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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위키드 시대’ 한국 뒤흔든 두 마녀


입력 2012.06.18 16:54 수정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인터뷰]‘위키드’ 두 마녀 젬마 릭스 & 수지 매더스

“한국 팬들 환호소리, 배우에게 에너지 전해줘”

“모든 배우가 꿈꾸는 역할..하는 것만으로도 영광”

뮤지컬 ‘위키드’의 마법이 서울 하늘을 뒤덮고 있다.

개막 전에만 무려 7만여 장의 티켓을 팔아치우더니 지난달 3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이래 줄곧 주요 예매사이트 예매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예상대로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고, 좀처럼 대중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유명 인사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서울 시내 곳곳은 ‘위키드’ 포스터와 영상으로 가득해 공연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조차 친숙해졌다.

공연 관계자들은 ‘위키드’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10여년 만에 한국뮤지컬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의 중심에는 역시 호주 출신의 두 주인공 젬마 릭스(28·Jemma Rix)와 수지 매더스(28·Suzie Mathers)가 있다.

2007년 호주 초연 이후 4년간이나 호흡을 맞춘 둘의 실력은 과연 명불허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엘파바’와 ‘글린다’를 선보이고 있는 이들에게 매일 기립박수 세례가 쏟아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인다.

올여름 한국 공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위키드’의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를 만났다.

뮤지컬 ‘위키드’의 두 주연배우 젬마 릭스(왼쪽·엘파바)와 수지 매더스(글린다).

- 그야말로 ‘위키드’ 열풍입니다. 부동의 티켓예매 1위인 데다, 유명 연예인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수지 매더스 느끼고 있어요. 매번 매진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공연장이 꽉 차 있고 기립박수를 쳐주세요. 너무 좋아요. 특히 김준수 씨가 와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위키드’를 찾아주셔서 영광스러워요!

- 김준수 씨는 한국 뮤지컬계 최고스타 중 한명인데, 이분에 대해선 알고 계셨나요?

수지 사실은 공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김준수 씨가 트위터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고, 순식간에 500명의 팬이 내 트위터를 팔로우 했어요. 모르는 댓글도 막 달리고요. 그래서 이 사람과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 등을 찾아보고 대단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이 뮤지컬이 모든 나라의 정서를 뛰어넘어 이토록 성공하는 이유가 뭘까요.

수지 우선 테마가 좋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열정이나 사랑이 다 담겨 있어요. 무대, 음악, 조명, 의상 다 너무 좋고 화려하죠. 안 좋아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젬마 릭스 사람들이 뮤지컬을 찾을 땐 이거는 슬프다 혹은 재밌다 하는 장르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위키드’는 기쁘고 재밌고 슬프고 감동받는 순간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인생의 여정을 밟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죠.

- 한국에 앞서 싱가포르에서도 장기간 공연을 하셨죠. 한국 팬들과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젬마 두 케이스 다 좋지만 한국의 특성은 커튼콜 때 관객들의 환호 소리가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듣고 에너지를 저절로 얻게 되죠. 한국 관객들은 배우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젬마 릭스(왼쪽)와 수지 매더스가 처음부터 ‘위키드’의 주역을 꿰찬 건 아니었다.

- 한국에 오기 전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요. 오기 전과 온 후에 느낌도 다를 점이 있을까요.

수지 오기 전에는 솔직히 뭘 기대해야 할지 몰랐어요. 여행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서울에 와 보니 도시가 굉장히 크고 골목길도 많은 것 같아요. 탐색하고 돌아다니는 게 좋아요. 지하철도 너무나 잘 돼있어서 편해요.

젬마 호주에서는 멜버른이나 시드니나 이게 한 도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서울은 가는 곳마다 특징이 달라 여러 개의 도시가 연결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굉장히 큰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지 또 한국 사람들은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도와주려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요.

- 싱가포르나 한국 모두 장기공연이에요. 가족들이 그립거나 외로울 때는 없나요.

젬마 저는 여행 마니아에요. 다른 나라 돌아다니면서 그들 나라의 음식이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영광스러워요.

수지 ‘위키드’ 팀도 또 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외로울 때 힘이 되죠. 투어 팀의 장점은 방해되는 게 없다는 거예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또 2주 3주 있는 게 아니라 몇 달씩 있는 거니까 여행이 아니라 함께 사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한국에서 둘러본 곳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곳, 그리고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수지 명동을 갔는데 화장품도 많고 쇼핑할 만한 곳이 너무 많아서 좋았어요. 다시 가고 싶어요. 그리고 부산에도 가보고 싶어요. 강남, 합정, 압구정도 시간 날 때 가봐야죠.

젬마 저는 인사동이 좋았어요. 커피숍도 많이 다니고 전통적인 집도 많이 봐서 좋았어요.

