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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안철수? 정치 배우려면 30년 더 있어야"


입력 2013.06.09 10:06 수정 2013.06.09 17:08        김지영 기자

<인터뷰>"기본적으로 절실함도 없고 정치에 대한 촉이 없다"

"국민들 대통령이 잘하니까 민주당 비판은 커녕 관심도 없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최고기온이 30도에 달했던 지난 5일 낮 갈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펄펄 끓는 샤브샤브 육수 앞에서도 꽤 한참 동안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지난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문화제에서 “조명이 너무 밝다”며 어색하게 쓰던 선글라스가 이젠 제법 어울린다.

2년 전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진행할 때만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내뱉었던 정 전 의원이지만, 이날만큼은 배려심이 넘쳤다. 당초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 PD가 진행하는 국민TV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보다 알찬 인터뷰를 위해 방송 시간까지 미루는 ‘꼼꼼함’을 보였다.

다만,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터뷰 진행에 애를 먹기도 했다. 본보의 당초 인터뷰 목적은 나꼼수 등 논란거리에 대한 정 전 의원의 생각을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나꼼수와 관련해 자신의 말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나꼼수에 대한 발언은 가급적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정 전 의원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 아직까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또 멤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뿐이다.

결국 나꼼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신 정 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에 대해 독설을 쏟아냈다. 특히 안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를 배우려면 한 20~30년은 있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촉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공무원 노조 강연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노원병신’으로 표현했던 것도 허언은 아니었다는 듯, 정 전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정치의 정무적 능력이라는 건 절실할 때 나오는 건데, 안 의원은 정치에 대해 절실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전 의원은 4년 6개월 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그는 “(피선거권이 회복되는) 9년 6개월 뒤 대권을 노리느냐”는 질문에 능청스럽게 “뭘 9년 6개월까지 가느냐. 복권이 되면 4년 6개월이지”라며 “뭘 그렇게 멀리 봐? 아주 그냥 시야가 넓은 사람들이네”라고 답했다.

"안철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절실함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먼저 정 전 의원은 안 의원에 대해 절실함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 의원이 얼마 전엔 목숨 걸고 정치한다고 말했던데, 목숨을 거는 건 개인의 목표와 야망을 위해서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절실함을 갖고는 대통령이 못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 의원이 맨날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얘기하는 국민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안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의 모호함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 공무원 노조 특강에서 안 의원을 ‘노원병신’이라고 표현했던 것과 관련해 “거긴 넓지 않은 공간이었고, 공무원 노조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편하게 가서 얘기한 것”이라며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 언론사 시민기자가 그걸 녹음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그렇게 기자가 있는 공식적인 자리였다면 그런 얘기를 안 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론 내가 예측을 잘못 한 것”이라며 “솔직히 나는 (안 의원이 선거에서) 안 될 줄 알았다. 지역 재보궐선거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의원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 ‘노원병신’ 발언이 문제가 되자 “뜻은 숨어버리고, 행태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인 제공을 한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결점을 노출하지 않는 안 의원의 행태를 지적하며 안 의원을 “‘노원병’의 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 ‘노원병신’”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 전 의원은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국민들은 민주당이 뭘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워낙 대통령이 잘하니까”라며 “지지율이 올랐으면 잘하고 있는 거다. 우리의 눈이 아닌 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반대로 민주당은 지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정치고, 우리가 말하는 진보인데, 민주당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오히려 내가 봉화에 가서 협동조합을 통해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정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들이 민주당에 관심이 없다. 당대표를 어떻게 선출했느냐”면서 “국민의 참여를 막아놓고 선출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배제시켰는데, 그러면서 국민에게 지지를 해달라고?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번에 모바일투표도 없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엄밀히 말하면 지금 국민은 민주당이 잘못하기 때문에 비판하는 게 아니다.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관심을 가져야 지지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할 텐데, 당대표 만들 때부터 관심 갖지 말라고 했으니... 지금 민주당은 어떻게 국민의 바다에 민주당을 던질 것인가, 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베는 자유를 잘못 배웠다. 급하다고 노상방뇨하면 그게 자유인가"

이와 함께 정 전 의원은 나꼼수가 추구했던 목적을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의 행태에 비교해 깎아내리려는 시도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나꼼수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삼가려 노력했지만, 나꼼수를 통해 이루려 한 목적까지 폄하하는 건 정 전 의원에게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

그는 ‘경향신문’이 최근 기사에서 나꼼수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를 동급으로 다룬 것과 관련해 “경향신문이 그렇게 기사를 썼다면 그건 완전히 잘못 쓴 것”이라며 “그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나꼼수를 했다면) 1000만, 1500만의 청취자가 다운로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오히려 경향신문에선 나꼼수 현상을 질투하는 것 같다. 자기들은 못한 거거든. 나꼼수는 그쪽이 못 받은 민주언론상도 받고 그랬지 않았느냐”며 “객관적 사실을 거는 노력과 자기의 의견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자기의 뜻을 객관적 사실인 양 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일베 이용자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잘못 배웠다. 걔네가 자유와 방임을 헷갈려 하는 것”이라며 “급하면 길거리에서 노상방뇨하면 되는 거고, 그게 어떻게 자유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 전 의원은 종편채널 JTBC의 ‘썰전’을 ‘예능’, ‘나꼼수의 TV판 아류’로 표현하며 앞으로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정치를 가벼운 주제로 다루는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썰전은 예능이다. 정통시사나 정통정치면 몰라도 내가 다시 예능으로 갈 수는 없다”며 “나꼼수는 약간의 예능적 요소에서 벗어나온 건데, 나꼼수를 부정하는 건 아니고 정통시사나 정통정치면 내가 한다. 근데 그건 나꼼수의 TV판 아류 아니냐. 아류는 영원한 2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데 가벼운 정치가 나쁜 게 아니다. 접근방식이나 행태는 가볍고 재밌어야 하지만 주제를 가벼운 걸로, 예능처럼 다루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썰전은 얼마 전에 보니 안철수 의원이 연구소 만들 걸로 얘기를 하던데, 자기들끼리 가십거리로 삼아 토론하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이어 “만약에 안철수 문제를 나꼼수에서 다뤘다면 안철수의 정치철학에 대해 굉장히 심도 있게 파헤쳤을 것”이라며 “나는 말을 재미있게, 접근을 가볍게 하는 것에는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주제 자체를 정통으로 갖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통 중의 정통인 MB를 저격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진영논리에 빠지면 가장 좋아하는 건 보수"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진영논리에 빠져 편 가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진영논리에 빠지면 제일 좋은 건 저쪽(보수)이다. 진영논리에 빠지면 보수가 100년을 집권한다”며 “하지만 진보진영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지지 세력을 이끄는 지도자가 먼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일반 대중은 더욱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지도자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진영논리 때문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걸 지도자가 먼저 깨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특히 정 전 의원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나 성찰 없이 정치를 하거나 운동을 끌고 가면 김문수, 이재오처럼 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동기와 개인적인 목표로 운동과 정치를 하면 그렇게 변절하고, 죄책감이 없다. 안 의원이 지금 정치를 개인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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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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