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27 전승절’에 20년만에 전투기 출격?
1992년 이후 추락사고 이후 중단…이번엔 군사력 과시위해 복원
정전 60주년을 맞아 북한이 기념하는 ‘전승절’에 역대 최대의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승절의 주요 행사인 열병식 연습에 동원된 병력만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 1992년 이후 중단됐던 전투기 출격 퍼레이드까지 계획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전승절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에 미사일과 탱크는 물론 전투기까지 포함해서 훈련하고 있다”며 “1992년 4월15일 김일성 생일 기념행사 중에 발생한 전투기 추락사고 이후 중단됐던 전투기 출격이 복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원래 ‘꺾어지는 해(5주년과 10주년)’를 중요시하는데다가 이번 전승절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처음인 만큼 이전보다 큰 규모의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열병식에 이어 무력시위로 불리는 군사 퍼레이드까지 열어서 미사일을 비롯한 최신 무기를 선보이는 것으로 군사력과 국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전투기 퍼레이드까지 준비하느라 이미 공군 2·3사단이 참여하는 훈련이 순천비행장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여러 편대의 전투기가 출격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대개 한개 편대에 전투기가 4~5대로 구성되니까 이번에 십수기의 전투기가 퍼레이드에 동원될 수 있다”고 했다.
군인들이 10명씩 줄을 맞춰 행진하는 열병식에 참가할 인원 역시 이미 평양시 미림여관에 집결해 있다고 한다. 열병식 훈련은 주로 평양시 3대혁명전시관 앞이나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되어왔다.
소식통은 “평양시에 10년 전에 완공된 미림여관은 5만명 이상도 수용 가능할 정도로 대규모로 지어졌으며, 열병식이 예정되면 참가 인원은 6개월 전부터 이곳에 묵으면서 고된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이 한번 시작되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열병식 준비가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것 외에도 더욱 특이한 것은 참가 인원들이 행사 하루 전날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행사가 거행될 현장의 자기 위치에서 밤을 지새는 것이다. 이때 대기하는 열병식 대열은 김일성광장 입구에서 모란봉 건너까지 이어진다.
소식통은 “열병식 주요 구성원인 군인들은 물론 군인들이 행진하면서 빠져나갈 광장을 메울 주민들이 전날 밤부터 행사 시작 위치에서 밤을 샌다. 행사 당일 아침에도 군인들에게는 배급이 나가지만 일반 주민들은 직접 비닐봉지에 주먹법을 싸가지고 가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승절 행사는 7월27일 오전10시부터 김정은 만세환영으로 시작된다. 이후 부총참모장의 열병보고가 있고, 총정치국장의 전승경축보고로 이어지지만, 소식통은 “이번에 총정치국장 대신 김정은이 직접 전승경축보고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군사 퍼레이드는 열병식으로 시작돼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선보이는 무력시위에 이어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벌이는 연도환영행사 순으로 진행돼 오후3시쯤에 끝이 난다.
이번에 북한은 전승절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CNN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사와 NHK 등 일본의 신문, 방송사 여러 곳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승절을 계기로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면서 김정은이 외신과 직접 인터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개축공사 중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승기념관)을 전승절에 맞춰 열 계획이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전승기념관 개축공사 현장을 7차례나 현지지도하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북한이 반미 정신의 상징으로 선전해온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號)도 기존에 있던 대동강변에서 전승기념관이 있는 보통강변으로 옮겨져 전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6·25 전쟁 전사자들이 안치된 인민군 열사묘 개축공사도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인민군 열사들의 영웅적 위훈을 빛내기 위해 건설되고 있는 인민군 열사묘가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며 “평양은 물론 전국의 도, 시, 군들에서도 해당 지역에 있는 인민군 열사묘를 개건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전승절에는 김일성화(花)·김정일화 전시회도 전례없는 큰 규모로 열릴 것”이라고 중앙통신이 보도했으며, 이달 22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도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올해 아리랑 공연은 전례없이 김일성 주석의 영상과 육성녹음을 들려주는 등 각종 특수효과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매년 전승절을 기념하면서 ‘창건된 지 3년도 안되는 군대로 미국을 비롯한 16개 연합군을 맞아 싸워 이겼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게다가 이번에 전승절 기념행사를 더욱 거창하게 계획하는 것을 보니 ‘정전’이 아닌 ‘전승’에 초점을 맞춰 6.25전쟁을 자신들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