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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SM5 TCE, '터보'에 들인 50만원 가치는?


입력 2013.05.26 12:14 수정 2013.05.27 11:03        박영국 기자

저속→고속 순발력 뛰어나…시내 구간에서의 '딸꾹질'은 터보의 숙명일까

SM5 TCE 주행장면. 스포티한 느낌의 범퍼 하단 돌출부는 디자인이 바뀐 게 아니라 정품 스포츠팩으로 프론트 스커트를 장착한 모습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이 2000만원대 중후반의 돈을 쥐고 새차를 알아보는 남성들의 시선을 SM5로 돌릴 만한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았다. 1.6ℓ 터보 엔진을 장착한 SM5 TCE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다소 얌전하고 무난한 편이었던 SM5의 이미지를 깨고, 그동안 썩 우호적이지 않았던 젊은 남성층을 르노삼성 전시장으로 이끄는 데 있어 '터보'는 분명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과연 배기량을 줄인 대신 터보를 장착한 SM5 TCE는 어떤 퍼포먼스를 발휘할까.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강원도 춘천 산토리니까지 왕복 약 200km의 거리를 SM5 TCE와 함께해봤다.

일단 외관 이미지는 타이어 안쪽 부분(휠)이 좀 더 비싸보인다는 것과, 머플러가 양쪽으로 두 개 달린 것 외에는 기존 SM5와 크게 다를 게 없다(일반 SM5보다 좀 더 튀게 보이는 엠블럼 디자인도 차별성이라면 차별성이겠다).

시승차로 제공된 차량들은 얼핏 보면 일반 세단보다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줬지만, 알고 보니 정품 스포츠팩(앞·뒤범퍼 하단 및 측면 하단 스커트와 에어스포일러 등)을 장착하고 있었다. 기본으로 출고되는 차량은 기존 SM5와 사실상 동일하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아니고, 풀체인지는 더더욱 아닌 차량인지라 디자인적 차별화 여부를 가지고 얘기를 오래 끌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성능이다.

'터보'의 퍼포먼스와 '다운사이징'의 한계 공존

처음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은 다소 가벼운 감이 있다. 살짝 밟아도 차가 툭 튀어나가는 상황이 자주 벌어져 시내 도로에서는 차량 흐름에 맞춰 일정한 속도를 내기 힘들다. 가속페달에 얹은 오른 발목의 힘을 조절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고출력 엔진 차량의 넘쳐나는 힘을 운전자가 주체 못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보다는 저속에서부터 오버페이스를 하는 느낌이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가진 일종의 특성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중형 세단의 쓰임새에 걸맞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이 잦은 소비자라면 이 차의 딸꾹질(?)이 상당히 신경 쓰일 수도 있을듯 하다.

고속 구간에 접어들면서 터보차저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저속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가속에서는 확실히 순발력이 뛰어나다. 적어도 2.0ℓ급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중형차들보다는 월등히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

가속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터보랙(엔진 회전수 변화시 나타나는 배기압 반응 지연현상) 때문이건,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특성 때문이건, SM5 TCE의 파워트레인 특성상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오히려 속도가 올라가는 도중 한두 번 이뤄지는 진동이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아쉬운 건 그 다음이다. 시속 100km 전후로 주행하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일 때는 '터보'라는 단어가 지닌 터프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앞차와 상당한 거리가 확보됐을 때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봤지만, 속도가 더 이상 빠르게 오르지는 않는다. 결국 속도계가 여섯 칸 정도 더 오른 시점에서 가속 시도를 포기했다.

SM5 TCE의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으로 일반 2.0ℓ 가솔린 SM5(141마력, 19.8kg.m)보다 확실히 월등하다.

특히 토크는 2000rpm에서부터 최대로 발휘되기 때문에 최대토크가 4800rpm에서부터 나오는 2.0ℓ 가솔린 모델에 비해 순발력은 월등하다. 하지만, 이미 저회전 구간에서부터 보여줄 건 다 보여준지라, 운전자가 좀 더 큰 힘을 원할 때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레이크는 '확 잡아주는' 느낌 보다는 다소 밀린다는 느낌이 더 강했지만, 기존보다 높아진 출력을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르노삼성은 SM5 TCE에 한 차급 위인 SM7과 동일한 브레이크를 장착했다고 하니 제동성능에 큰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SM5 TCE 뒷모습. 듀얼 머플러와 우측 'XE' 엠블럼이 일반 SM5와의 차이점이다. ⓒ르노삼성자동차

