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도 종류도 ‘가지각색’ 계속되는 외국인선수 추태
수습 아닌 예방 차원의 접근 필요
한국농구연맹(KBL)은 15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전주 KCC의 외국인선수 아이반 존슨의 영구제명을 공식 통보했다.
아이반 존슨의 돌발행동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행위로 상대선수에게 교묘한 신경전을 걸거나 심지어 감독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 그동안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하지만 존슨의 영구제명만으로 모든 사건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외국인선수들이 KBL에서 문제를 일으킨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데다 앞으로도 유사한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병들이 지금껏 저질러온 추태는 심판, 감독, 동료, 구단, 팬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을 불문했을 뿐만 아니라 행동양식 또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장 보편적인 유형은 짜증과 욕설, 폭력을 동반한 ‘다혈질적 태도’다.
올 시즌 마퀸 챈들러와 테렌스 레더는 짜증스러운 모습과 더불어 태업까지 일삼으며 감독과 팬들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조나단 존스와 크리스 알렉산더는 한술 더 떠 주먹다짐까지 펼쳐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과거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칼 미첼은 관중석을 향해 목을 긋는 위협적 행위를 취한 바 있고, 리 벤슨은 심판을 향해 껌을 뱉었다. 또한 아써 롱은 욕을 입에 달고 살아 3경기 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고, 퍼비스 파스코는 심판을 폭행하는 사상 최악의 행동을 저질렀다.
두 번째 유형은 ‘독불장군식 태도’다.
지시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는 선수들로 데스몬드 페니가, 앨버트 화이트, 제로드 워드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자신의 출중한 기량과 경력만을 믿고 지나친 볼 소유와 난사를 일삼으며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동료들에 대한 불신과 이기적 마인드로 팀워크를 해치는 주범이 됐음은 말할 나위 없다.
세 번째 유형으로 ‘무단 도주형’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 사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구단과 한 마디 상의 없이 팀을 무단이탈하는 것은 구단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나 다름없다. 그렉 콜버트는 대구 동양에 입단해 8경기 동안 최강의 위력을 발했지만, 아내의 외도를 이유로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면서 팀에 32연패라는 치욕을 안겼다.
1998-99시즌 득점왕 출신 버나드 블런트 역시 미국 프로농구(NBA)에 도전하겠다며 갑작스럽게 팀을 이탈해 LG를 곤경에 빠뜨렸고, 리 벤슨 역시 SK의 숙소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며 시즌 직전 잠적해버리는 엽기 행각을 펼쳤다. 리 벤슨은 2006-07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소속팀 오리온스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도주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끝으로 ‘마약 파동형’이 있다. 2001-02시즌 재키 존스와 에릭 마틴은 해시시를 복용해 KBL에서 추방됐고, 2008-09시즌 역시 디앤젤로 콜린스, 테런스 섀넌, 캘빈 워너가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까지 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이들은 뒤늦은 용서를 구하기도 했지만 한 번의 깊은 실수는 털어낼 수 없는 충격으로 남았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드나들면서 숱한 문제를 일으켜 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외국인선수에게서만 찾고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제명하는 처방만으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통해 ‘수습’이 아닌 ‘예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의 다혈질적인 성격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판들은 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헐리웃 액션’이나 ‘지나치게 거친 파울’로 외국인선수들의 성질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도 근절돼야 한다.
또한 감독 및 구단 차원의 외국인선수 통제도 확실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외국인선수가 흥분하게 되면 적절히 교체해 사고를 예방하고, KT 전창진 감독과 같이 외국인선수라도 그릇된 행동을 한다면 따끔하게 야단 칠 필요가 있다.
벌금 또한 절대 구단에서 부담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선수를 왕처럼 대접 해주는 그런 사소한 행동 자체가 그들을 ‘무개념’에 빠뜨리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KBL 차원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전 검열을 더욱 강화해 문제가 많은 선수들을 사전에 걸러내도록 해야 하고,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또한 욕설이나 폭력과 같은 행동에 ‘벌금형’으로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출전 정지’나 ‘퇴출’과 같은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각 구단들이 ‘실력 좋은 문제아’를 미련 없이 포기하도록 말이다.
결국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무시하는 행태는 리그를 보다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갖춰나갈 때 비로소 근절될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리그 스스로가 제공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이 요구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박대웅 넷포터]
[관련기사]
☞ 모비스 모범생 던스턴 ‘문제아 누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