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입 연 '병풍' 김대업 "회담록에 큰일날 내용"
<인터뷰>"운동권 386들이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나를 국조에 불러달라 친노들 표정 보고 싶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공동어로구역과 관련한 발언 때문에 회담록을 통째로 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봤을 때 이거는 아니구나 하는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논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진위,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등 과거의 일에 발목이 잡힌 정치상황에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바로 2002년 대선판을 뒤흔든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 씨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해 12월 9일 ‘데일리안’을 통해 10여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던 김씨는 “답답한 마음”에 지난 6일 다시 ‘데일리안’과 만났다. 그는 3시간여 동안 ‘사초 실종’ 사건과 국정원 국조,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짚어 내려갔다.
특히 그는 ‘사초 실종’과 관련, 폐기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더 방점을 뒀다.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의 거침없는 말투와 참여정부 당시 운동권 출신 386들의 사고 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386들은 미국을 적대적으로 생각한다. 온갖 집회에 가면 미군 타도, 미국 타도를 외치는데 ‘타도’라는 말은 적에게나 하는 말 아닌가”라면서 “정상회담 중에 김정일이 미군 철수를 끊임없이 주장했을 것이고 예를 들어 노 전 대통령도 비슷한 표현으로 응답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워낙 지르고 보는 성격인데다가 이번에 공개된 회담록을 보면 상당히 저자세에서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 것으로 봤을 때 무엇인가 국민들이 들었을 때 곤란한 내용, 국민들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회담록을 통째로 안넘길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게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고 386들도 상당히 큰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는 기록물이 없어졌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386 본인들로 봐서는) 당연한 표현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내용이 있어 혹시 알려지게 되면 ‘친북’이나 ‘종북’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그는 “내용 중에 일부 종북세력, 반미세력과 관련이 있으며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친노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지금은 밝힐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내용은 잠시 보류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초 실종’과 관련해 그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 당시의 비서관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문 의원에 대해서는 “문재인 의원의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단초가 된 것 아닌가”라며 “당시에 NLL 포기라면 정치를 은퇴하겠다고까지 했는데 회의록이 실종됐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NLL 발언이 문제가 아니고 회의록이 없어진 게 더 큰 문제”라며 “회의록 안에 NLL 발언이 있는 것인데 그 회의록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하는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교묘하게 빠져 나가려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그는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결국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포기’라는 단어가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문맥을 봐야 한다”며 “시험을 칠 때도 전체 문맥을 보고 이게 뜻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하지 단지 단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개혁해야 할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 말할 자격 있는가”
그는 ‘사초 실종’뿐 아니라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문제 하나로 민주당은 국정원을 범죄 집단화한다”며 “어느 나라가 국가의 정보를 다루는 최고 기관을 매도하는 정치집단이 있는가. 만약 미국이나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 미국의 경우 하원, 상원을 거쳐 거기서 정보기관을 불러 그 부분만 집중 추구하는데 지금 국정조사는 국정원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국정원 직원들은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며 명예를 긍지로 갖고 산다. 만약 문제가 있더라도 아마 국정원 원장의 지시가 아니라 직원 개인이 자신의 출세 지향을 위해 그럴 수도 있다”면서 “여직원 댓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매관매수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그는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당을 개혁하고 정치를 개혁하겠다며 김한길 대표 체제로 출발했지만 그 이후 달라진 게 뭐가 있는가. 개혁을 해야 할 주체가 마치 자기가 개혁을 만드는 자로 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원이 일부 소수를 갖고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국정원 전체가 매도당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의 재판이 끝나봐야 유·무죄를 알 수 있다는 그는 “대부분 판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국정원 국조를 보면 마치 범죄인으로, 범죄집단으로 취급한다”며 “국회의원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왜 범죄인 다루듯 하느냐고 하면서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국정원 국조를 민주당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이슈를 다른 데로 돌리는 모양새라며 “국조에 참석한 의원들을 보면 스타가 되려고 저질스런 질문을 하고 국정원 범죄 일람표를 만들어 방송에 흔드는 등 쇼맨십을 한다”며 “이제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 대해 호응하지 않는다. 장외 투쟁도 그렇다. 여론조사 보니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는가”라고 비꼬았다.
“국정원 국조에 나를 불러봐라, 참여정부 탄생을 보면 ‘공작’ 운운할 수 없을 것”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그는 ‘선동정치’라고 규정한 뒤 “이런 선동정치를 잘하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면서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뛰쳐 나올까봐 끊임없이 선동정치를 한다. 그런 정치를 왜 남한에서 하느냐. 그러니까 종북이다 친북이다 별별 소리를 다 듣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같은 ‘선동정치’식 장외투쟁을 하는 배경에는 친노체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들로부터 NLL 논란이 시작되고 국정원 국조까지 이뤄진 것”이라며 “친노는 얻을 것만 얻고,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와 당이 욕을 먹게 만드는, 그야말로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장 피해자는 김한길 대표다. 선의의 피해자”라며 “민주당은 친노에 의해서 스스로 궤멸될 것이다. 아직도 터질 게 많다”고 친노를 향한 극심한 불신을 내보였다.
또한 그는 “민주당이 저렇게 장외투쟁을 한다면 국회 안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이나 민주당 당사를 차라리 양노원에 기증하든지 아니면 들어와서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 비워놓고 있는 모습 자체가 창피하다. 부부싸움도 집에서 하듯 여야가 끝장을 보고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장외로 나가면 그 돈은 또 다 어디서 나오겠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민주당의 이러한 국정원 국조와 장외투쟁이 대선불복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간접적으로 대선에 불복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회적으로 국조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일을 꺼집어낸 것”이라고 했다.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던 그는 ‘대선불복’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목소리 톤이 급작스럽게 높아졌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힘 없는 사람들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정치인들은 인정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데 그거야 말로 ‘초특급 갑’이 아니냐”면서 “민주당에, 특히 친노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국정조사에 나를 한번 불렀으면 좋겠다. 아마 한마디도 못할 것이다. 참여정부 탄생 당시를 생각하면 과연 ‘공작’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낯으로 쳐다볼지 보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친노들이 도의적 책임을 가지려면 ‘대선불복’이라는 말을 써서도 안되고 ‘공작’이라는 말을 써도 안된다. 자숙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왜 지금 시기에 인터뷰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답하다. 말 못하는 몇가지가 있는데 답답해서 그렇다”며 “그러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이야기 하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기록된 국민들이 듣기 곤란한 게 무엇인지 예상되는 내용과 지난 2002년 대선 당선사례금, 장수천 채무변제 과정에 관련된 횡령비리, 그리고 노무현 재단의 후원금 관련 문제 등 반드시 공개할 것이다. 그 내용에 대해 친노들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