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선진화국민회의 공동기획>선진 한국을 위한 차기 정부 10대 과제<4>
(9) 정부 조직 및 기능개편 : 국가전략기능의 강화와 ‘방만한 규제정부’서 ‘작고 강한 서비스정부’로의 전환
정부는 선진화에 장애가 될 수도 있고 선진화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정부의 역할과 능력은 과거 산업화 근대화시대의 정부의 역할과 능력과는 크게 달라진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변화의 큰 방향은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다.
대신 정부의 힘 즉 제도적 능력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의 범위는 줄어들지만 그 일을 처리하는 정부의 제도적 능력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야 21세기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고 또한 우리의 경우에는 선진화에 성공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역할이 어떻게 줄어드는가, 어디에 집중되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보도록 하자. 앞으로는 우선 다음의 4가지 분야에 정부역할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정부의 국가비전제시기능과 전략기획기능이 크게 제고되어야 한다. 21세기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국가발전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환경이 수시로 급변하고 있고 변화의 속도도 빠르며 예측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변화가 빨라질 때는 국가시스템의 유연성과 적응성증대가 중요하고, 동시에 국가발전의 중장기적 전략적 고려와 판단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한마디로 정부의 비전제시 능력과 전략기획기능이 크게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한 변화 속에서의 국가발전과 국가경영에 성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교육훈련 등 인적자본육성기능이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21세기 국가발전의 성패는 세계적 수준의 창조적 인재를 어느 나라가 보다 많이 확보하는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정부의 인적자본육성기능은 성공적 국가경영에 있어 대단히 결정적 기능이 된다.
또 정부의 법과 질서창출 및 유지기능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민간의 자유스러운 경제사회 활동을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경제사회활동을 규율하는 법과 질서가 자유스럽고 공정하고 경쟁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자유 공정 경쟁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21세기는 세계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승자와 패자간의 각종 분쟁과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는 반드시 각종의 사회경제적 갈등과 분쟁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법과 질서 그리고 제도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러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출하는 일은 물론 정부가 맡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전자정부구축에 노력하여야 한다. 그래야 우선 정부조직을 작은 규모로 효율화할 수 있다. 복합기능의 효율적 수행이 가능하여져서 대부대국으로의 개편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관리층의 필요가 크게 줄어들어 조직의 슬림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민관의 소통기능도 높아져서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민간참여의 제도화가 보다 쉬워진다. 그래서 행정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정부만이 할 수 있거나 정부가 민간 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좀 더 상론하면 이를 위하여,
첫째는 우선 가능한 한 위임과 분권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부터 시작하여 정부기능도 민간위임이 가능한 것은 모두 시장에 맞기고, 정부기능중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모두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 시장과 지방정부에게 가능한 많은 일을 맡겨야 한다.
둘째는 국가운영의 전략성과 기획능력을 크게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미래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종합 기획하고 국가시스템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높이는 국가전략기획 부서(예컨대 국가전략기획원 등)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부서를 지원할 국립의 세계전략연구소를 만들어야 하고 그 연구지부가 주요국의 수도에 배치되어 있어 주요국의 세계전략(외교 통상 문화)을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부처를 대부 대국 제도로 축소 개편하여야 한다. 그래서 민간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과 부처 간의 업무영역의 다툼을 줄이고 정부의 정책종합 및 조정능력을 크게 제고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세분화보다 축소형 종합화 통합화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그래서 대부대국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부문의 정보화 즉 e-government의 진전이 정보교류와 의견소통의 비용을 크게 나추기 때문에 정부기능의 종합화 통합화의 비용을 낮추어 대부 대국제의 효율을 높인다.
일본은 1부 22청에서 1부 12청으로 대폭 축소하였다. 러시아도 23개부에서 14개부로 축소하였고 영국도 26개부에서 17개부로 축소했다. 그러나 우리는 역주행하여 부처도 느리고 위원회도 늘이고 공무원의 정원도 늘여 왔다. 지난 10년간 비대해진 정부조직을 대부 대국의 방향으로 대폭 축소 조정하여야 한다. 적어도 기존의 18부 4처를 1원 10부 3처 수준으로 대폭 축소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공무원규모의 획기적 축소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조직이 대단히 방만하게 확대되어 왔고 공무원정원도 크게 늘었다. 참여정부 4년간 4만 6000명이 늘었고 지금 계획으로는 앞으로 5년간 5만 1000명 이상의 추가 증원이 예상된다. 그 결과 1987년 70만 5000명 하던 공무원이 2011년에는 1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전 세계 선진국에선 공무원 줄이기에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10년간 25%를 줄이려고 노력중이고 러시아는 조직축소와 더불어 이미 30%를 감축하였고 영국도 지난 20년간 34%의 공무원축소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완전히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간 공무원 정원의 25%의 축소를 목표로 뛰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21세기 정부는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면서 소수의 전략적 부문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반면에 정부의 제도적 능력, 정부의 정책수립집행능력 등은 오히려 강화하여야 한다. 그래야 ‘작지만 일 잘하는 서비스정부’를 만들 수 있다.
정부의 제도적 능력을 제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시급한 것이 국가정책대학원제도를 도입하여 고위 공무원의 양성과 선발제도를 크게 개편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정책능력과 관리능력이 높은 우수한 양질의 공무원의 보유는 국가성공의 필수요건이다.
21세기 작은 정부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특히 고위 공무원들의 교육제도와 선발방식은 국가 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고위 공무원 선발 방식의 주류였던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제도로는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할 수가 없다. 이미 오래 전 그 수명을 다했다.
