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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가격이 비싼 이유가 있었네"


입력 2013.08.16 14:10 수정 2013.08.16 15:34        박영국 기자

<기자의 눈>"현대차 노조 과도한 임금 요구로 자동차 가격 비싸져" 소비자 비난

(왼쪽)지난 6월 25일 '2013 임단투 출정식 및 공동현장조직위원회 발대식' 장면(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아반떼.ⓒ데일리안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 노동계는 ‘사측의 횡포’라며 회사를 욕하고, 소비자들은 회사가 노조에 끌려 다니며 고임금을 주느라 차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고 회사를 욕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따름이죠.”

현대자동차 한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 소비자 간의 역학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가 이른바 ‘귀족노조의 횡포’를 부리는 게 회사측 잘못도 아닌데 같이 싸잡아 욕을 먹고 기업 이미지 손상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하소연이다.

이같은 발언이 단지 사측 입장에서 노조에 흠집을 내기 위해 지어낸 게 아니라는 것은 일반 국민 정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기자가 작성한 현대차 노조 임단협 요구안 관련 기사(7월 12일자 '재수지원금 들어보셨나요?' 현대차 노조 황당 요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자.

“차 값이 괜히 비싼 게 아니야. 현대차 귀족노조를 위해 소비자에게 차 값 바가지 씌우는 게 당연한 거고, 빨리 개방돼서 귀족노조도 없어져야 된다.”(네이버 아이디 jsk6****)

“현대차 더 싸질 수도 있었는데 노조 뒷바라지하느라고 그랬구만. 노조 때문에 우리들만 차 비싸게 샀네. 결국 지들 잘 살기 위해서 우리 같은 서민들 등골 뽑는 노조. 각성해야 될 거 같은데”(네이버 아이디 3857****)

“현대차 불매운동 시작합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전부 폐쇄하고 노조 해체시켜라.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 벌입시다.”(네이버 아이디 quee****)

“부럽다. 땡깡 부려도 돈 많이 주고. 너희들은 노조가 아니고 천국회원들이다. 노조천국 부럽다. 난 절대 현대차 기아차는 안 산다.”(네이버 아이디 roma****)

대부분 현대차 귀족 노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싼 자동차 가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고, 현대차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상당수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과도한 요구를 해대며 파업을 일삼는 노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사실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요구 사항에는 서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기존 연봉이 9400만원에 달하는데, 올해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에,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800%를 요구했다. 통상임금의 750%가 지급됐던 지난해보다 50%포인트 오른 금액이다.

또, 2012년 당기순이익 5조2734억원의 30% 지급도 요구했다. 이를 조합원 수로 나누면 1인당 32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이 밖에도 75개 요구안, 총 180개 세부항목에 달하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줄 경우 1인당 평균연봉은 2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서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단지 ‘과도한 금액’ 뿐만이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자녀가 있을 경우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이른바 ‘재수지원금(정식 명칭은 대학 미진학자녀 취업지원 기술취득지원금)’과 같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현대차 노조의 행태는 당장 자녀 학자금 걱정이 태산인 서민들로 하여금 “내가 왜 현대차를 비싸게 사서 현대차 근로자 자녀의 재수지원금까지 대줘야 하나”라는 회의감까지 들게 만든다.

이미 대한민국의 현대차 구매자들은 현대차 노조원 자녀 세 명의 중·고·대학교 학자금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자신의 자녀는 빚을 내서 대학에 보낼지언정 말이다.

의문이 드는 것은 이같은 현대차 노조의 행태에 동조하는 노동계의 움직임이다.

노동운동은 ‘명분’이 분명해야한다. 진심이건 가식이건, 사측의 횡포와 착취에 대항하는 그림이 그려져야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500만원 조금 넘는 나라에서 연봉 1억에 육박하는 이들이 연봉 2억을 달라고 투쟁하는 건 아무리 포장해도 명분이 안 선다.

이런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함께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면 노동계 전체의 ‘투쟁’ 이미지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민주노총 최대 조합원을 보유하고, 가장 많은 조합비를 내는 현대차 노조의 노동계 내에서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귀족노조’ 때문에 자칫 ‘서민노조’까지 싸잡아 비난받을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오랜 기간 노동운동에 몸담아 온 중견기업 노조 한 관계자는 “현대차 조합원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이미 대중에게 인식된 현대차 노조 전체의 귀족노조 이미지는 전체 노동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고,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흔히 공기업에서 임직원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 나눠먹기로 해당 공기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소식이 들리면 국민들은 분노한다. 공기업은 국가의 소유이자 국민의 소유니, 공기업에 손실이 가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과도한 임금 부담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인 대중에게도 피해가 간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책무 중 하나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서는 안된다. 과욕이 소비자의 외면을 부른다면 노사의 공멸은 불 보듯 뻔하다.

기자는 현대차 근로자 자녀의 재수 비용까지 지원해줄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150만 노동자, 그리고 노조조차 설립하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의 노동자는 물론, 다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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