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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천재들도 변호사 돼야한다"


입력 2009.02.25 11:11 수정        

<직격인터뷰>‘변호사 시험법 제정안’ 반대 한나라 강용석 의원

"로스쿨 졸업자들만 시험 응시자격 부여는 위헌…기회 박탈"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부문 대정부질문에서 "현재의 로스쿨은 돈스쿨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며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부문 대정부질문에서 "현재의 로스쿨은 돈스쿨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며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반란이 일어났다.

현행 사법시험을 대체할 ‘변호사 시험법 제정안’이 여당 지도부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다.

찬성과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 모두 결과에 놀랐다.

재석의원 218명 가운데 찬성 78표, 반대 100표, 기권 40표. 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 133명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절반도 안 되는 55명에 불과했다.

여당 내 불협화음과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법안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대거 반대·기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표결 결과를 보면 야당 의원들과 상당수 비법조인 출신들 역시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단순히 정부여당의 난맥상으로 몰아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로스쿨 졸업자들에게만 시험 응시자격 부여는 위헌”

이날 반대토론에 나서 법안 부결을 촉발시킨 장본인은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강 의원은 법안 심사보고를 듣고 사전준비도 없이 곧바로 반대토론을 신청해 연단에 올랐다.

강 의원의 발언은 여야를 떠나 의원들의 공감을 샀다. ‘변호사 시험법 제정안 부결’을 당파성 시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이유다.

해당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이 부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강 의원의 토론이 주효했다.

<데일리안>은 그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왜 반대토론에 나섰고, 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강 의원은 그날 “이 법안의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제가 법사위도 아니고 법안 내용을 알 수가 없죠.”

강 의원은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이다. 그런데 법안 ‘심사보고 및 제안설명’을 듣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곧바로 반대토론을 신청했다.

토론에 나선 그는 “윤리의식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고, 오로지 들인 시간과 돈을 만회하려는 변호사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낸 ‘변호사 시험법 제정안’은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시험 자격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시험 과목이 현행 사법 시험과 유사하다. 또 응시횟수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3회’로 제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 의원은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일단 로스쿨을 시행한다고 하면 기존의 지난 50년 동안 유지된 사법시험 체제에 대한 반성 하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빠져 있다”며 “로스쿨이 막연히 좋아보여서 하는 면이 있다. 시험과목만 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0년 간 유지된 사법시험의 순기능도 많이 있는데 로스쿨은 이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가난한 천재들의 신분상승 효과입니다. 이것을 무시해서는 안 되죠. 국가가 나서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강 의원은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는 꼭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로스쿨은 의대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고 수많은 임상을 거치고 실험을 하는 그래서 의대에서만 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탁월한 경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하려고 하는 로스쿨제가 현행 사법시험 과목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강 의원이 대안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일종의 ‘변호사 예비자격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스쿨은 로스쿨대로 졸업생들에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고, 비(非)로스쿨 출신에게는 지금의 ‘검정고시’에 해당하는 별도의 변호사 예비자격 시험을 치르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자격시험을 허용하자는 것이죠. 지금 로스쿨 졸업까지 들어가는 돈이 얼맙니까.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합니다.”

“검정고시 있지만 사람들이 검정고시로 몰리지 않지 않나”

하지만 강 의원의 ‘대안’은 로스쿨 제도 자체를 뿌리 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로스쿨이 경쟁력이 있으면 된다. 로스쿨 졸업자들이 그런 예비(자격)시험 출신자들과 상대가 안 되는 교육을 시킨다면 사람들이 로스쿨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변호사가 되는 게 주요한 게 아니고 변호사가 되고나서 좋은 로펌가고 판검사 되려면 어느 로스쿨을 나와야 한다는 인식을 주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의원은 “쉽게 설명하면 지금 대입 검정고시제도가 있지만 사람들이 검정고시가 좋다면서 그쪽으로 몰리진 않지 않느냐”며 “그런 비판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관되게 원천적 기회의 박탈을 문제 삼았고, 신분상승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가 됐어야 하는데 그때도 드라이브를 걸어서 졸속 추진했다가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번 사태 역시 무리한 밀어붙이기의 결과임을 지적했다.

반대토론까지 하며 법안 부결을 이끌었던 강 의원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비판은 하나도 없었어요. 격려가 많았죠. 심지어 홍준표 원내대표나 법사위 여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조차도 ‘충분히 숙성되지 못하고 올라온 감이 없지 않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강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법학석사)했으며 하버드 로스쿨 학생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법률지원팀장으로 일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서울 마포 을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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