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관심은 떠났어도 남은 상처는...
윤여준 "책임 안지고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하고 있어"
여권 일각 "윤창중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향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국을 뒤덮은 ‘윤창중 파문’의 불길이 사그라지자, 흐트러졌던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정책추진을 통해 난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동시에 ‘제2 윤창중 사태’ 방지를 위한 공직자 기강확립을 거듭 주문했다. 사태를 덮는 것이 아닌 공직자 기강확립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24개국 재외공관장과 가진 ‘국정운영방향 공유를 위한 간담회’에서 “앞으로 공직자들은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근무기강을 바로 세워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치고 국정 운영에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롯한 4대 국정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완된 정부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고 국정방향을 바로 세우는데 방점이 찍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는 박근혜정부 5년 국정철학과 4대 국정기조, 140개 국정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공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이 보상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악순환이 반복돼 왔지만,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더 이상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핵무장과 경제발전의 병행이라는 목표가 불가능한 환상이라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단호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재외공관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가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 대접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재외국민들이나 동포들의 애로사항을 도와주는 일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재외공관에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서 이런 비판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나지 않은 '윤창중 후폭풍'…"수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상처 치유 안 돼"
박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면전환에 나섰지만, ‘윤창중 파문’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야당에선 집중공세를 펴고 있고, 윤 전 대변인은 김포 자택에 칩거하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찰의 수사방법 및 수위 문제도 남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창중 파문의 불길은 잡혔지만, 불씨의 ‘열기’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했다.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지 ‘완전연소’는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1일 SBS라디오에 출연, 박근혜정부를 겨냥 “그냥 시간을 끌면 국민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 그러면 잘 수습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겉으로 보기에는 (윤창중 파문이) 수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국민들 가슴속에 남은 상처는 치유가 잘 안 될 것”이라며 “별 책임을 안지고 넘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절대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은 지난 2004년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선대본 부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난국을 돌파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탈당하려는 윤 전 장관을 만류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윤창중 인사는 절차를 밟았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인사권자다. 인사권을 쥔 책임자로서 그런 구차한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책임만 느끼는 소리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또 “자기 잘못을 깨달은 것 같은 모습은 안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 때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내부 회의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한 형식도 마땅치 않다”며 “그나마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했던 신뢰와 원칙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여권 일각에선 '윤창중 사과' 기대…"본인이 참모라면 나서서 책임질 것"
결국 윤창중 파문의 불씨를 가장 빠르게 ‘완전연소’시킬 수 있는 것은 윤 전 대변인 본인이다. 여권 일각에선 윤 전 대변인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하고 있다. 본인의 변명만 늘어놓은 기자회견이 여론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던 만큼, 진화 역시 스스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대통령을 보좌하던 참모라면, 본인이 나서서 이 사태를 책임지고 사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이 이번주 중에 사과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이 집에서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과 허태열 대통령실장의 사과를 보고 들었을 것이고,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라며 “개인 윤창중이 아닌, 대통령의 참모라는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승세가 꺾인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당분간 저공비행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3~16일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간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2.8%p 하락한 53.1%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선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51%로 지난주 보다 5%p 떨어졌고,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27%로 같은 기간 10%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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