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대차 철탑농성자 월급이 1800만원이라고?


입력 2013.07.29 11:03 수정 2013.07.30 18:03        박영국 기자

<기자의 눈>현대차 대상 13억원대 소송…철탑농성 배경, '명분' 보다 '실리' 의심

사방이 뚫려있고, 누울 공간도 충분치 않고, 음식은 밑으로부터 공급받아 겨우 해결해야 하는 23m 높이의 철탑에서 9개월 이상 생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고난이다. 이런 고난을 ‘대의’를 위해 감내하는 이가 있다면 그 행위에 ‘숭고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들 반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천의봉 사무국장과 현대자 비정규직 출신 최병승씨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내 송전탑. ⓒ연합뉴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가가 매달 1800만원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꿈꾸기도 힘든 거액의 월급을 받는 조건이라면 많은 이들이 ‘그런 고생도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철탑농성 중인 현대차 사내하도급 업체 출신 근로자 최병승 씨가 13억3500만원 규모의 임금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 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소송'에 대한 청구취지 변경 신청을 지난해 6월 제기하면서 자신이 현대차 정규직이라면 받았을 임금을 모두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13억3500만원이라는 금액은 최 씨가 현대차 사내하도급 업체로부터 해고된 2005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현대차 정규직이라면 받았을 임금을 계산한 것이다. 이는 해당 기간인 89개월로 나눠도 월급 150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연봉으로는 1억8000만원이다.

게다가 최 씨는 향후 복직시까지 매월 1800여만원의 임금지급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현 상황에서 복직 거부는 최 씨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복직 거부 기간동안의 임금도 요구한 것이다.

사실 최 씨는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제조업 최상급 연봉을 자랑하는 현대차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과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현대차가 올 초 최 씨를 정규직으로 발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씨는 아직도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적어도 예전에는 ‘혼자만 살지 않고 다른 사내하도급 근로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거액의 임금소송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 씨의 의도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다고는 하지만, 평균 월급 8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최 씨의 근무연차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낮아진다.

그런데 최 씨가 과거 부당해고 기간에 받았어야 할 임금이라고 주장하는 월급은 1500만원이다. 여기에 앞으로 복직시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월급은 1800만원이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상 조항에는 ‘부당징계 판명시 출근시 당연히 받았어야 할 임금은 물론 해고 기간에 대해 평균임금 200%를 즉시 가산 지급’이라는 내용이 있다. 최 씨가 임금청구소송에서 주장한 금액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임금청구소송에서 승소하기만 한다면 최 씨는 10억원대의 ‘목돈’을 쥘 수 있음은 물론, 앞으로도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며 받는 월급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을 매달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어떤 행위를 뒷받침하는 ‘명분’이 아무리 좋다 한들 그 뒤에 숨겨진 ‘실리’가 너무 먹음직스러우면 행위자의 의도가 의심되기 마련이다. 로또 수익금의 상당부분이 사회공헌에 사용된다지만, 사람들이 사회공헌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로또를 구매한다고 볼 수 없듯이 말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자의 투쟁’과 ‘월급 1800만원’이라는 금액과의 괴리감은 너무 크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