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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왜 같은 돈을 받아야 하나"


입력 2013.08.13 14:45 수정 2013.08.13 14:57        박영국 기자

현대차 임단협이 전체 계열사 노조 요구사항 기준점…현대차그룹 골머리

(위)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6월 25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투쟁을 위한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2010년 7월 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의 '임·단협 교섭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이 요원해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차를 비롯한 전체 계열사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차의 노사 협상 내용이 그룹 전체 계열사 노조 임단협 요구사항에 있어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3일 현대차그룹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단협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간 힘겨루기는 추석 연휴를 넘겨 10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6일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3일 오전 8시부터 전체 조합원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며, 개표 결과는 14일 새벽에나 나올 예정이지만 가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현대차 노조가 진행한 임단협 관련 파업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사례는 전무했다.

일단 파업이 실시되면 8월 중에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을 꾸리긴 힘들어진다.

이날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뒤에도 19일 중노위의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만큼, 실제 파업이 실시되면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에 대한 노사간 절충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파업으로 교섭 재개가 미뤄지면 최종 타결 시점은 추석 연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9월 말~10월 초로 예정된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도 임단협 교섭에 있어 큰 변수 중 하나다. 2년에 한 번씩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국장을 런닝 메이트 방식으로 선출하는 집행부 선거가 이번 추석 연휴 이후로 예정돼 있다.

일단 현 노조 집행부는 선거 이전에 임단협을 타결하는 게 유리하다. 재집권을 위해 ‘임단협 타결’이라는 성과를 조합원들에게 내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결된 내용에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요구사항이 담겨 있지 않을 경우 오히려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선거 이전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수용된 상황에서 임단협이 타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교섭을 결렬시키고 파업을 통해 집행부 선거 경쟁자들과의 정쟁에서 우세를 점하는 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집행부가 교체될 경우 사측은 새로운 협상 파트너와 원점에서 교섭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대의원 선거에서 기존 집행부가 연임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측은 이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현대차 임단협 체결이 지연되면서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임단협 체결은 더욱 미뤄지게 됐다. 기아차 등 다른 계열사 노조들이 ‘형님’ 격인 현대차의 노사 교섭 진행 상황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내 한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기업 규모나 매출액, 조업 특성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임단협 내용이 모든 계열사들의 노사 교섭 기준점이 된다”며,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기업 규모별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로템 등도 상위 기업에 준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과정에서 노조측은 자사의 현실은 무시하고 상위 기업 노조가 받는 대우를 언급하며 사측을 압박한다”며, “이를테면 현대위아의 눈높이는 현대모비스고, 현대로템의 눈높이는 현대위아에 맞춰져 있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측 입장에서는 ‘첫 단추’인 현대차 노조와의 협상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자칫 파업 등의 압박에 밀려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다가는 다른 계열사 노조들도 줄줄이 같은 요구안을 들고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이같은 노사 문화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들은 물론, 주력인 완성차 계열사들끼리도 임단협이 서로 연관 지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엄연히 다른 회사고, 두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다르다”며, “100원의 이익을 낸 회사의 직원이 200원의 이익을 낸 회사 직원과 같은 폭의 임금인상과, 같은 금액의 상여금을 요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8조4369억원이었던 반면,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3조5222억원으로 현대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직원 평균 연봉은 현대차가 9400만원, 기아차가 91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퇴직금 누진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이만큼 벌었으니 직원들에게 이만큼 분배하라는 식의 요구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회사가 번 돈은 적더라도 저쪽이 저만큼 받으니 우리도 저만큼 받아야겠다는 건 명분이 없다”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기준으로 삼는 임단협 교섭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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