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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현실 안주보다 노조간 경쟁 뛰어들어야"

  • [데일리안] 입력 2011.06.14 11:07
  • 수정
  •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인터뷰> 박지순 고려대 교수 “13년 이상 논의한 노조법 유예 무책임”

"복수노조와 타임오프 정착은 노사간 공정한 시스템 마련 과정"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강성, 귀족 노조로 대변되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노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강성, 귀족 노조로 대변되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노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노조간 경쟁시대에 뛰어들어야 한다.”

내달 1일 복수노조의 설립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와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조차 “또다시 유예”를 주장하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또 민주노총과 민주당 등은 1년째 시행 중인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폐지하고 관련법에 있는 쟁의행위 제한 규정도 삭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노동계 전문가들은 지난 13년간 국민적 합의를 거쳐 탄생한 노조 개혁안을 무효화시키려는 행위에 대해 또 다른 포퓰리즘 행태라는 지적을 서슴치 않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을 상대로 노동계가 한판 힘겨루기를 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노동법·한국고용정보원 비상임이사)는 “노동계는 80년대 이후부터 복수노조 금지에 대한 부당성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노동계가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강성·귀족 노조로 대변되는 우리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노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단지 조직환경의 변화나 노조간 경쟁구도가 부담스러워 이런 주장을 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타임오프는 전체 직원 수에 대비해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시간을 제한한 제도로 실제로 대기업의 노조가 감소한 효과가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 산별노조 파견 등을 감안할 때 기업에 따라 전임자가 한명도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이런 논의는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기업 내 노조전임자의 산별노조 파견이나 복수노조 운영 시 사업장 내 전임자의 분배 문제가 대두될 수 있으니 이를 재논의할 수는 있으나 제도 자체를 파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일부 금속노조 산하 노조를 중심으로 편법 운영돼온 것이 사실이다. 사측이 노조전임자를 줄이자 노조가 자체적으로 회비를 걷어 기존 전임자의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전임자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

이런 편법 타임오프제가 확대되면서 일각에선 “타임오프제의 표류”라는 지적이 나오고 이 때문에 “노조전임자의 영역을 구분해서 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도 별도로 보장하는 분야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박 교수는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노동안전활동 등 영역 구분이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애초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서 해당기업의 업무 특성 및 조합원 수를 고려해 논의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또한 법으로 고칠 내용이 아니라 내부적 할당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한 박 교수는 “편법 타임오프제 운영으로 무급 노조전임자가 상존한 것이 현실이나 유·무급을 떠나 노조전임자 수는 사용자와 합의해서 정한다는 대원칙이 있다. 이는 노조원 수의 결정권을 법이 아닌 당사자에게 맡긴 것이므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하고, 전임자를 무제한으로 방치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고 했다.

복수노조와 관련해 박 교수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노갈등 등 우려가 많지만 세계적으로 근로 조건의 다원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유럽 등에선 이미 다양한 노조의 출현이 확산되고 있으며, 단체교섭의 분권화도 전개되는 단계”라면서 “가령 항공사처럼 한 직장 안에서 업무 내용이나 취업 형태도 모두 다르므로 노조의 성격 역시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노조 체계에선 다양한 근로자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분명 있고, 노조활동 역시 근로자의 희망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측면에서 복수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복수노조는 당연한 시대적 과제이며, 이를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는 불가피한 선택사항이라는 것. 다만 사업장에 다양한 노조가 존재하면서 소수 노조의 운영 등에 차질을 빚을 경우 타임오프제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는 가능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과거 30년 이상 노동계는 복수노조의 금지에 대한 부당성을 끊임없이 제기해오면서도 단 한 번도 노조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이 없어 법적 판단을 받아볼 수 없었던 점이 모순”이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의 정착으로 이제 노사정 모두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그동안 제도로 막아놓았던 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노사간 공정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인 만큼 노동계나 사용자측 모두 대승적 견지에서 대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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