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2020년 가출경험 학생수 11만 5741명
가정폭력 및 학대나 가족 간 갈등에서 집 나온 '생존형 가출'이 대부분
전문가 "가정 밖으로 나오게 된 상황·과정에 맞춰 지원…자립 방향 지원도 모색"
집 밖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다. 각종 범죄와 위해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가정폭력과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가정 밖 청소년'들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가정 밖 청소년'의 문제를 단순한 가출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와 타의에 의한 행위 여부 등을 따져보고 그들의 자립을 지원할 때라고 조언했다.
현재 가정 밖 청소년의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긴 어렵지만 국회입법조사처의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가출을 경험한 학생 수가 11만 5741명이라는 점에서 실제 가정 밖 청소년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서 조사한 전국 청소년 쉼터 실태조사 연구 결과, 가정 밖 청소년의 귀가 거부 의사로는 '집에 돌아가도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봐', '가정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려워서'가 가장 높았다. 또한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실태조사에서는 가족과의 갈등 및 가정폭력(74.2%)이 쉼터 입소사유 가운데 가장 높게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가 주로 가정 내 폭력 및 학대로부터 탈출한 '생존형 가출'임을 지적하며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중요한 것은 가정 밖 청소년이 늘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지 많고 적음의 규모가 아니다"며 "규모를 떠나서 가정 밖 청소년은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고 방치해둬서는 안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예전에는 가정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친구 따라서 혹은 호기심에 일탈하는 가출 청소년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면접조사나 설문조사를 보면, 상당수의 아이들이 가족 간의 갈등이나 가정 안에서의 학대나 폭력으로 가정 밖 청소년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아이들이 집을 나왔다, 정상적인 아이가 아닌 문제아다' 등으로 보기보다는 아이들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에 주목할 때"라고 밝혔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을 나온 후 청소년 쉼터 등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친구 집에 가거나 노숙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도 많이 있어 규모 파악이 쉽지 않은 편"이라며 "집을 나와 주거지로서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 것인데도 노숙까지 감행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가족 간 갈등이나 가정폭력 등으로 타의로 가정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어 "가정 밖으로 나온 순간 청소년들은 각종 범죄 또는 위험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발견해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출이라는 행위가 아닌, 그들이 가정 밖으로 나오게 된 상황과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정 밖 청소년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작정 집으로만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