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반응 엇갈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글쎄' … 금융소비자단체는 '환영'
여야가 지난 17일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을 신설키로 합의한 가운데, 금융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여야는 “금소원 신설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해 정부측에 올 상반기 중에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고 합의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금융상품 가입자)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 등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금소원 신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14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항이다. 현재 금감원 내부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구인 금소원으로 독립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금소원 신설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특히 금융 감독기능을 전담해왔던 금융감독원으로선 소비자보호 기능이 떨어져 나가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최수현 신임 금감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소원 신설과 관련한 질문에 “금감원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기능을 전반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면서 “여야 합의에 따라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관련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담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금감원장은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국민검사 청구제도’ 도입 방침을 밝혔다. 외부 위원회 등을 만드는 방법으로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면 검사를 하겠다는 얘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같은 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쨌든 독립성은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부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 내에 둘 것인지, 밖에다 독립을 할 것인지는 아직 판단을 못 했다. 시간을 주면 고민해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업계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있겠느냐”면서도 마뜩치 않은 표정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금소원을 금감원에서 독립기구화 시키는 데 대해 “업계의 입장에선 감독기능이 이원화되는 것보단 일원화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너무 급하게 여러 제도를 추진함에 따라 각 제도마다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대표적인 게 국민행복기금”이라면서 “금소원도 너무 서둘러 추진하게 되면 그만큼 역기능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금소원 신설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금소원 신설에 따른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금감원이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 아니냐”며 “과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금융산업의 신뢰성을 제고하려면 금소원을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나아가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돈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모순점이 있다”면서 “이런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정부가 지원해서 정부 산하기관으로 신설돼야 한다. 그래야 금융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본적으로 금소원 신설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힌 뒤 “단지 금소원을 신설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부의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나와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자료요구권이나 검사요구권, 소비자고발권 등이 선언적으로만 들어가 있어 제대로 된 운용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면 일정기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금소원은 사실상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텐데, 한 기관이 수십만명의 민원을 바로 맞닥뜨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설되는 금소원은 현재 있는 소비자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을 NGO단체나 금융소비자단체들이 일정부분 걸러주고, 그러면서 민원도 줄여나가는 협력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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