앞으로는 우수 선진공무원의 확보를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예컨대 ‘국가정책대학원(가칭)’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여야 한다.
프랑스의 ‘국립행정원(Ecole de National Administration)’과 유사한 제도이다. 국가가 고위공직자로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입학시험을 거쳐 이 대학원에서 2년간의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하게 한 뒤, 이들 중에서 최종 임용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교과과정은 철저히 현장중심, 이론과 실무중심, 글로벌 스탠다드 중심의 교육훈련방법으로 세계수준의 국가경영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교과과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수시로 업그레이드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교수진은 이론가(학자)와 실무경험자(전직 고위공무원 등)로 구성하여 함께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10) 반포퓰리즘 제도의 도입 : 국정운영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조화하는 제도의 도입을 통한 인기영합주의의 극복
인기영합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한 국가과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실패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선진화 프로젝트도 실패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등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에서 선진국 진입에 실패하고 후진국으로 전락한 주된 이유가 바로 포퓰리즘적 정치와 정책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우선 정치를 단순한 세력투쟁형이 아니라 국가경영형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가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정치가 되도록, 단순한 이미지나 이벤트를 중시하는 정치 혹은 정치공학내지 선거공학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가 되지 않도록 우리 정치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정치에 합리적 정책경쟁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시적 인기영합주의가 설 땅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세력투쟁형에서 국가경영형 정치로 바꿀 수 있는가? 이를 위해 먼저 우리나라 정당의 체질을 이념정당 정책정당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지도자 중심의 사당체질과 출신지 중심의 지역당 체질을 버리고 정책과 비전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또 정당구조를 현재와 같은 당대표 개인의 권력투쟁형 정치에 빠지기 쉬운 원외정당체제에서 국회의원들의 독자성과 정책적 전문성이 보다 보장되고 활성화 될 수 있는 원내정당체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사람이 입법기관으로서의 독자성과 정책전문성이 보장되는 크로스 보팅(cross-voting)제도도 도입되어 보다 본격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지역대표보다 정책전문성인 높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크게 확대하여야 한다. 비례대표를 독일이나 러시아 등과 같은 수준인 국회의원 1/2의 수준(예컨대 지역 150명 비례 150명)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정치의 대부분은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에서 지방의회의원으로 그 중심이 이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지역정치보다는 국가의 세계경영과 세계전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 정책조사연구 기능도 보완되어야 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책보좌 인프라도 크게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헌법개정사항이 되겠으나 앞으로 두 가지 제도개혁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하나는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도를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는 이원집정부제도로 바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상원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원래 대통령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인기영합에 약할 수 있다. 표를 얻어야 하고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비선출직인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보다 큰 국정운영의 권한을 주는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좀 더 나아간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비선출직(총리 등)이 가지는 국정운영의 전문성과 비당파성을 가지고 선출직(대통령)이 가지는 국정운영의 대중성 내지는 민주성과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제도하에서 외교 국방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등 모든 국정운영의 부담이 대통령에게 과부하 되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또한 총리나 국무위원들의 정책 전문성은 비교적 높으나 정치적 힘이 너무 약하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인기영합주의의 극복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국정운영의 전반의 질(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 민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을 높이기 위하여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분권형 대통령제의 한 방안으로서 총리임기제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 포퓰리즘의 극복과 입법 전반의 질(정책전문성) 을 높이기 위하여 상원제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국가의 단기정책과 중장기정책을 나누어 전자는 하원에서 후자는 상원에서 검토하는 제도의 도입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단기정책은 입법의 신속 효율성을 중시해서 하원에서의 검토로 충분한 것으로 하고 중장기 중요국가정책은 보다 심층적 분석 보다 광범위한 여론 수렴 등 입법의 신중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상원에서의 검토(혹은 상하원 모두의 통과)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경륜이 있는 소수의 상원(약 100명)을 두어 국가의 중장기 정책과 입법만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면 단기적 인기 영합적 졸속입법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정치와 입법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앞으로는 주요 국가정책을 입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주요입법과 정책에 대하여는 반드시 입법실명제와 정책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입법실명제는 국회의원들의 개개인의 입법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서 그들의 입법 활동에서의 정책전문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인기 영합적 졸속 입법을 피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책실명제의 도입은 정책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 정부전체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인기 영합적 정책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실명제는 국회의원과 공무원전체의 학습능력을 높일 것이다.
과거의 잘못과 성공에서 입법 및 정책교훈을 배우려는 노력이 제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법 및 정책실명제는 사법적 제재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로 운영되어야 한다.
넷째, 국가의 정치지도자들과 정책지도자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소신과 품격을 가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정치지도자와 정책지도자들의 양성과 교육이 중요하다.
국가비전과 정책능력, 국제적 감각과 경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인품과 덕성을 고루 갖춘 미래의 국가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자체가 인기 영합적 저질 정치가의 등장 즉 선동가들의 출현을 저지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지도자학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수기치인의 지도자학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도자의 바람직한 덕목과 능력, 품성과 안목을 가르치는 학교도 교과과정도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국제적 안목과 정책능력 그리고 선공후사의 도덕성과 헌신성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아 나와야 한다. 본래 지도자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노력을 통하여 양성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그 동안 지도자를 제대로 기르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에서 포퓰리즘이 성하게 된 이유의 하나라고 본다.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지도자학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보다 구체적으로 정치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예컨대 미국의 케네디 스쿨이나 윌슨 스쿨같은 국가정책대학원이나 그와 유사한 내용의 세계정치대학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민간 싱크탱크를 많이 만들어 단순한 정치능력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정책능력을 가진 국가리더십양성을 도모하는 방법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