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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이대진…다시 맞추는 퍼즐조각


입력 2008.01.07 17:34 수정        


이대진(34·KIA)은 지난해 17경기에 등판했다. 어깨 통증으로 꽤 오랜 시간을 마운드에서 떠나있어야 했지만, 4월 7일 LG전에서는 무려 4년 만에 승리를 따내기도 하는 등 2000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7승 이상을 거뒀다.

지난해 1000탈삼진을 넘어섰던 이대진은 앞으로 8승만 더 보태면 통산 100승 고지에 올라선다. 또한 2008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도 얻게 된다. 지난해 활약으로 그동안 하락만 하던 연봉도 소폭 상승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대진이 잃어버린 퍼즐의 조각들을 다시 맞추기 시작한 것.

물론, 이대진이 완전한 퍼즐을 완성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가 20살 무렵에 꿈꾸었던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조각들이 필요했지만 대부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에이스’ 이대진, 다시 맞추는 인생의 퍼즐

1993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뒤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데뷔한 이대진은 첫 해 10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98년까지 6년 동안 76승을 쓸어 담으며 해태의 마지막 전성기를 지켜냈던 에이스였다. 24살이었다. 이대진이 박철순, 최일언, 계형철과 같이 이름을 날리던 투수들의 통산 성적을 뛰어 넘는 76승을 거둔 나이는 불과 24살이었다.

1995년부터 4년 연속 12승 이상, 1996년 16승, 1997년 17승, 1998년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1995년,1998년 탈삼진왕, 1998년 현대전 10타자 연속 탈삼진...’

그 시절 이대진은 해마다 진화했다. 해태의 어린 에이스에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아기호랑이에서 정글을 호령하는 맹수로, 이대진은 사람들에게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그것이 이대진의 6년이었다.

그러나 찬란했던 6년을 보낸 후 이대진은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이대진은 1999년 시즌을 앞두고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통증 때문에 마운드에서 공을 뿌릴 수 없었다. 이대진은 그해 단 1경기만 등판했다. 입단 이후 처음으로 시즌을 놓쳐버린 것.

1년의 재활을 거쳐 2000년 다시 마운드에 선 이대진은 그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8승 13세이브를 따냈다. 이전 시즌 원인모를 부상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사람들은 105이닝 동안 117개의 삼진을 빼앗아 내는 이대진을 보며 에이스의 귀환을 환영했지만 그렇게 돌아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해 반 토막 나버린 연봉에 자존심이 상한 이대진은 스스로 옵션을 걸고 무리한 등판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1년은 이대진의 어깨를 앗아가 버렸다.

이대진은 2000년 시즌을 마친 후 2004년까지 세 번에 걸쳐 어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칼을 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대진의 투수로서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져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타자로 전향을 하기도 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싶어 곧 포기했다.



2001년부터 6년 동안 이대진은 고작 7경기에 등판했다. 22이닝 동안 30개의 안타를 맞았고 28점을 실점했으니 ´가뭄에 콩 나듯´ 등판해서 흠씬 두들겨 맞기만 한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르고 위력적인 공을 뿌리던 젊은 에이스의 날개는 그렇게 부러져 버렸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에이스와 그를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 한쪽은 어깨에 피멍이 들고 한쪽은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을 수 없었던 그런 암울한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약속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한결같이 자신의 재기를 기다려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약속, 가슴으로 묻은 후배 김상진을 위한 약속, 그것은 이대진이 결코 마운드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였다.

지난해 이대진은 또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이기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조각들을 잃어버린 이대진이 앞으로 맞춰나갈 퍼즐이 완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200승의 조각이 들어갈 자리에 김상진과의 약속을 채워놓고, 2000탈삼진이 들어갈 자리에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마운드를 향한 열정을 채워 넣는다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

한때 이대진은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팀을 지켜주던 든든한 에이스였다. 그러나 이제 그는 스스로 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위태로운 등불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 모진 바람을 맞으면서도 기어코 9년을 버텨냈던 이대진이 아니던가. 마운드에 오른 이대진이 뿌려댈 사연 많은 약속들, 그 진한 인생의 향기가 벌서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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