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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수입차 공세 방어' 안간힘


입력 2013.06.27 13:21 수정 2013.06.27 15:16        박영국 기자

현대차 이어 기아차 수입차 비교시승 센터 운영

언론 대상 시승차량 규모도 확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BMW 520d, 폭스바겐 파사트,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한국닛산, 혼다코리아, 한국토요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현대·기아차가 '텃밭'인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는 수입차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6일 서울 압구정동 기아차 사옥에서 '서울강남 드라이빙 센터' 개소식을 열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차량과 수입차 비교 시승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곳에서는 K5, K7, K9, 스포티지R, 쏘렌토R 등 기아차 5종과 BMW740i, 렉서스ES350 등 수입차 2종을 구비해 놓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비교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기아차는 이번 서울강남 드라이빙 센터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전국 17곳에 센터를 구축해 BMW, 벤츠, 폭스바겐, 토요타의 주요 모델들과 자사 차량들을 비교 시승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은 이번 드라이빙 센터 설립을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맞서기 위한 것"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같은 수입차 비교시승센터 운영은 현대차가 원조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등 전국 7개 지역에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올해는 센터를 9개로 늘리고 소비자들에게 자사 차량과 경쟁 수입차를 2박 3일간 빌려주는 이벤트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형님'인 현대차가 먼저 시작하고 '동생'인 기아차가 뒤따르는 격이다.

'시승기회 확대'는 비단 소비자만이 타깃이 아니다.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승차량 운영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새로 출시된 차종만을 대상으로 출시 이후 약 2개월간 시승차량을 운영해 왔지만, 현대차의 경우 최근 들어 출시된 지 오래된 기존 차종들까지 시승차를 확대하며 운영대수를 늘렸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정책 변화는 수입차들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을 대변해준다.

국내 시장 성장은 정체, 수입차 점유율은 확대…위기감 반영

국내 수입차 연간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 2011년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12년에도 전년 대비 24.6% 증가한 13만858대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1~5월 6만1695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19.4%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이 정체,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시장 성장은 멈췄는데, 수입차는 계속해서 고성장을 기록하니, 수입차 업체 점유율은 확대되고, 완성차 업체는 그만큼의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가장 무서운 상대는 BMW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이른바 '독일 빅4'다. 전체 수입차 시장의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들 4개사는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와 독일 특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퍼포먼스에 고연비 선호 추세 속에서 각광받고 있는 디젤 모델들을 주력으로 내세운 장점까지 더해 현대·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모델별 판매량에서 베스트셀링카로 군림하고 있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은 중형 차급이지만, 고급 브랜드이미지를 앞세워 제네시스와 K9 등 현대·기아차의 고가 대형 차종들이 움켜쥐고 있던 럭셔리 세단 시장을 이미 상당부분 빼앗아 갔다.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 4000만원대 준중형 라인업은 그랜저, K7에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차 서울지역의 한 영업사원은 "영업 현장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는 BMW 3시리즈"라며, "5시리즈의 경우 이미 시장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지만, 3시리즈는 앞으로 그랜저 정도를 살 수 있는 고객들을 끌어갈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인 BMW, 벤츠, 아우디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중 브랜드 폭스바겐은 좀 더 넓은 차급에서 현대·기아차에 위협이 될 수 있다.

3000만원대 후반 가격대의 중형차인 파사트는 그랜저·K7과 소비층이 겹치고, 3000만원대 초반부터 판매되는 준중형 해치백 골프는 쏘나타·K5 구매자가 조금만 더 눈높이를 높이면 바라볼 수 있는 차종이다. 여기에 2000만원대 중반 가격의 소형 해치백 폴로까지 국내 상륙하며 전선(戰線)을 확대했다.

독일 브랜드에 비해 가격으로 어필할 여지가 더 높은 일본 브랜드들도 만만치 않은 위협이다. 특히 토요타는 캠리와 프리우스 등 주력 차종에 대해 200~400만원의 가격 할인까지 단행하며 현대·기아차의 경쟁 모델과의 가격차를 낮췄다.

캠리 2500cc 가솔린 모델의 경우 300만원 할인을 통해 실구매 가격이 30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이는 쏘나타 최상위 트림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초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2013 한국 올해의 차'를 토요타 캠리에 내준 것은 현대·기아차로서는 뼈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 우위 증명보다 수입차 환상 깨는 게 목적

그렇다면 수입차 비교시승 등이 현대·기아차가 수입차 돌풍을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까.

사실 현대·기아차 카마스터의 편파적인 설명이 곁들여진다 하더라도 현대·기아차의 차량들이 시승을 신청한 소비자에게 독일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보다 성능에서 우위를 어필하긴 힘든 일이다. 오히려 현대·기아차 차량들의 비교 열위만 증명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측은 지난 1년여간 현대차가 진행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 운영을 통해 충분한 효과를 얻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입차 증가 추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못 타본 차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도 크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수입차 비교시승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직접 비교 시승해 봐도 큰 차이가 없음을 증명해 수입차에 대한 환상을 깨고, 국산차 대비 월등히 높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보다 인테리어나 편의사양 등 세세한 부분이 차량을 평가하는 더 큰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현대·기아차의 차량들이 비교시승을 통해 수입차 대비 우위를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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