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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김용민, 한국정치사 최악의 캐스팅"


입력 2012.04.16 11:17 수정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가장 코믹한건 김어준이 민주당 지도부 데려다 정봉주 구출계획 묻는 대목"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연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대해 쓴 소리를 퍼붓고 있다.

진 교수는 특히 이번 야권의 총선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김용민씨가 “근신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에 복귀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진 교수는 16일 한 블로그에 ‘4.11 총선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진 교수는 총선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로 ‘김용민 공천’을 꼽았다.

그는 “김용민 공천은 애초에 진보개혁 진영 내에서도 ‘세습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그에 대한 공천을 강행했다. 물론 ‘나꼼수’ 팬덤을 끌어안기 위해서였다”며 “결국 이는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은 최악의 캐스팅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이슈가 문대성이나 김형태의 경우와 달리 지역구를 넘어 전국적 중요성을 갖는 의제로 떠오른 것은 물론 나꼼수가 그 동안 누려온 전국적 인기 때문”이라며 “한 마디로, 김용민은 그저 지역구에 후보가 아니라 전국구 스타였다. 당연히 파장이 클 수밖에”라고 했다.

진 교수는 특히 ‘나꼼수 문제’에 대해 별도로 진단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은 김어준이 민주당 수뇌부 데려다 놓고 무슨 취조를 하듯이 정봉주 구출 계획을 묻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말한다면, 지도력 없는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지도력을 가졌던 것은 차라리 실패한 스나이퍼 정봉주였다”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김용민의 공천도 한때 ‘홍성대군’이라 불렸던 정봉주와 그의 팬덤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의 8일 노원구 공릉동 건영장미아파트 앞 ´청춘선 프로젝트´ 공약 선포식에서 정봉주 의원의 부인 송지영씨가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달한뒤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진보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례를 언급, “당시 나꼼수가 곽 교육감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운 억지논리, 즉 ‘무죄추정의 원칙’은 몇 달 후 민주당의 공천원칙이 됐다”며 “이 원칙(?)은 부산 저축은행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거나, 기소 당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행태를 정당화하는 데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구적 행태가 그 동안 비리나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을 과감히 배제해온 새누리당 비대위의 활동과 대비되면서, 대중들 사이에 진보의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확산시켰다”고 문제 삼았다.

진 교수는 이어 ‘진보의 지성’ 문제를 지적, “나꼼수가 유포한 음모론적 사유는 10.26 부정선거에 이어 이제 4.11 부정선거론까지 낳았다”며 “정권의 오류를 턱없이 과장하는 나꼼수의 어법은 역설적으로 MB정권의 실제 오류를 사소하게 보이게 만들었다”고 질책했다.

그는 “‘민간인 사찰’이 엄청나게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대함에 상응하는 대중의 공분을 끌어내지 못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며 “나꼼수를 통해 대중은 정권심판의 심리적 에너지를 너무 일찍 배설해 버렸다. 정작 중요한 두 번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조루증에 빠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꼼수의 막말이 불러올 문제점은 이미 비키니 사건 때 예고된 바 있다”며 “물론 막말과 욕설도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해줄 수 있지만 ‘라이스를 강간하자’는 얘기는 발설자의 의식 상태를 의심하게 만드는 심각한 망언임에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과 생각에는 ‘비키니 코피’, ‘라이스 강간’을 능가하는 초대형 망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들이 더러 남아 있다”면서 “그저 대선에서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 교수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김씨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컴백? 컴백이야 그의 자유지만, 나꼼수 한번 점검이 필요합니다. 정작 제가 우려했던 것은 총선이 아니라 대선. 반성없이 가면 대인지뢰가 아니라 대전차 지뢰가 터질 수도...”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나꼼수는 그냥 ‘시사개그’에 머물렀어야죠. 적군 욕 잘 해서 인기 끄는 문선대가 졸지에 전쟁에서 사령부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 “결국 전병력을 이끌고 지뢰밭으로 ‘돌격 앞으로!’ 한 거죠”라고도 했었다.

이와 함께 진 교수는 나꼼수 지지자들의 행태도 문제로 분석했다. 그는 “정치가 팬덤에 장악되면 선악이나 진위를 따지는 담론은 간단히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팸던에게 형아/오빠는 무조건 선하며 무조건 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꼼수를 비판의 성역으로 만드는 데에 사용된 유치한 어법들. ‘조선일보에서 이용한다’, 조선일보 따위가 무서워 자기비판과 자기교정도 못한다 말인가? ‘나꼼수에 열등의식 있다’ 이로써 나꼼수 비판하는 것은 졸지에 열등의식의 표현이 되고 만다”면서 “팬덤의 눈에는 나꼼수 멤버들이 원빈이나 장동건으로 보이나 보다”라고 밝혔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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