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6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내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여성 네트워크 한마당´에 참석한 여군들이 양창순 박사의 ´성공하는 리더의 마음경영´ 강의를 듣고 있다.
때아닌 여성의 군입대 문제가 한동안 사이버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9일 헌법재판소가 ‘남성만 병역의무를 진다’는 병역법 제3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여성의 군입대에 관련한 논쟁이 아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뤄지고 있다.
당시 공개변론은 지난 2005년 12월 병무청으로부터 육군 모집병(카투사) 입영 통지서를 받은 김모 씨(29)가 "병역법 제3조 1항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별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2006년 3월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이뤄졌다.
김 씨측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진출을 늦게 하면서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데, 무기의 현대화와 비군사적 업무 등으로 여성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남성의 병역기간이 줄어들 수도 있고 병역 부문에서 남녀 사이에 차별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장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헌법이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여성도 병역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과 여성에게 남성과 획일적인 평등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효율성과 비용의 측면에서 여성의 군입대에 부정적인 주장이 다소 우세하지만, 남녀평등과 남성의 기본권 보장 등에서 여성의 군입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남성의 군복무 또한 대체복무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결손을 여성으로부터 메워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병역법 제3조 1항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별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방의 의무를 남성만 지는 것은 남성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
여성의 군입대를 주장하는 네티즌은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여성도 전투병력으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군대가 개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해주는 곳은 아니며, 군생활을 하면서 신체적 열세는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법리상으로 남성만 군복무를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휴전상태로 준전시상황임을 감안하면, 헌법 34조 5항과 헌법 36조 2항의 면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다는 주장이다.
네티즌 ‘삼성불매’는 “국방의 의무를 양성이 균등하게 이행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정당성, 도덕적 차원의 판단이 아니라 오로지 헌법적, 법리적 관점에서만 할 때 ‘남성만 군복무’는 위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합리적 차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11조 평등원칙의 특별법적 규정에 따라서도 합헌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군입대를 주장하는 몇몇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낙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아이가 있거나 임신중인 여성은 군대를 면제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의 군입대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여성 자신’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과 육아로 여성도 불이익을 받지만 사회적 진출이 2년 가량 빠른 상황임을 고려하면 ‘억울함’을 느끼는 남성들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들만 군대 보내는 건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나 남성들의 행복추구권과 거주이전의 자유에도 위반되지만, 이에 대한 ‘대가’인 군가산점이 끝없는 논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군입대는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대부분이 남성의 군복무에 무관심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등 국방의 의무에 따른 간접적인 혜택을 누리면서도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대체복무나 국방세 등 국방의 의무를 ‘형식적’으로나마 이행하게 함으로써 군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군대를 둘러싼 불필요한 반목과 논쟁을 종결시키자는 것이다.
네티즌 ‘겨레마루’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군복무를 제대로 무시하고 있다. 자기 편할 땐 레이디 퍼스트고 자기 불편할 땐 남녀평등을 외치는 치졸하고 무식하다 못해 얍삽한 심보가 군복무에 관련해서 나오고 있다”며 “‘여자도 군대가라’는 남성들의 말은 ‘군대는 힘들다’라는 걸 여성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인데 자유를 억압당하고 의지와 관계없이 2년을 훈련받아야 하는 남성들의 처지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누피’는 “군대 이야기가 나오는 사회적 배경은 군대를 전역한 남성들은 바보 취급을 당해버린 것 때문”이라며 “군가산점제는 군전역자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일종의 상징이었는데 이 마저 없애고, 사회생활에서도 여성들은 힘든 일을 은근슬쩍 남성에게 떠넘기지 않느냐. 제발 가만히 있는 남성들 건드리지만 말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