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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대 속…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이 지키는 ‘가치’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4.05 14:01 수정 2024.04.05 14: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①] 서울 위트앤시니컬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국내 최초 ‘시집’ 전문 서점


2016년 7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문을 연 위트앤시니컬은 국내 최초의 ‘시집’ 전문 서점이었다. 이후 2018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으로 자리를 옮겨, 동양서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유희경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위트앤시니컬은 시집을 사고, 또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시, 그리고 시집에 대한 탄탄한 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위트앤시니컬 오픈 이유를 설명한 유 대표의 말처럼, 시를 깊이 있게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넷플릭스·유튜브 영상 대세 속…위트앤시니컬이 이어갈 ‘가치’


시인인 유 대표가 서점 전문 서점을 오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10년 이상 출판사에서 일하며 얻은 확신도 있었다. 시, 또는 시집을 사랑하는 팬층이 탄탄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이에 ‘시집 전문 서점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의 위상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그러나 아름다운 공간에서 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정을 가지고 찾아와 줄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집은 상당히 문학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예를 들어, 대형 서점에 가서 문학 파트 앞에 서면 가운데 시집 파트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작은 서점들에선 더욱 대접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시집 서점에서는 시집이 전면화될 수밖에 없지 않나. 처음엔 시인 선배가 서점에 와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시집 서점이라고 해서 동아리방 같은 모습을 기대했나 보더라. 담배 냄새가 묻어있고, 커피가 굴러다니는 모습이 그 시절의 시에 대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깔끔하고, 예쁜 것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런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시인, 독자들과 함께 시를 낭독하며 시의 매력을 전하기도 한다. 단순히 시집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함께 시를 즐기는 공간, 그리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위트앤시니컬의 색깔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따로 무대를 꾸리고 음향 장비에도 신경을 쓰며 ‘완성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예종 연극원 출신이다 보니, 문학의 무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믿었다. 외국에서 경험한 문학적 무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 들었다. 해외에서 특색 있는 낭독회를 경험한 시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것들을 접하다 보니, ‘우리도 낭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은 많은 분이 하고 싶어 해 주신다. 다른 곳에서도 물론 낭독회를 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한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지간한 공연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규모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러한 시간들을 바탕으로, 시 마니아들이 꾸준히 찾는 공간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마냥 밝게만 전망할 수 없었다. 유 대표는 “코로나19 시기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라며 독자들이 책과 점점 멀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넷플릭스, 그리고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가 많은 이들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책의 가치가 점차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때는 희망이 있었다. ‘이거 끝나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느낀 절망감이 더 컸다. 사람들이 더 이상 화면 외에 다른 곳에서 세상을 찾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무서울 정도로 다들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 ‘이게 뭐 새삼스러운 고민이냐’라고 할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정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는 시간을 못 견디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며 필요한 가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서점을 찾은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때로는 감사를 전하는 손님에게 위로의 말과 시집 한 권을 선물로 건네기도 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위트앤시니컬의 매력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제가 마련하고, 또 운영하는 것이지 않나. 그러다 보면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은 식당에도 가고, 커피숍에도 간다. 그렇지만 어쨌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뭔가를 듣고 또 해줄 수 있는 1 대 1 성립이 가능한 건 웹사이트상에선 불가능한 것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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