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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봄배추 하나씩 세어가며…배추밭 ‘생산량 표본조사’ 한 눈에


입력 2024.04.28 06:00 수정 2024.04.28 11:18        예산=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봄배추 베고 세고”…생산량 조사 가보니

‘채솟값’ 안정 바로미터, 연중 수작업 확인

정부, 농업정책 활용…25년 전자조사 구축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신안면 봄배추 재배지역을 찾아 현지 동향 파악과 조사담당자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했다. ⓒ통계청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신안면 봄배추 재배지역을 찾아 현지 동향 파악과 조사담당자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했다. ⓒ통계청

“줄자 잡고 비닐하우스 끝까지 가세요. 팽팽하게 두고 저기 노란 깃발 보이죠? 우리가 측정하는 구역 알아볼 수 있게 배추 중간에 꽂으세요. 이제 몇 포기인지 세어봅시다.” 여름이 한 발 짝 더 다가옴을 느꼈던 지난 25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일대 비닐하우스 봄배추밭을 찾아 통계청 도급조사원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예산은 전국 전체 생산량 40%를 차지하는 대표 생산지다. 예년보다 따듯한 날씨 영향 탓에 초록빛으로 물든 봄배추가 빽빽하게 자라있었다. 이날 충청청 홍성사무소 관계자들은 시설 봄배추 생산량조사를 위해 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형일 통계청장도 봄배추 생산량조사를 위해 고무장갑을 신고, 토시, 장갑 등을 착용 후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다.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인 봄배추 수확 시기가 되면 통계청은 숨 가쁜 조사 작업을 진행한다. 봄배추는 물가에 워낙 민감한 작물이다 보니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조사를 진행한다. 두 기관이 이중 추출한 내용을 상호 보완해 정책에 적용하는 구조다. 통계청은 직접 필지(땅)에 가서 뽑지만 농경연은 경작자를 선정해 표본으로 뽑힌 곳에 가서 생산량을 파악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산량 조사 결과는 농산물 수급대책 일환으로 사용된다. 기초 자료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에서 분석한 뒤 채소가격안정제·출하 안정제 등을 내놓는다. 봄배추 생산량 조사는 지난 2011년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을 위한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통계 작성 요구에 따라 매년 1~2회 진행 중이다.


시설 봄배추 생산량 조사표 작성 예시 ⓒ통계청 시설 봄배추 생산량 조사표 작성 예시 ⓒ통계청
봄배추 생산량 조사 어떻게…깃발 꽂으며 ‘분주’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 재배지역에서 통계청 관계자들이 표본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노란 깃발은 기점을 표시하기 위해 배추 중앙 옆 부근에 꽂는 용도다. ⓒ통계청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 재배지역에서 통계청 관계자들이 표본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노란 깃발은 기점을 표시하기 위해 배추 중앙 옆 부근에 꽂는 용도다. ⓒ통계청

실수확량 조사 첫 단계는 표본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봄배추 생산량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표본 필지 A와 B 2개 지점을 선정한다. 대표성을 띠는 표본을 뽑아 전체를 측량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다. 정교한 계산을 요해 조사원 중 베테랑 직원이 나선다.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전체 이랑 수를 기반으로 선정한다. 기준이랑 파악을 위해 A기준 이랑은 전체 이랑 수와 표본구역비율을 곱한 값을 사용하고 B기준 이랑은 A기준 이랑과 추출 간격(이랑 수/2)을 더한 값을 사용해 표본을 정한다.


세로기점은 기준이랑 각각의 세로 총길이와 표본구역 A·B 세로 표본구역비율을 곱해 파악한다. 표본구역비율은 무작위 추출을 위해 표본과 지정한다. 봄배추 생산량 조사를 위해 모든 시설 내 이랑 수를 센 후 2개의 표본구역 기준 이랑을 선정한다.


이후 A·B 기점별 3㎡를 표시하기 위해 10이랑 평균 너비를 측정한다. 해당 시설동 이랑 수 기준이다. 예컨대 3㎡ 이랑 길이 측정은 평균 이랑너비가 173㎝ 일 경우 3㎡당 이랑 길이는 3만㎝에서 173㎝을 나눈 173.4㎝다.


3㎡의 직사각형 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정한 후 통계청 직원들과 기자들은 벼를 최대한 밟지 않게 노력하며 조심스레 해당 구역으로 이동했다. 기준점을 정하고 ‘생산량조사 표본포구 깃발’이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꽂았다.


통계청 관계자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 재배지역에서 생산량조사 표본표구 깃발을 땅 밑으로 꼽고 있다. ⓒ통계청 통계청 관계자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 재배지역에서 생산량조사 표본표구 깃발을 땅 밑으로 꼽고 있다. ⓒ통계청

그 뒤 표본구역 3㎡당 이랑 길이 내 정상 봄배추 포기 수를 파악하기 위해 구역별 6포기를 채취한다. 3㎡ 내 정상 포기 수를 6으로 나눠 추출간격을 파악한다. 시작점은 난수를 적용한다. 이날 이 청장은 봄배추를 직접 채취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아래 밑동을 칼로 베어냈다. 그는 “올해 봄배추 상태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채솟값 오름세가 안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청장과 조사원들이 채취한 봄배추는 저울기 앞에 놓였다. 재료 무게 측정을 위해서다. 먼저 표본구역별 6포기 중량을 3포기로 나눠 측정했다. 흙, 뿌리 식용가치가 없는 잎 등을 제거한 후 중량을 조사한다. 이를 기반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산출하고 재배면적을 가중치로 활용해 총생산량을 추정한다. 봄배추 생산량 조사표에는 기상과 생육·피해 상황, 출하형태 등이 표기된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밭을 방문해 시설 봄배추 생산량조사를 진행했다. 채취한 봄배추를 저울기에 놓고 무게를 확인하고 있다. ⓒ통계청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봄배추밭을 방문해 시설 봄배추 생산량조사를 진행했다. 채취한 봄배추를 저울기에 놓고 무게를 확인하고 있다. ⓒ통계청

봄배추 외에도 논벼, 사과, 배, 양파 등 각종 농작물생산조사는 연중 이뤄진다. 두 달에 한 번씩 전국 22만개 필지를 대상으로 4월에서 12월 사이에 진행한다.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통계법에 따라 조사에 응해야 하지만 원활한 조사를 위해서 통계청은 허락한 경작자와 유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성사무소 관계자는 “실측 조사한 봄배추 등 조사용 재료는 농가에 전량 반납한다”며 “다음에도 조사에 응해달라는 마음을 담은 사례품 등을 전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생산량 더 정확하게… ‘전자조사’ 구축

통계청은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고 직원들의 피로도 등을 고려해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활용한 조사시스템을 지난해부터 개발 중이다. 표본 구역 면적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조사원이 조사표를 현장에 들고 나가 수작업으로 값을 기록해 계산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개발해 오는 2025년까지 현장에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태블릿에 조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해 표본구역과 재료, 채취 간격 등을 자동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청장은 “농산물 생산량조사는 농산물수급안정과 식량생산계획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해당 결과의 정확성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며 “첨단기기를 활용한 농업 조사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신안면 봄배추 재배지역을 찾아 현지 동향 파악과 조사담당자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했다. ⓒ통계청 이형일 통계청장은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신안면 봄배추 재배지역을 찾아 현지 동향 파악과 조사담당자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했다.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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