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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강등 마다않은 박기춘 "신발끈 다시 맬것"

  • [데일리안] 입력 2013.05.14 18:45
  • 수정
  •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인터뷰>민주당 원내대표 임기 끝내고 서열 낮은 사무총작으로

"박대통령 외교에 흙탕물 윤창중 해법? 강한 조치 취하면 동정받아"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대 총선부터 18대 대선, 4월 재보선 등 굵직한 선거들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60년 전통’의 명맥과 ‘127명의 현직 의원’을 갖고 ‘제1야당’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겸 사무총장이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던 당을 맡아 지켜온 첫 지도부 인사가 박 원내대표였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합의 추대해 당의 기틀을 마련한 뒤 당 안팎의 갖가지 일을 도맡는 ‘살림꾼 역할’을 해왔다. 계파갈등이 심화된 당내 간격을 좁히기 위해 각 의원들의 입에 귀를 기울였고, 정부조직법과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 및 경제민주화 법안 등을 위해 정부와 새누리당과 때로는 각을 세우고, 때로는 협상했다. 14일까지 ‘137일의 행군’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가장 ‘정보가 많은’ 의원이자 ‘협상의 귀재’이며, 정부와 여당의 ‘저격수’로 불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여당과의 협상이 잦은 원내수석부대표도 2번이나 맡았던 전력이 있다. 이때까지 패배감에 젖은 당을 이끌어온 힘과 13일 ‘데일리안’과의 만남에서 뽐냈던 입담은 이에 근거한 셈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는 이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스캔들’에 대한 질의를 받았을 때 가장 낯빛이 어두워졌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패션 외교’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국가 전체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앞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예 강한 조치를 취한다면 동정을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인사 전반을 비롯한 청와대의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단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15일 ‘헌 옷’(원내대표직)을 벗고 ‘새 옷’(사무총장직)을 갈아입는다. 일각에서는 ‘서열 2위’에서 10위권 밖의 직을 받아들인 박 원내대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 옷’을 입을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그는 14일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긴 터널을 빠져나오나 싶었는데 당에서 혁신을 구체화하라는 임무를 줬다”며 “다시 신발끈을 동여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곧 원내대표직을 벗는다. 그동안 원내대표직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말해준다면.

“그동안 변화의 한복판에서 폭풍을 헤쳐 온 것 같다. ‘백언이 불여일행’이라는 각오로 믿음과 실행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역대 원내대표 중에서 임기 내 가장 많은 의원총회를 열었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고 자부한다.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만장일치 추대, 정부조직법 협상,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한 인사검증, 추경예산과 경제민주화 법안 여야합의 처리 등이다. 그러나 당 혁신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이것이 4월 재보선에서 한 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 마음이 아프다.”

-원내대표를 하면서 가장 잘한 것과 부족했던 것을 꼽는다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부터 ‘여야 격돌의 정치’를 ‘대화와 합의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정부 출범에 발목잡기 한다’는 비난과 당내외의 강경대응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인내·양보·결단으로 정부조직법을 타결했다. 그러나 ‘대화와 합의의 정치’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강한 야당’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 아직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한 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고,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더 반성하고 더 혁신하는 것만이 가야할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그동안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자웅을 겨뤄왔다. ‘카운터파트너’로서 이 원내대표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여야 원내대표는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이다. 자웅을 겨룬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박한 지식으로 문제의 본질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당 내 강경파의 입장을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대화와 합의의 자세를 견지한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관점을 갖고 있었고, 집권 여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유연한 자세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과 브레이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여야 간 협상이나 국회 운영이 표류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쉽게 생각한다.”

- ‘2기 원내대표’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국민의 시각에서 ‘대화와 합의의 정치’를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국민들은 정쟁을 원치 않는다. 대화와 합의를 통해 민생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내라고 명령하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성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의 정치를 실천하여 주길 바란다.”

- ‘김한길 체제’에서 사무총장직을 맡게 된 포부는.

