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회장단 만나 "문자 그대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 만들 것"
"마음 놓고 기업 할 환경 만들 테니 일자리 창출에 적극 협력해달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주요 경제단체장 및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경제 살리기’ 행보에 본격 나섰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단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차기 정부에서의 경제정책 운용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간담회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업들의 투자 확대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자 그대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친기업적인)’ 정부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기업인들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또 그는 "12월19일(대선일) 이후 기업인이 권력에 대해 부담이 없는 세상이 됐다. 이제 ´정경유착´이란 단어는 없어지고 협력하는 시대를 맞이했다"면서 "서로 부담없이 선거를 치렀기에 당당하게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다. 정부와 기업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인사말에서 “국민들이 나를 절대적 지지로 당선시켜준 데는 경제를 살려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내가 대선이 끝나고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새 정부에선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전하고, 또 ‘온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 창출에 기업이 적극 협력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나 자신도 (대기업 경영의) 경험이 있다. 기업인들이 ‘수지가 맞지 않는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는가’ 하는데 대해선 가장 많은 이해를 갖고 있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함으로써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인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밖에 할 수가 없다. 결국엔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초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강력한 노사분규로 인해 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외국기업 투자도 막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며 “새 정부에선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 것이고 그 근본은 준법이다. 원칙과 법을 지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자는 지난 대선기간 한국노총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자신을 공개 지지한 사실을 들어 “노조도 이제 사용자 측과 상생(相生)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새 정부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도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당선자는 또 “이제 기업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을 하길 우리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며 “그것은 기업 스스로가 이미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친(親)대기업적’이라고 한다. 그 말에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친기업적’이란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기업이 잘 돼야 국가가 잘 된다는 원칙에선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새 정부를 만들어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또 "과거 정부에서처럼 규제 완화의 효과를 숫자로만 따지는 게 아니라, 진정 기업이 원하는 규제부터 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당선자는 대선 이후 자신의 취임에 따른 기대심리로 인해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들썩이고 있는데 대해선 “솔직히 부동산 정책에 다소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취임한다고 해서 부동산값이 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주택 값이 너무 비싸단 생각이다. 5년간 너무 (부동산값이) 오른 게 사실이고, 현 정권이 오히려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꼬집은 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갈 것이다.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되, 부당한 개발 이익으로 부동산값이 오르는 것은 억제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값 상승의 억제 방안으로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 당선자는 앞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 국가경쟁력강화특위 활동 등을 통해 기업들의 건의가 차기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차기 정부 내에도 가친 민·관 합동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 재계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할 예정.
특히 그는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제시해달라"며 기업인들에게 "직접 전화로 연락해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조석래 전경련회장도 “지난 5년간 경제계와 정부간 대화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나라가 잘 되기 위해 함께 해야 할 일이 뭔지를 알게 되면 (기업과 정부가) 저절로 합심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고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단합하는 신바람 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이 당선자가 밝힌 대로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줄여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 당선자에게 “우리 경제계는 ‘경제대통령’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새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우리나라 선진화를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이 당선자의 사돈이면서 효성그룹 회장인 조석래 전경련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홀딩스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류진 풍산 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 당선자 측에선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사공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원장,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김애실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박재완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팀장,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 등이 배석했으며, 기업 총수들과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했다.
한편 이 당선자는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서면서 이건희 회장에게 “별 일 없으십니까” 하며 인사말을 건넸고 정몽구 회장에겐 “여수엑스포 유치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고 격려했다.
‘보복폭행’ 사건으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김승연 회장에 대해서는 “요즘 열심히 하시더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 당선자 측은 이날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에 이어 내년 초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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