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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당 벗겠다!" 칼 빼든 심상정


입력 2008.01.14 15:34 수정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일심회 사건 책임자에 대한 ´출당조치´ 강력 시사

자주파 반발 예상...2월 당대회까지 논쟁 격화 예고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원장
지난 12일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종북(從北)주의’에 대한 칼을 빼들었다.

평등파 출신인 심 위원장이 최근의 종북논란 발단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일심회 사건 책임자에 대해 ‘출당조치’등 강력한 조치를 시사하고 나선 것.

심 위원장은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편향적 친북당이라는 이미지와 단절하고, 책임있는 평화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민노당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만든 일심회 사건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성역없는 평가를 단행하겠다. 그 결과를 놓고, 공당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있는 처분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민노당은 당헌·당규에 입각한 사업과 운영과정에서 다수의 패권이나 정파간 담합에 의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책임정치를 내놓지 못한 측면이 크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일심회 사건에 대한 태도였다”면서 “국민들과 당 안팎에서 갖고 있는 몇 가지 의구심에 대해선 평가대상에 포함시켜 분명한 매듭을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당조치 등까지 포함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비대위는 임시당대회의 소집, 안건, 시기 등 모든 것에 대해 위임을 받은 상태다. 임시 당대회까진 중앙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출당 여부를 심의할 당기위원회 구성권이 있는) 중앙위의 권한을 (비대위가) 위임받은 것”이라고 말해 제명 등 ‘출당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당내 ‘종북논란’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선 한국 진보정당의 위상에 걸맞는 독자적 평화, 통일 비전과 민족주의 문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나와 민노당은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폭넓은 토론과 논쟁의 장을 만들어 21세기 한국 진보의 평화, 통일 비전을 재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이 ‘종북주의’에 대한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은 당내 다수라는 패권주의에 기반한 자주파를 향한 강력한 쇄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의 낡은 요소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정파구조엔 일정한 고통과 시련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소리가 나지 않고 혁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

그러나 심 위원장의 ‘칼’로 당내 ‘종북주의’에 대한 수술이 제대로 이뤄질 진 미지수다. “‘자주’는 우리의 근본문제”라고 경고한 자주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자주파에선 이미 ‘종북주의 청산’에 대한 평등파의 주장에 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자주파의 대표격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평등파의 종북주의 청산 요구는 중세식 마녀사냥이자 매카시즘이다.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이영순 의원도 전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종북주의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분당 불사론’까지 펼치고 있는 강경 평등파를 진정시키기 위한 측면도 엿보인다. 강경 평등파가 심 위원장의 12일 대표수락 연설에서 “종북주의 청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강력 비판하며 ‘분당 강행’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 평등파 일부에선 벌써부터 “당이 환골탈태한다면 그것에 동의하겠지만, 비대위 활동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모임(가칭)’이라는 별도모임을 구성, “비대위에서 (혁신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창당으로 간다”고 심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종북주의 청산’을 둘러싼 민노당내 논쟁이 오는 2월 개최될 예정인 임시 당대회까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 의원이 당내 자주파와 강경 평등파의 반발을 잠재우고 ´종북주의 청산´ 등의 당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심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즘 제3의 길이란 말이 회자되는데 진보정치는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샛길을 찾지 않겠다. 직면한 큰 어려움을 당당하게 극복, 제2의 창당운동에 나서겠다”면서 “어떠한 성역도 없이 당의 낡은 요소를 과감하게 혁신,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등 그동안 제기된 국민의 질책과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노총당, 대기업 정규직당’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독자적 노동전략을 갖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민주노총에 위임한 당의 노동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 뒤 “그 동안의 노동정책 사업, 당직에 대한 노동부문 할당제 등 기존 당의 노동전략과 관련해서 전면적 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추천’ 문제와 관련해선 “국민에게 신망이 있는 인사들로 독립적인 비례대표 추천위원회를 만들겠다”며 “비례대표 후보는 향후 진보정당의 쉐도우 캐비닛(예비내각)의 역할과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명망보다는 실력, 당 내부보다는 당 밖의 인사가 추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를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공격적으로 보완하고, 박정희 정권의 개발주의, 성장제일주의의 적통을 잇고 있다”고 규정,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강력한 진보야당 건설’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출신 인사에 의해 주도되는 신보수주의 대통합민주신당은 야당할 자격을 잃었고, 그 아류인 창조한국당으론 이명박 정부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고 질타한 뒤 “당내에 ‘이명박 정부 대응 대안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범사회시민운동계를 결집해 이명박 정부 전반에 대한 철저한 대응 체제를 만들겠다. 정권이 내놓은 것에 찬·반만을 말하는 야당이 아니라, 정권이 내놓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내놓고 평가받는 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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