“민주당을 살리는데 전력을 다하겠다. 며칠 전 김한길 대표가 사무총장직을 제의했을 때는 고사했다. 그러나 당내에 계파도 세력도 없는 김 대표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변화와 혁신의 폭풍 속으로 몸을 던지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민주당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자리에서 어떤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 ‘김한길 대표체제’의 당면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우리 국민들은 60년 역사의 민주당이 ‘민생을 책임지는 새로운 정치’를 수행하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정당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지도부는 이러한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더 낮고, 더 겸허한 자세로 당의 혁신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행태에서 벗어나 당의 인사와 조직, 살림을 챙기는 사무총장으로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여 뒷받침하겠다.”

- ‘김한길 대표체제’는 계파갈등 수습을 제1순위로 꼽고 있다.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계파갈등의 해법은 어떤 것인가.

“‘계파정치’란 사욕을 갖고 정치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새 지도부 자신들부터 사욕을 버리고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민주당 127명의 의원들이 계파청산을 결의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포함한 새 지도부가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 이번 전당대회 결과, ‘친노(친노무현)-호남인사론’이 깨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인사가 부재하다는 것에 따라 지도부의 고심이 큰데 지명직 최고위원 등에 호남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의하는가.

“지역과 자질 모두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정치적 열정과 과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인사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열정과 역량을 갖춘 인사를 찾다보면 호남 출신 인사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인해 신당 창당 등 야권재편에 대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안 의원으로 인해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어떤 영향을 받으리라고 보는가. 또 그 여파에 따른 민주당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안 의원보다 ‘안철수 현상’이 중요하다. 특히 민주당이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의 변화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 여부도 지금 시점에선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의 성공적인 혁신이 중요하다. 양쪽은 서로 해치는 경쟁이 아닌 야권 전체의 힘을 키우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다만 (이후에는) 함께 가야하지 않겠나. 안 의원이 우리를 끌어안든, 우리가 안 의원을 끌어안든. 덩치가 내가 크기 때문에 내가 끌어안아야 하지 않을까. (웃음)”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말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다만 ‘당의 스펙트럼’이 넓다보니까 눈높이가 자기 가슴에 맞는 사람이 있고, 허리쯤 바라보고 눈높이에 맞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당의 시각의 차이가 심하다. 이념과 철학이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자기 주장보다는 다수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이렇게 가기 위해선 요행술을 바라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 10월 재보선 때 야권연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리당은 (다른 야권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분열되면 해보나마나다. 그것을 제일 걱정하고, 그것이야말로 최악이다. 야권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야권도 선별적으로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전격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한복패션 외교’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국가 전체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수치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의 불통·밀봉·나홀로 인사가 낳은 예고된 참사이기도 하다. 다만 어느 정부든지 위기는 있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이 요구하는 것과 야당이 요구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앞서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아예 강한 조치를 취한다면 오히려 동정을 받게 된다. 정부가 국민이 바라는 것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접근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당에서 ‘청와대 참모진 전면사퇴’도 얘기하고 있는데.

“(누구든) 자기가 직접적인 잘못 없이 그만두게 되면 반드시 또 보상이 된다. 그리고 그 보상에 여야 없이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그게 바로 ‘사즉생’이다. 죽을 각오로 가면 살지만, 살겠다고 하면 오히려 죽는다. 인적쇄신 방안으로는 대통령이 만능이 아닌 만큼 불통·나홀로 인사를 좀 탈피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나. 윤 전 대변인에 대해서도 우리가 얼마나 안된다고 얘기했느냐.”

- 개성공단 사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개성공단은 ‘정상화’가 유일한 해답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의 씨앗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대화와 평화’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남과 북의 공동번영구역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강 대 강의 대결’을 멈추고,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대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 지역구인 남양주시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인구 60만 도시에 걸맞은 교통·주거·교육 등 기초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교통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최근 남양주 제1의 숙원인 지하철 4호선 연장사업이 정부 주도의 광역철도 사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제 조기 착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나가겠다. 뿐만 아니라 47번 국도 등 현재 건설 중인 도로망의 조기 완공을 위해 거미줄 같은 교통망 확보에 박차를 가해 나아갈 것이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양주는 과도한 수도권 규제로 인하여 4년제 대학이 전무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교육여건으로 인한 손실이 매우 크다.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를 조속히 해소해 정상적 교육여건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 1년 동안 ‘3선 의원’으로 지내온 소감을 말해달라.

“정치는 당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다. 낡은 이념갈등, 계파갈등이 국민들 삶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 민생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정치, 말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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