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닭도리탕 일본식 이름 아니다 주장, 국립국어원 '반박'
네티즌 "이외수씨 수십년 연구한 사람들 노력 폄하말라"
소설가 이외수씨가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상식의 허실-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닙니다. 참고하시기를”이라며 관련 링크((j.mp/yljwKT)를 걸어 놓았다.
링크한 글은 외보도리, 가지도리무침 등의 음식과 같이 닭도리탕의 ‘도리’가 ‘잘라 내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글은 오히려 “‘닭볶음탕’이 일제 시대에 대한 거부감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새(とり)’에서 온 것이라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다”고 밝혀 이씨의 체면은 구겨졌다.
국립국어원은 이어 “‘도리다’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라는 뜻으로 ‘사과의 상한 부분을 도렸다’처럼 쓰이는 말”이라며 “논란이 되는 음식(닭도리탕)은 닭을 도리는 것이 아니라 자르거나 토막 내는 것이므로 ‘도리다’가 쓰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리다’가 쓰였다 해도 어간 ‘도리-’와 명사 ‘탕’이 바로 붙는 것은 우리말에서 찾아보기 힘든 결합”이라고도 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이번 상황에 대해 ‘망신’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발끈하고 있다.
이씨는 24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글에서 “다른 신문들은 논란을 일으켰다 정도로만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아예 망신을 당했다고 단정했다”며 “정직하게 말하면 내게 망신을 주고 싶다는 뜻이겠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그러면서 국립국어원의 견해는 도외시한 채 자신만의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그는 “남영신 엮음. 우리말 분류사전 풀이말 편. 자르기, 베기, 꺾기, 썰기를 뜻하는 풀이말 항목에 분명히 ‘도리다’라는 단어가 명기돼 있다. 풀이말의 어간이 이름씨와 직접 결합하는 예가 드물다고 조어 자체를 부정할만한 근거가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한글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조어법이나 음운법칙을 초월한 이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도리도리뱅뱅, 주물럭 두루치기, 심지어는 라뽁이나 짬짜면 등의 창조적인 이름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엄연히 우리말 분류사전에 ‘도리다’라는 단어가 있는 한 ‘도리’라는 어간에 ‘탕’이라는 명사가 결합하는 예가 드물다는 이유로, 닭도리탕을 일본어에 근거한 이름으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논리를 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악착같이 닭볶음탕을 개무시해 버리고 닭도리탕을 먹기로 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이씨의 주장에 대해 ‘진실알리기’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24일 다음 아고라에 ‘이외수님의 닭도리 정보는 잘못된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닭도리’가 일본어 표현이라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뒤 “수십년을 국어연구에 종사하는 전문가인 학자들의 인격을 폄하하고 그들의 전문가적 지식을, 근거 없는 말 한마디로 폄하해 밥만 축내는 자들로 매도하는 네티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네티즌은 “이외수 씨도 일부 네티즌들의 이런 형태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므로, 글을 올리는 데 있어서 신중하시기 바란다”면서 “수십년 연구한 사람들의 노력을 무위도식하는 자들로 폄하하고, 지식 없는 자들로 폄하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라고 질타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물론,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외수씨 역시 트위터 글을 확정적인 표현으로 남겼는데, 국어학자들이 ‘이런 것도 몰랐네’ 라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자신 지식의 가벼움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남의 지식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고 비판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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