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대통령' 지향 박근혜, MB와는 다른 행보
9일 대한상의 방문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강조
"99%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88% 고용 창출" 친중소기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소기업 챙기기’행보가 연일 화제다. 지난 대선 때부터 “경제 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해온 약속을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박 당선인은 9일에도 경제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를 찾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와 그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7일부터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중소기업 행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해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일정수준 이상의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분류하되 중견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을 만들어 별도로 지원 하겠다”며 “소위 ‘피터팬 증후군’은 종소기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중견기업이 되면 지원은 끊기고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형적인 칸막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회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과 함께 중견기업 육성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 박 당선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의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해준다면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데 있어서 현장 목소리만큼 중요한 건 없다. 거창한 구호보다 손톱 밑의 가시를 빼는 것이 급선무”라며 ‘3불(불공정, 불합리, 불균형)’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현장에서 겪고 있는 실질적 아픈 어려움과 고통을 제거하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문제도 돕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곳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활기찬 기업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박 당선인은 법인세 문제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취득세 감면은 당과 긴밀히 협조해 조속히 연장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기업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7일에도 첫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중앙회 분들이 계속하는 이야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창한 이야기에 앞서 중소기업이 정말 이런 것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잘 헤아린다면 상당히 (국민의)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첫 정책행보도 역시 ‘중소기업행’이었다. 지난해 12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전국경제인연합회보다 먼저 방문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지난 4일에는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일 첫 업무보고 부처도 역시 중소기업청으로 예정된 상태.
이렇듯 박 당선인 초반 행보가 ‘친중소기업’쪽으로 선명화 되면서 앞으로 대대적인 경제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기능, 업종에 따라 분산돼 있는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박 당선인이 이렇듯 중소기업 챙기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은 이 문제의 해결만이 경제와 복지문제를 쌍끌이로 이뤄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최고의 복지는 ‘고용’”이라고 말해왔던 만큼 대다수 국민에게 해당되는 중소기업을 부흥시키는 것만이 이 문제의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이라고 본 것이라는 해석.
그는 대선후보 시절에에도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9988’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9988’은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뜻이다.
취업난 속에서도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해결, 뿌리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 70%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이같은 행보에 정책금융기관들도 코드를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새해 예산편성 및 조직개편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 관련 예산을 늘리고 조직도 신설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박 당선인의 이 같은 중소기업 마인드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차별되고 있는 대목이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가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해왔지만, 이를 대하는 당선인의 시선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중소기업을 대하는 방점은 달랐다. 우리 경제구조의 중심보다는 대기업을 보조하는 하위단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종종 내비쳐왔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1년 9월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중소기업의 자립에 초점을 맞추는 발언을 했는데, “‘공생발전’에 대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해서도 많은 요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소기업의 문제점도 많이 있다. 중소기업도 기업다운 경영을 해야 한다”고 질책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또 “어려울 때, 자립한 사람이 성공한다. ‘의존해선 성공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만한 중소기업이 많으면 그때 제대로 대한민국 경제가 탄탄하게 된다”, “독일에 가면 그 기업 제품이 없으면 다들 꼼짝 못하는 그런 중소기업들이 많아 항상 부러워했다. 우리도 이제 그렇게 해 나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자력갱생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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