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i40 가격인하…캠리·골프 견제?
그랜저 100만원, i40·i40 살룬·벨로스터 각 30만원 인하…파노라마 선루프 10만원 인하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i40, i40 살룬, 벨로스터 등 4개 차종의 가격을 최대 100만원까지 낮췄다. 한-EU FTA 추가 관세인하 효과를 앞세운 독일차와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차 등 수입차 브랜드들의 공세에 대응하는 가격 정책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오는 8일부터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i40 D-Spec(디-스펙) ▲i40 살룬 D-Spec ▲벨로스터 D-Spec 등 4개 모델(트림) 가격을 인하한다고 7일 밝혔다.
인하 가격은 그랜저는 100만원, 나머지 차종은 각 30만원씩으로, 매월 한시적으로 실시되는 가격 할인과는 달리 기본가격 자체를 낮추는 가격인하다.
이번 가격인하는 수입차 공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7만4487대로 전년 동기대비 19.7%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완성차 5사 판매대수는 2.7% 줄었고, 현대차도 0.8%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들은 엔저효과를 앞세워 자동차 가격을 수백만원씩 할인해주고 있고, 유럽차 브랜드 역시 7월부터 적용되는 한-EU FTA 추가 관세인하 효과를 반영해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현대차가 이번에 가격인하에 나선 차종은 고성능 사양을 갖춰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한 모델로, 독일 및 일본 브랜드의 주력 차종들과 수요층이 겹친다.
그만큼 수입차에 소비자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차종들이고, 가격 인하를 통해 이탈 고객을 막겠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그랜저 고성능 버전 가격 낮춰 캠리·파사트 등 수입 중형 세단 견제
가격대나 수요층 측면에서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모델은 일본차 최고 인기모델인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와 폭스바겐의 인기 중형차 파사트가 경쟁 상대다.
3.3 셀러브리티는 그랜저 라인업 중 가장 높은 배기량의 엔진과 고급 사양을 장착한 최상위 트림으로, 294마력 3.3ℓ GDi 엔진과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19인치 알루미늄 휠 등을 갖췄다. 기존 4093만원이었던 가격이 이번에 100만원 인하되면서 3993만원으로 3000만원대 후반이라는 상징성을 얻게 됐다.
그랜저는 준대형 차급이지만, 수입차 중 경쟁자는 토요타 캠리와 폭스바겐 파사트 등 중형 세단이다.
토요타 캠리 라인업 중 고성능 모델인 3.5 가솔린 모델의 경우 가격이 4300만원이지만, 한국토요타가 최근 400만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실제 구매가격은 3900만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가 이와 비슷한 배기량과 마력수를 갖춘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가격을 3900만원대로 맞춘 것도 토요타의 할인 프로모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캠리 못지않게 많이 팔리는 수입 중형차인 폭스바겐 파사트 역시 4140만원짜리 디젤 모델이야 연비 등의 강점으로 차별화된다고 쳐도, 3810만원짜리 2.5 가솔린 모델은 그랜저 3.3 셀러브리티와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그랜저 상위트림 소비자들이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 등 차급을 준중형까지 낮추더라도 럭셔리 고성능 수입차로 이동하는 추세도 현대차로 하여금 그랜저 가격 인하에 나서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i40 ‘30만원 인하+50만원 할인 = 80만원↓’…“7세대 골프 열풍 잠재운다”
i40의 경우 차종 특성상 해치백인 골프와 수요층이 겹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형 왜건(왜건은 해치백보다 2열 뒤쪽 적재공간이 더 길다)인 i40보다는 준중형 해치백인 i30를 골프의 경쟁 차종으로 내세우고 싶겠지만, 브랜드 프리미엄이나 성능, 가격 등을 종합하면 i40가 골프의 상대다.
원체 규모가 작은 시장인지라, 수입차가 월간 수백 대의 소비자만 끌어가도 i40로서는 타격이 크다. 올 상반기 i40의 월평균 판매실적은 5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7세대 골프가 출시됐다. 기존 6세대 모델보다 최대 120만원까지 낮춘 2990만~3690만원으로 국내 판매가를 책정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올 하반기 판매목표는 3000대로, i40의 올해 6개월간 실적(3026대)과 정확히 일치한다. 구형 골프도 재고 소진 전까지 월간 300대 이상은 팔렸던 모델이라 7세대 골프는 현대차로서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드라이빙 성능 면에서 명성이 높은 골프에 대항할 상대는 i40 중에서도 서스펜션과 핸들링을 강화한 최상위 트림 D-Spec 모델이다.
현대차는 다이나믹 드라이빙 시스템, 스포츠 버켓시트, 스마트 내비게이션 등 고급 사양이 적용된 i40 D-Spec 가격을 303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춰 7세대 골프 라인업 중 2990만원에 판매되는 1.6 TDI 모델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췄다.
현대차가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인 i40에 대한 50만원의 할인 프로모션까지 적용(2950만원)하면, i40 D-Spec이 7세대 골프 1.6 TDI보다 40만원 저렴해진다.
i40의 세단 버전인 i40 살룬 D-Spec 역시 2950만원에서 2920만원으로 30만원 인하했다. 50만원 할인을 적용하면 287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벨로스터 터보 D-Spec, 2000만원대 수입차 공세 방어 선봉
벨로스터 역시 i40와 마찬가지로 서스팬션과 핸들링을 강화해 드라이빙 성능을 부각시킨 터보 D-Spec 모델이 가격 인하 대상이다.
이는 최근 젊은 구매층이 2000만원대 소형 수입차로 이동하는 추세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폭스바겐코리아가 2490만원짜리 단일 트림으로 내놓은 소형 해치백 폴로는 크고 편안한 차체보다는 운전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운전자에게 어필하며 벨로스터와 같이 저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국산 차종에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1.6 터보 GDi 엔진, 다이나믹 드라이빙 시스템, 스포츠 브레이크 등 특화 사양이 적용된 벨로스터 터보 D-Spec 모델의 가격을 기존 2160만원에서 2130만원으로 30만원 인하하며 수입 소형차와 가격차를 벌렸다.
다만, 이는 수동변속기 기준 가격으로, 150만원짜리 자동변속기를 추가하면 가격은 인하 후에도 2280만원이 된다.
‘폼나는 옵션’ 파노라마 선루프도 10만원 인하
현대차는 이들 4개 차종에 대한 가격인하와 함께 대표적인 ‘폼나는 옵션’인 파노라마 선루프 가격도 10만원 인하했다. 이는 수입차 상위 트림 대부분에 선루프가 기본으로 장착되며 ‘수입차 =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켜 준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파노라마 선루프 가격 인하가 적용되는 차종은 쏘나타, 쏘나타 하이브리드, i40, i40 살룬, 그랜저,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중대형차 7개 차종으로, 이번 가격 인하로 인해 장착 비용이 105만~115만원으로 낮아졌다.
최근 현대차 광고 중 빗물과 선루프를 소재로 한 쏘나타 광고가 인기를 끌며 파노라마 선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친 김에 선루프 가격을 낮춰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이번 가격인하 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주요 차종을 출시하면서 디자인을 개선하고 편의사양을 추가하면서도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하며 수입차로 떠나려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를 선보이며 기본형 모델 가격을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한 데 이어, 12월에는 2013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전 모델의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중대형 5개 차종 주요 모델(트림)의 가격을 22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낮춘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 취향과 선호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고객들의 꾸준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착한 가격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착한 가격 정책을 보다 많은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기반한 다양한 신모델을 출시하는 등 고객 만족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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