 동료 키나 영 역시 오웬스만큼은 아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기량과 부진한 팀 성적의 멍에로 (오늘도) ‘지나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울 삼성에서 부진한 플레이로 퇴출당한 타이론 샐리는 과거 유명했던 만화 주인공 이름을 패러디한 ‘요절공주 샐리’로 불렸다. 그런가하면 로버트 브래넌의 일시 대체 선수로 대구 오리온스에 잠시 합류했다가 조기 퇴출된 외국인 선수 제러드 지는 아마추어 농구선수보다도 못한 최악의 활약과 엉망인 몸 상태로 국내무대 첫 경기만에 ‘쟤 왜 저러지?’라는 닉네임을 얻을 만큼 홈팬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히기도.

높은 몸값을 받는 고액연봉자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대표적인 ‘먹튀’ 선수로 분류되는 임재현(KCC)과 황성인(전자랜드)은,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봉사’라는 공통적인 닉네임으로 통한다. 포인트가드 임에도 좁은 시야와 떨어지는 도움수치, 공격에만 치중하는 개인플레이 성향을 풍자한 표현.

물론 잘나가는 선수들에게도 안티성 닉네임은 존재한다. 방성윤은 종종 승부처에서의 무리한 슛 셀렉션으로 인하여 종종 ‘방난사’라는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서장훈은 센터답지 못한 플레이와 느린 백코트를 빗대어 종종 ‘슈팅센터’, ‘서거북’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도 많다.

부산 KTF의 슈터 양희승은 경기에 집중하다가 본의 아니게 종종 찌푸린 듯한 인상이 화면에 자주 잡히는 바람에, ‘양승질’혹은 ‘양짜증’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스포츠 토토 파동´으로 중징계를 받으며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원주 동부의 포워드 양경민은 지금도 팬들에게 ´양토토´라는 닉네임으로 조롱을 받고 있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이상민조차도 한때 상대 파울을 유도해내기 위한 과도한 헐리웃 액션 남발이 도마에 오르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 ‘헐리웃 리’라는 우스꽝스러운 닉네임을 얻은바 있다.

선수가 아닌 감독일지라도 팬들이 하사하는(?) 별명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현역 시절 한국 농구 최고의 슈퍼스타로 평가받으며 ‘슛도사’라는 화려한 닉네임으로 통했던 이충희 감독은, 올 시즌 대구 오리온스 지휘봉을 잡아 7년 만에 프로농구 코트에 복귀했으나 최악의 팀 성적과 무기력한 용병술로 도마에 올라, 이제는 홈팬들에게 조차 ‘멍충희’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며, 올해 최악의 ‘굴욕 닉네임’을 예약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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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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