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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갈등엔 질긴 악연 있었다


입력 2012.10.09 21:11 수정         김현 기자

김종인-이한구 숙정 악연, 안대희-한광옥 법정 악연

새누리당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각각의 악연(?)이 회자되고 있다.

현재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은 각각 이 원내대표 사퇴와 한 전 대표의 국민대통합위원장직 임명에 반발하며 보이콧을 하고 있는 상태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거취와도 연계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김종인-이한구, 숙정 악연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의 악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위원장은 당시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내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국보위는 사회정화 분과위의 주도로 ‘공직자 숙정’작업을 실시했다. 1980년 6월15일부터 시작된 공직자 숙정작업은 1980년 9월까지 장관 1명, 차관 6명, 도지사 3명을 비롯한 2급 이상 공무원 243명을 포함해 공무원, 국영기업체, 금융기관, 정부산하단체 등 각급 기관 127개 소속 임직원 8601명을 강제 사퇴시켰다.

국보위 재무분과위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당시 재무부 공직자들에 대한 숙정작업에 관여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이 당시 재무부의 핵심 보직에 있던 과장 3명의 숙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 때 숙정 작업에 의해 사퇴한 공직자 중 한 명이 바로 이 원내대표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재무부 이재과장이었고, ‘인사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 이 원내대표의 손윗동서가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이었던 점도 이 원내대표의 숙정 이유 중 하나였다는 후문이다.

갑작스럽게 퇴직을 당한 이 원내대표는 당시 신군부가 숙정 공무원 등에 대해 2년간 민간기업 취업제한 조치까지 내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의 숙정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내가 숙정돼야 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억울하게 숙정된 공무원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복직돼야 하며, 최소한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만이라도 주어져야 한다. 그 같은 구제조치가 불가능하다면 당시 숙정공직자의 개인별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의 공무원 시절 숙정에 관여했던 김 위원장이 또 다시 이번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로 이 원내대표를 겨냥하고 나선 셈이 됐다.

안대희-한광옥, 법정 악연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간 악연도 만만치 않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9월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당시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한 전 대표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한 전 대표를 법정에 세운 장본인인 셈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내용을 알고 있는 전 나라종금 김 회장이 지난달 양심 고백이 담긴 서신을 보내왔다”며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적도 없고, 당시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검찰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으며 법정에서의 진술도 각본대로 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애초 실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상황을 정치검찰이 조작해 ‘한광옥 죽이기’에 나섰던 정치적 탄압사건”이라고 했었다.

한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안 위원장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안 위원장이 한 전 대표의 영입에 대해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분주하게 뛰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박 후보의 중재로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이 질긴 악연의 사슬을 끊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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