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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은퇴' 꿈도 못꾸는 베이비부머


입력 2013.05.02 15:25 수정         김재현 기자

부모·자식 부양 부담 은퇴 시기 늦어져

베이버부머 은퇴자 중 다시 직장 찾는 비중 높아져

베이버부머 세대들은 은퇴 후 경제적 준비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중소기업 부장인 A씨(53, 남)는 요새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녀를 둔 A씨는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의 교육과 대학 졸업을 했지만 아직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첫째의 뒷바라지가 걱정이다. 여기에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부양 부담도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변변치 않은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A씨는 퇴직 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1억5000여원 정도다. 여기에 28평 아파트가 고작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뚝 떨어졌다. 경제적 형편을 위해서는 정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지만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지인들은 벌써부터 개인연금과 적금·펀드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는 은퇴 후 준비가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아 은퇴 후 노후 삶이 걱정이다.

1950~1780년대 한국 산업을 이끌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란 2차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A씨 처럼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는 경제적 형편, 은퇴준비 여부, 자녀의 출가, 돌봐야 할 부모 등을 고려해 언제 은퇴하는 것이 좋은지 깊게 고민 중이다.

하지만 베이비 부머는 이전 세대와 달리 생각치 못했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교육을 다 시켜놓긴 했지만 아직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 세대가 있다. 또한 의술의 비약적 발달로 기대수명이 길어진 노부모 세대를 돌봐야 한다.

이렇듯 이중고의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 부담을 진 세대라고 해서 베이비부머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은퇴 후 윤택한 삶을 기대하기는 커녕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채 노령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수 밖에 없는 실정에 처한 것이다.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미국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와 한국갤럽은 '2차년도 한국 베이부머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0년 1차년도 연구에서 조사됐던 패널들 가운데 3275명을 지난해 추적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년간 베이비부머들의 삶의 변화를 가족, 일, 건강, 재무, 라이프스타일 등 여덟가지 다양한 영역에 걸친 심층적 분석과 해법을 제시했다.

2일 조선호텔에서 한경혜 서울대 교수가 메트라이프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2차년도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다자녀 남성 부머 은퇴 걱정

남성 부머의 은퇴여부를 중심으로 보면 자녀가 많은 부머일수록 은퇴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남성 부머는 평균적으로 1.6명에 약간 못미치는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아직 은퇴를 하지 못한 부머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약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반면 은퇴한 여성 부머는 약 3명의 자녀를, 비은퇴 여성 부모는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자녀의 존재는 여성 부머의 노동공급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노부모의 생존여부는 부머의 은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은퇴 여부와 노부모 생존 여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례로 은퇴한 부머의 경우 15% 정도 양친이 생존해 있고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부머도 같은 수준으로 양친이 생존해 있다.

부모의 부친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는 아직 은퇴 못한 부머가 많은 반면, 모친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는 은퇴한 부모가 많았다.

베이비부머 은퇴자 '일'이 필요해

지난 2년 사이에 베이부머의 약 9%가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자에서 비취업자로 전환했다.

지난 2010년 1차 조사 당시 직장에 다니고 있던 2513명 중에서 225명이 2차 조사에서는 비취업자로 전락했다.

반면 비취업자 762명 중 27%(206명)가 지난 2년 동안 다시 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취업의 형태를 은퇴자, 실휴직자로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1차 조사 때 실휴직 상태였던 부머의 42.7%가 지난 2년동안 노동시장에 복귀했다. 1차 조사 당시 은퇴했다고 응답했던 부머의 24.2%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부머의 은퇴는 한 시점에서 완전 은퇴가 이뤄지기 보다는 주된 직종으로부터의 퇴직 후에 가교직업을 거쳐 완전은퇴로 진행되는 과정적인 특성을 보여줬다.

은퇴 후 경제적 준비 취약

그렇다면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경제적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지난 2년새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삶을 대비한 경제적 준비가 취약해졌다.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개인이 조정 가능한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축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한 경제적 준비 정도를 보면, 79.3%가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77.7%는 보험, 64%는 예금·적금을 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베이비부머의 38.4%는 개인연금에 가입했고 24.7%는 부동산을 통해 은퇴 후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2년 전과 비교해보면 개인연금, 보험, 예금·적금, 부동산 등을 통한 준비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2년새 은퇴 후 삶을 위한 경제적 준비가 취약했던 까닭에서다.

베이비부머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퇴 후 삶에 대비해 준비했던 영역들 중 개인이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축소시킨데 따른 결과다.

특히 부동산 영역에서의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최근 한국사회의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부동산은 베이비부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이다. 또한 반대로 부채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노후대비 자산으로서 부동산이 가지는 실효성을 위축시킨다.

더불어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이 부채부담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위험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노후소득보장은 어림없는 소리

은퇴 후 삶을 위한 경제적 준비의 중요한 지표는 은퇴 후 생활비를 얼마나 다양하게 준비했는지 여부다. 국가보장, 기업보장 그리고 개인보장의 3단계 보장을 갖추고 있는 비율은 14.1%에 불과했다. 2010년보다 비교했을때 수치가 약간 감소했다.

한편 국가보장이나 기업보장 없이 개인적 준비만을 하고 있는 비율은 13.4%에 이른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생활비 충당을 위한 저축 및 투자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은퇴 후 생활비 충당을 위한 저축과 투자를 '아직 시작도 못하거나(16.9%)', '상당히 미흡한 수준(41.9%)', 혹은 '계획이 없다(9%)'고 응답한 사람들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했다.

반면 이미 충분히 준비했거나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9%에 불과했다.

노후 소득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근로소득이 중·고령자의 중요한 소득원이라는 점에서 은퇴과정의 진행 혹은 은퇴 지속상태가 길어질수록 경제적 상황은 악화되고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준비가 힘들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중·고령자들에 대한 조기퇴직 압박으로 인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출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반면, 국민연금의 수급 새기 연령은 점진적으로 연장되고 있다.

따라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출 시기와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감소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부분연금제도와 같은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10년에 비해 소득은 감소한 반면 베이비부머 가계의 자녀 관련 비용 지출과 보건의료비 지출은 크게 증가했다. 자녀 양육 및 교육비 지출과 보건의료비는 각각 27%, 11% 모두 증가했다. 대신 여가비 지출은 14% 감소했다.

베이비부머의 대다수가 재무 교육 경험을 받은 적이 없고 금융 지식도 부족했다. 베이비부머 중 과거 재무 교육을 받는 경험이 있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금융문해력 문항에 대한 정답률은 35% 정도에 그쳤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높은 실업률, 대량은퇴, 부동산 경기 침체, 자영업자의 급증과 몰락 등 거시지표 상으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모습 속에 투과된 지난 2년간 베이비부머의 삶이 그리 녹녹치 않았다"며 "이들 삶의 변화의 방향성이 다소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개선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베이비부머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과 불평등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적 개입과 함께 마켓, 상품과 서비스, 제도 고안에 있어 베이비부머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상황과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는 차별화된 접근을 제안했다.

결국, 새로운 노년 사회를 개척해야 하는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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