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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물리치는 일만 몰두하니 갈등
너가 나임을 깨달으면 당신도 부처"

  • [데일리안] 입력 2011.05.10 09:08
  • 수정
  •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석가탄신일 특별인터뷰>´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펼치는 월주스님

"집단간 갈등 40조원 손실…4대강, 친환경사업까지 반대하면 안돼"

“갈등을 풀려면 빈 마음으로 타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기 2555년 5월 10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으면서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월주스님을 만났다. 그는 긴 침묵을 깨고 최근 무상급식과 역사교과서, 이슬람채권법 문제 등에 대한 일성을 토해내기도 했다. 평생을 NGO활동에 바치고 있는 월주스님을 만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와 야, 좌와 우, 종교와 정부간 갈등 해법을 들어봤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과 역사교과서, 이슬람채권법 문제 등 예민한 주제에 대한 소신을 가감없이 밝히셨다. 그 이유를 듣고 싶다.

“소통에 인색한 사회 현상에 대해 문제를 느꼈다. 특히 정치권에서 정책을 논할 때만큼은 중도와 화합을 지향해야 하는데도 당론을 우선으로 내세우며 충돌만 일삼는다. 화합을 하기 위해 양 측이 딱 절반씩 양보할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 3대7이든 2대8이든 화합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세우고 너를 물리치는 일에만 골몰해서 갈등이 일어난다. 하지만 ‘너’가 곧 ‘나’임을 깨닫는 부처님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해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한정돼 있는데 처음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제도화하는 것은 안 맞다는 주장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상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되 예산 형편을 봐가면서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무상급식보다 시급한 당면 과제가 너무 많다. 학교 시설 개보수나 증축, 도서관 마련, 성폭력 방지 등 학교에 요구되는 사안이 너무 많은데 무상급식만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
-역사교과서 문제는 학계의 첨예한 대립을 낳으며 난제가 되고 있다.

“역사교과서에 북한은 자주적이고 남한은 외세에 의존하는 것처럼 기술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지금까지 남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건국 이후 공산화를 막아냈고, 60만 대군을 양성해서 그 토대 위에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을 이뤘다. 성장과 개발에 치우치다보니 민주화 운동을 불러왔고, 이제 삶의 질을 높이려는 균형발전과 분배정책을 지향할 시점이다. 이 모든 게 역사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인데 유독 교과서에서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자학사관이 잘못된 것이다. 마치 이 땅이 태어나선 안 되는 곳인 것 마냥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주지 못하는 교과서를 시정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 교과서에는 우리의 혼과 철학, 정신이 담겨야 한다.”

-정부가 이슬람채권법 도입을 추진하자 일부 종교계의 반대가 있었다. 종교계는 반드시 중립이어야 하나.

“이슬람채권법 문제는 경제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검토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먼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져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지 종교와 결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대운하 사업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환경파괴사건’이라며 반대해오다가 4대강 사업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유는 뭔가.

“4대강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에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콘크리트 둑을 쌓는 일이 없어야 하고, 유속을 고려하고 물의 흐름을 지킬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 보를 잘 막으면 가뭄에 대비할 수 있고, 수해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거나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민 생활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현 정권과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삭감 등으로 깊은 갈등을 겪어오다 최근 조계사의 한나라당 불자회 법회 허용으로 봉합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 정부의 종교 편향 정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아직 정부와 불교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므로 정부는 앞으로 편향 정책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불교계는 10.27 법난 기념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 5공화국 직전 정부의 폄훼로 많은 불교 신자들이 이반되고 종단의 황폐화를 불러온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다. 그동안 불교가 인내했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상처받은 것을 치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만난 큰스님으로서 정권 말기에 접어든 현 정부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했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포용하고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 현 정부가 소통에 부족했다는 얘기다. 공생하기 위해서는 대화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민심이 이반된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하지만 야당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야당도 집단 이기주의로 정부가 무릎을 꿇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도 종교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다종교사회로 아랍권이나 인도에 비해서는 종교 갈등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분명 내재된 타종교에 대한 배타심이 있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종교의 역할은 3가지이다. 먼저 선각자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것(지혜를 얻고 인격을 갖추는 것), 자기 종교를 전파하는 것(그러나 코란이 아니면 칼을 달라는 식으로 전투적으로 해선 안 된다), 사회 정화를 위해 중생을 일깨우는 것(사회가 도덕심을 갖도록 앞장서야 한다)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종교인이 국민 화합이나 남북 평화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치가 아버지와 같은 역할이라면 종교는 어머니와 같은 역할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종교인은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품어야 한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
-비종교인이 종교인을 비판하는 일도 흔하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비종교인이 종교인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종교인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한 것이다. 종교인이 인격을 못 갖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과 자비로 교단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자기 정화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교계는 건물을 짓고, 땅을 넓히고, 재산을 증식하는 일에 치우치면 안 된다.
비종교인 중에서도 양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도덕심을 가지려는 것이 바로 종교적인 심성이다. 결국 모든 사람에게는 종교적인 심성이 있는 것이다.”

-일명 ‘NGO스님’으로도 유명하시다. 종교인으로서 평생을 통해 NGO활동을 펼치신 이유는 무엇인가.

“1996년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북한 돕기를 먼저 시작했지만 김대중 정권 때 지원받은 쌀로 노무현 정권 초기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을 더 이상 도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2002년 3월부터 세계의 빈곤국가로 눈을 돌렸다. 세계 65억 인구 중에 단 1달러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9억명에 달한다. 1~2달러로 생활하는 사람은 26억명에 달하고, 식수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11억명이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네팔, 라오스 등에 학교도 짓고 우물도 파주고, 물탱크와 수도관도 만들어주고 있다. 바로 지구촌 공생회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다. 이렇게 해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국제 구호에서 OECD국가 중 꼴찌에서 3번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지원은 그만둔 것인가.

“지금 북한에 대해서는 결핵아동에 대한 약품 지원과 수해 등 재난에 대한 긴급구호만 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을 수없이 다녀왔지만 북한의 빈곤은 생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개인 소유의 텃밭을 주면 열심히 일하겠지만 집단농장에서 일하라 하니 시간 떼우기로 그칠 뿐이다. 북한이 경제 정책 등을 바꾸도록 하기 위해 북한인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에 자극을 안 주려는 행동은 종북파라고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안보엔 여와 야가 없는 것이다. 북한을 규탄해야 할 때에는 한목소리로 해야 한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오셨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진단한다면.

“과거 KBS 노사 분규 때를 비롯해 선거 때마다 공명선거를 위해 지역감정 해소에 많이 노력해왔다. 여야간, 노사간, 종교와 집단간 갈등병이 1년에 30조~40조원의 손실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지금은 15년 전보다 성숙했으나 이런 갈등은 상존해 있어서 각계 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지진을 보듯이 지구촌은 하나로 이젠 서로 돕지 않으면 못 살 수밖에 없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잘 사는 사람이 못 사는 사람을 도와야 하고, 이런 실천은 형제, 가족, 이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한 생명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분쟁도 갈등도 없앨 수 있다.”[데일리안 = 김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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