- 두 분 모두 처음부터 주역으로 캐스팅 된 건 아니었잖아요(2007년 호주 초연 당시 젬마 릭스는 엘파바 얼터로, 수지 매더스는 앙상블로 발탁됐다). 후에 주역으로 당당히 서리라고 생각은 했었나요. 남다른 노력이나 비결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젬마 꾸준히 연습하고 보컬 레슨도 받고 컨디션도 조절하면서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배우로선 그게 최선이죠.

수지 중간에 ‘맘마미아’의 소피 역할을 캐스팅되면서 주인공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더 연습을 많이 했어요. 특히 언젠가 글린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늘 대비하고 컨디션을 조절했었죠.

-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위키드’도 보셨을 텐데, 자신의 연기와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젬마 브로드웨이에서 본적이 있어요. 엘파바의 경우 워낙 뮤지컬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고 같은 테마와 연결돼 비슷하지만 연기에 따라 목소리에 따라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수지 2007년 오디션 하기 전에 처음 봤어요. 하지만 각각의 배우들은 살아온 과거, 환경이 달라요. 오디션 볼 때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캐릭터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했죠.

- 배우로서 굉장히 오랜 기간 ‘위키드’와 함께 했어요.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젬마 일로 하는 거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조명 아래 연기를 한다는 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지치기도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늘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요.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수지 ‘위키드’는 모든 여배우가 꿈꾸는 역할이에요. 물론 지칠 때도 있지만 할 수 있다는 걸 항상 감사해요.

젬마 릭스(왼쪽)와 수지 매더스는 ‘위키드’의 주연배우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으로 ‘가창력’을 꼽았다.

-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래된 만큼, 서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서로에게 감동받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젬마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때 수지가 절 구해줬죠. 라인을 바꾸고 대사를 바꿔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요. 너무 고마웠죠. 배우로서 가장 감동받은 순간이었어요.

수지 무대 위에서 2막 마지막 노래 ‘포 굿(For Good)’을 부를 때 매번 감동을 느껴요. 엘파바와 글린다가 이별하는 장면인데 가사 한 줄 한 줄이 공감이 돼요. 정말로 진심을 담아서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 매일 같이 공연을 하다 보니 컨디션 유지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평소엔 어떻게 지내시나요?

젬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됐어요. 쉬는 날에도 술이나 과식은 절대 안 해요. 운동도 하고 배우로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하죠.

수지 쉬는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보컬을 위해 차를 마시는 게 중요해요. 또 너무 쉬기만 하면 안 되니까 운동도 해요. 목을 아껴야 하니까 말을 되도록 안하려고 하고요.

- 언젠가는 ‘위키드’ 한국어 공연이 성사될 날이 오겠죠. 한국 팬들은 물론, 배우들도 ‘위키드’ 배역을 누가 따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많아요. 배우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뭘까요.

젬마 노래를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엘파바 역할은 소리를 많이 질러요. 때문에 쉽게 목이 쉴 수가 있는데 목을 최대한 아끼는 것도 중요해요.

수지 마찬가지로 노래를 잘해야겠죠. 꾸준히 연습해야 하고요. 특히 글린다는 재미있는 배역인 만큼,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게 필요해요. 항상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자기 자신이 느낌을 받아서 즐기는 게 중요하죠.

- 한국에선 뮤지컬계 스타가 TV, 영화에 진출하는 일이 많은데 혹시 다른 영역을 꿈꿔본 적은 있나요.

수지 아직은 기회가 없었지만, TV출연이나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요.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젬마 내 목소리, 내 음악이 담긴 앨범을 꼭 내고 싶어요.

- 오랜 시간 ‘위키드’에 출연해 이미지가 고정된 측면도 있을 텐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젬마 ‘고스트’의 몰리 역할이에요.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몰리 역할을 하고 있는 캐이시 러비(Caissie Levy)가 예전에 엘파바 역을 했던 배우에요. 목소리 톤도 비슷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지 저는 ‘레미제라블’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뭐든지 좋아요. 주연이든 앙상블이든 상관없어요.

[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 젬마 릭스는?

호주공연 초연 멤버로 최다 엘파바 출연기록(690회)까지 세웠다. 싱가포르 공연까지 더하면 무려 800회가 넘게 초록마녀로 살았다. 4살 때부터 무용 레슨을 시작해 18살에 팝 밴드의 리더싱어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위키드’가 처음으로 각색된 버전 일본 유니버셜 스튜디오 공연에서 엘파바 역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 수지 매더스는?

배우 휴 잭맨, 히스 레저 등을 배출한 아카데미 WAAPA(West Australian Academy of Performing Arts) 출신이다. 사랑스러운 노래와 연기, 뛰어난 외모로 일찍이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위키드’ 호주 초연 앙상블로 시작해 메인 글린다 역을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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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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