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들자 국내로 돌아와 입시학원 거친 뒤 전문대학원 입학 증가세
유학생들“미국서 영주권없이 취업 불가능... 한국서도 학력 인정안돼”
최근 외국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위 과정을 밟는 한국 유학생이 줄어든 반면 유학생들이 되레 한국에 돌아와 국내 전문대학원 입시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학비부담과 국내에서 점차 외국 학력 인플레가 사그라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본지의 취재 결과 현재 유학생들이 외국 대학이나 대학원 대신 국내 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주된 원인은 외국 현지의 심각한 ‘취업난’ 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미국의 명문 코넬대학교를 졸업한 강모씨(26·여)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체감하는 실업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며 “특히 대학교나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전문 직종 분야는 좀처럼 외국인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지 않는다. 최소한 영주권이라도 소지해야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9%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강 씨는 이어 “결국 현지에서 취업에 실패한 유학생 친구들 대개가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왔다”면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예전만큼 외국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 씨는 “특히 요즘 한국도 실업문제가 만만치 않아 외국 학사 학위만으로는 일반 취업도 힘들다”며 “한국에 돌아온 유학생 대부분이 좀 더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해 의학대학원이나 법학대학원, 치의전문대학원 등 국내 전문대학원 입시에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를 졸업 후 1년 반 동안 국내 치의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해 합격한 박모씨(27·남)도 강 씨의 주장과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내년에 K대학교 치의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인 박 씨는 “사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치의대학교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학비도 너무 비쌌고, 학위를 획득한다고 해도 현지에서 취업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았다”며 “차라리 한국에서 치의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개인병원을 차리거나 소속 대학교의 전문의로 취직자리를 얻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뉴욕대학교 산하 치의대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일 년에 학비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반면, 국내 수위로 꼽히는 K대학교 치의전문대학원 1년 학비는 이보다 약 7배 저렴한 13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전문대학원에 들어가는 관문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학생들은 통상 혼자 공부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학원을 다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모된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해 학원수업비용과 기타 교재비, 스터디 비용을 포함하면 전문대학원 1년치 학비에 버금가는 돈이 소모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통상 학생들은 12월쯤 학원에 등록해 시험을 치르는 8월까지 기본 학원비만 600만원 이상을 쓴다”며 “그 밖에 식비나 기타 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1년 동안 쓴 돈을 합산하면 100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에서 오래 공부해 온 학생들의 경우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도 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고학력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 1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입시 준비기간이 1년이 넘어가면 비용은 수천만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며 “분명히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잔류하는 것보다 훨씬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학생들의 국내 전문대학원 입시 행은 점차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학관계자와 전문대학원 입시 학원 관계자들도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종로 YBM유학센터 복현규 유학사업부 본부장은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외국 대학교나 대학원 유학생 지원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내년에 발행될 출입관리사무소 측 통계에는 그 급감 폭이 더 크게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학생들 수가 급감한 것은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인한 학비부담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취업이 어려워 돌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외고 입시 전향도 바뀌어 중고등학교 유학생들도 줄어드는 등 유학업계의 불황이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촌의 한 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 관계자 역시 “최근 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돌아와 국내 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증가했다”며 “이들 대개 외국어 특기를 이용한 수시 전형을 노린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유학생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만큼 더 이상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전문대학원 입시에 큰 강점이 되는 것은 없다”며 “결국은 얼마만큼 자신이 하느냐에 따라 입시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 한국은행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현재 외국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위 공부 중인 유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보다 6.1%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수치로 외국에서 학위과정 중인 유학생은 2006년 11만3735명, 2007년 12만3965명, 2008년 12만7000명, 2009년 15만1566명, 2010년 15만2852명, 지난해 16만4169명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15만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도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해의 9만8296명보다 13.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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