SM5 2.0 LE 대비 50만원 비싸지만…기름값 8만원, 세금 10만원 절약

SM5 TCE의 상품 가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은 이 차에 터보차저를 단 이유가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함이 아닌, 경제성 측면의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출력 손실을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비교 대상을 끌어오자면, 현대차 쏘나타 터보의 경우 기존 2.0ℓ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배기량을 유지하면서 월등한 동력성능을 확보한 대신, 연비에서는 상당한 손실(12.1km/ℓ에서 10.3km/ℓ로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SM5 TCE는 기존 모델보다 작은 1.6ℓ급으로 엔진 사이즈를 줄인 대신 터보차저를 장착해 쏘나타 터보보다 동력성능의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연비에서는 손실을 보지 않고 오히려 조금이나마 향상(12.6km/ℓ에서 13.0km/ℓ로 상승)됐다.

애초에 기름값 걱정 없이 마구 밟으라고 만든 차가 아니니 동력성능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서는 안된다. 적어도 기존 SM5 2.0ℓ 가솔린 모델보다 뛰어나니, 동력성능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줘도 될 듯 하다.

다운사이징의 이유인 경제성 측면의 평가도 필요하다. 흔히 다운사이징 모델을 내놓는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저감과 친환경성(CO2 배출량)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엄밀히 말하면 둘 다 경제성과 연관된다.

일단 연비 측면에서는 SM5 TCE가 일반 SM5보다 높긴 하지만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긴 했지만, 터보차저를 달아 일반 1.6ℓ급 엔진보다는 연료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두 모델의 차이는 고작 0.4km/ℓ다.

중형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인 1만7377km(르노삼성 자체 조사 기준)를 똑같이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연비 13.0km/ℓ의 SM5 TCE와 연비 12.6km/ℓ의 일반 SM5간 연간 주유비 차이는 8만원(휘발유 가격 1900원 적용)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경제성을 크게 어필할 수는 없다.

대신, 다운사이징 엔진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제조사들이 친환경성을 강조한다지만, 그들도 CO2 배출량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크게 잡아끄는 요소는 아니라는 점(불편한 진실이지만)을 모를 리 없다. 친환경 운운하는 것은 곧 세금이 싸단 얘기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한다. 물론, 배기량이 낮으면 세금도 싸다. 르노삼성 측은 1.6ℓ급인 SM5 TCE가 2.0ℓ급 SM5에 비해 연간 10만원 가량 세금이 저렴하다고 밝혔다. 연비보다 오히려 세금 측면에서 경제적 우위가 크다.

다만, 르노삼성은 SM5 TCE의 엔진을 닛산으로부터 사다 장착하는 처지인지라, 디테일한 배기량을 국내 세금 부과 등급 기준에 맞추지 못해 다소 손해를 봤다(물론, 르노삼성 측은 엔진과 변속기, 바디의 최적 조합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국산 1.6ℓ급 차의 배기량은 대부분 1600cc에 미치지 못한다. 1.6ℓ 등급 기준이 1600cc 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M5 TCE의 배기량은 1618cc로 기준을 넘어버렸다. 19cc만 더 낮았더라면 세금을 더 낮출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SM5 TCE 내부. '블랙-화이트' 인테리어가 특색이다.ⓒ르노삼성자동차.

마지막으로 차량 가격을 비교해보자. SM5 TCE 가격은 2710만원이다. 기본 장착되는 편의사양은 SM5 2.0 LE트림(266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두 모델간 가격차는 50만원이다.

2.0ℓ가솔린 엔진보다 비싼 1.6ℓ 터보엔진과 뉴엑스트로닉 CVT 변속기보다 비싼 게트락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하고, 브레이크와 알루미늄 휠, 머플러에도 좀 더 돈을 들인 점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이 SM5 TCE를 팔면서 딱히 더 돈을 남겨먹을 것 같지는 않다.

좀 더 뛰어난 동력성능과 연간 20만원(유류비와 세금을 포함한) 가량의 비용절감을 감안하면, 50만원의 초기 투자비용은 결코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00만원대 중후반의 국산 중형차들을 놓고 고민 중이고, 터보의 다소 낯선 느낌을 이질감이 아닌 신선함으로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SM5 TCE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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