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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학생 자살 가해 학생 "물고문은 안했다"


입력 2011.12.23 16:37 수정         스팟뉴스팀 (spotnews@dailian.co.kr)

"장난삼아 한일인데 일 너무 커져"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9개월 간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가혹행위를 대부분 시인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3일 피해학생 권모군(14)이 남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서모군(14)과 우모군(14) 등 2명 불러 조사한 결과 이들이 유서에 담긴 가혹행위 내용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권군은 지난 20일 오전 9시 “9개월 동안 친구 2명이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키우도록 하고 공부를 못하게 하는 한편, 돈을 빼앗고 단소로 폭행했다. 라디오 선을 뽑아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했고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도 했다. 큰 불효가 되겠지만 제 걱정없이 사셨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7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군 등은 학교와 권군 집을 오가며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한편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25만원을 갈취하고, 게임기와 20만원 상당의 파카도 빼앗는 등 가혹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물고문과 관련해선 “세면기에 물을 떠놓고 고문을 하려 한건 맞지만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히 서군 등은 경찰조사에서 “장난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줄은 몰랐다”며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까지 피해 학생 주변 친구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자, 대구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측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학교에서 5개월 전 집단 따돌림 문제를 상담한 2학년 여학생이 ‘밀고자’로 낙인찍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 밝혀져 늑장대응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당국의 잘못 때문에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등진 어린 생명과 유족에게 사과드린다”며 “동일 사건의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 교육감은 이를 위해 “우선 대구지역 전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이나 괴롭힘 등 생활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학교 내 폭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철저하고 다양한 신고시스템으로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의 폭력도 없애고,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사법당국과 협조해 보복 등의 행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서 지난 7월에도 친구의 집단 따돌림을 상담하기 위해 한 여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가, ‘밀고자’로 낙인찍혀 자살한 일이 발생했으나 후속 대책이 미흡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조만간 해당 학교에 감사인력을 보내 사건의 전모를 밝힌 뒤 담임교사 등 사건과 관련된 이들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할 방침이다.

해당 학교 법인도 학생 지도에 대한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 교장에 대해 직위해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데일리안 = 스팟뉴스팀]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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