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대체조항 없어 3년 간 '시위 대한민국'
'바른사회' 토론회 "헌법질서 무너트리는 시위 엄단 기준 마련해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이하 집시법)'의 헌법불합치 결정 후 야간집회가 하루에 7번꼴로 열리는 등 공공성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 후 3년이 흐른 현재까지 곳곳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오고 문화재 근처에 시위대의 천막이 자리잡는 등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시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집시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로서 집회를 인정하는 한편 헌법질서를 무너트리는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강경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른사회시민회가 경찰청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의 효력상실 이후인 2010년 7월 1일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 전체 집회시위 중 야간집회는 총6695회 발생했다.
집회 개최시각도 밤 10시 이후가 26.8%로 조사됐고, ‘밤샘 농성’도 6.7%였다. 야간집회로 총 838건의 민원이 발생했고, 이 중 소음민원이 79%에 달했다.
또한 야간 불법폭력집회 발생률도 높았다. 야간 불법폭력집회는 총 50회로 전체 불법폭력집회 115회의 43.3%를 차지했다.
“곳곳에서 울리는 장송곡.. 문제 없나?”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9년 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야간집회 자체에 대한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야간집회’, ‘2011년 내내 한미FTA 반대 시민단체들의 야간집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 야간집회’, ‘반값등록금 촉구 야간집회’ 등의 시위로 인해 시민들이 퇴근길 불편을 겪었고, 주변상가의 영업피해도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간이라는 특성상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간의 집회 중 불법폭력으로 발생한 경찰 부상자 수는 총 254명이고, 이 중 야간집회 시의 부상 경찰관 수가 176명으로 69.3%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이는 야간집회 시에 시위대의 폭력성이 증대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야간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보다는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한다”며 “주거지역이나 병원의료시설, 상가밀집지역 문화재 보호 군사지역 등의 야간 집회를 금지하고 야간 확성기와 음주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입법이 국회의 존립 목적인데, 중요한 집시법을 3년 넘게 보류하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집회시위가 불법적인 형태로 자리잡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민주 정치의 실현에 있어서 불가결한 사항”이라며 “다만 야간집회 성격상 공공질서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직접적인 성격이 있어서 기본권에 비해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0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시위는 1만1000건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최대 12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보고서를 제시하며 시위로 이한 사회적 비용손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야간집회 시 복면금지, 옥회집회 촬영, 채증활동, 무기휴대금지 보완 필요"
서정범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집회는 우리처럼 군사정권을 거친 나라에서 민주주의 발단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시대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집회의 순기능만을 강조해서 역기능을 간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적절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집시법 제 10조를 지적,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가 입법을 늦추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복면금지, 옥외집회의 촬영, 채증활동, 무기휴대금지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는 외국의 집회사례와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며 법집행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시위자들은 불법을 저질렀다가는 당장 체포된다”라며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공권력의 집행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1인 시위를 진행할 때 엠프 등을 사용하는 것을 제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동가요를 틀어놓는다”며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 여러사람이 피해를 보는데 처벌은 못한다”고 했다.
‘시위명소’인 대한문 인근 어학원 수강생들의 고충도 지적됐다. 그는 “대한문 옆 중국어학원이 있는데, 저녁 6시만 되면 온갖 단체가 집회를 벌여 9시까지 이어진다”며 “짬을 내서 밤에 공부를 하러 온 수강생들은 시끄러워서 공부가 안 된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불편사항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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