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등극’ 손연재 메달리스트급 수확
동메달에 약 0.2점 뒤진 결선5위 ‘초과’
에브게니아 등과 올림픽무대 위축 없어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 진출, 한국 리듬체조의 새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가 ‘2012 런던올림픽’ 결선에서 5위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1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28.050)-볼(28.325)-곤봉(26.750)-리본(28.350점)으로 합계 111.475점을 기록, 출전선수 10명 가운데 5위로 결선을 마쳤다.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타슈켄트 월드컵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점(112.900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올해 손연재가 출전한 모든 대회의 점수를 종합했을 때 ‘시즌 베스트’에 가까운 점수다.
실수로 26점대를 기록한 곤봉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에서 모두 28점을 넘었고, 총점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한 리우부 차카시나(벨로루시)의 총점 111.700점이나 4위 엘레나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의 총점 111.575점과 비교해도 각각 0.225점, 0.1점 정도의 근소한 점수차였다. 손연재가 이날 기록한 점수와 5위라는 최종 순위는 메달 획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성과라 할 만하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연재가 밝힌 개인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메달 획득이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직후에는 다음 목표로 2011년 몽펠리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지목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바람대로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서 11위로 신수지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지역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손연재가 밝힌 다음 목표는 런던올림픽 결선 진출이었다. 그리고 올해 월드컵 시리즈를 치르면서 손연재는 올림픽에서 결선진출에서 더 나아가 5-7위의 성적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게 됐고, 결국 런던올림픽 무대에서 실현시켰다. 이 같은 쉼 없는 전진의 과정 속에서 손연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후로 평균 26점대에 머물고 있던 자신의 종목별 점수를 27점대 중반부터 28점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2년 사이 종목별 평균을 2점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손연재는 성적 면에서 볼 때 지난 2년 동안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달성해 왔고, 런던올림픽을 통해 자신이 현재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다름없는 위상의 선수로 성장했음을 만천하에 증명해 보였다.
손연재가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얻은 대표적인 타이틀이 기량 면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타이틀이라면, 다른 면에서 손연재가 얻은 또 하나의 타이틀은 ‘월드스타’라는 타이틀이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무대, 특히 결선 무대에서 카나예바와 드미트리예바(이상 러시아) 등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거운 자리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연기를 펼쳤다.
다양한 표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빼어난 표현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연기가 끝난 이후 손연재에게 쏟아진 관중들의 박수갈채는 다른 결선진출 선수와 비교할 때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크고 열광적인 것이었다.
관중들의 열광적 반응 배경에는 손연재가 이날 결선 진출 선수 10명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선수이자 최연소 선수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손연재가 지닌 천부적인 스타성에 열광한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 리듬체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세계 리듬 체조계에 아시아 출신 월드스타가 탄생한 것.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과 함께 4년 후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해 손연재는 리듬체조 선수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2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나예바도 올해 22세다.
차기 올림픽까지 앞으로 남은 4년이라는 시간, 손연재는 쉼 없이 세계 각지를 돌며 리듬체조 선수로서의 삶에 충실할 것이다. 살인적인 식단을 앞세운 다이어트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는 강도 높은 훈련도 4년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그저 ‘리듬체조 좀 하는 아시아 소녀’에서 세계 리듬체조 팬들과 미디어가 주목하는 월드스타로 성장한 손연재가 앞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런던올림픽에서의 소중한 경험은 크나큰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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