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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현대차노조, 귀족을 넘어 황제로 등극?


입력 2013.08.27 10:31 수정 2013.08.27 12:18        이충재 기자

성과급 30% 등 무리한 요구에 국민들 분노 확산

"연봉 1억 노조가 '진짜 노동자' 앞에서 할말이냐!"

현대자동차 노조의 부분파업과 주말특근거부가 이어지면서 26일 현대자동차 수출부두 야적장 곳곳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기사추가 : 2013.08.27.11:51]

“현대차 노조들, 너희들이 국민을 봉으로 아는구나!”
“연봉1억 노조가 ‘진짜 노동자’ 앞에서 할 말이냐!”


현대기아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네티즌들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현대차노조, 엄청난 월급을 받고도 욕심이 배 밖에까지 튀어나와 나라경제를 위협하는구나”였다. 이 글에 공감버튼을 누른 네티즌이 5000명에 달했다. ‘현대기아차 누수 결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에도 ‘판매량’과 ‘해외실적’ 기사에도 노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를 둘러싸고 파생된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이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이게 다 노무현-이명박 때문이다’는 댓글문화와 맞닿는 코드가 있다. 당시 날씨가 안 좋아도, 차량 연속추돌사고가 발생해도, 경제가 안 좋아도 ‘000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종의 놀이로 확산됐다. 현대차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깔때기를 통과한 물처럼 ‘이게 다 노조 때문이다’는 입구 좁은 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현대차 노조가 민심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특징은 지역, 세대, 이념 등을 뛰어넘어 목소리가 일원화 된다는 점이다. 대형이슈를 두고 온라인 여론이 비난의 한 결로 이뤄지는 것은 ‘일본 정치인의 망언’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현대차 노조가 민족성을 건드리는 사안도 아니다. 좌우진영 모두 비난의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망라됐다. 노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파업을 일삼지만, ‘갑’ 노릇을 하며 경영권 침범, 채용특혜, 고용세습 등 귀족주의의 대표 속성도 갖췄다. 오유(오늘의 유머)나 일베(일간 베스트)같은 대척점에 선 커뮤니티에서 공동타깃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차에 쌓인 불만 '귀족노조'로 폭발?

한발 물러서서 보면 현대차는 최근 누수결함, 가격논란 등을 겪으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대차 안사고, 수입차 사겠다’는 ‘절차(絶車)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용 차량이 수출용보다 옵션과 가격에서 차이가 크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해외소비자와 국내소비자의 서비스 수준 역시 다르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며 쌓인 불신이 포화 상태다.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아느냐”는 원성과 울분이다.

그렇다면 왜 민심의 타깃은 노조를 향한 것일까. 현대차 경영진은 상대적으로 비판의 화살에서 비켜섰다. 노조가 경영진을 주무르는 ‘갑’의 모습을 보여준 지 오래였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2년째 파업을 해 총 13조3730억원의 손실을 냈다. 총 파업일수는 중간에 낀 휴일을 빼고도 382일에 달한다. 노조가 장기 파업으로 공장을 마비시키면, 버티다 못한 회사측이 결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타협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동안 국민들 뇌리 속엔 파업을 일삼는 현대차노조가 제조업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장면이 ‘귀족노조’라는 말로 각인됐다.

노조가 노동자를 우롱…"1억이 모자라 더 달라는 것이냐"

‘귀족노조’라는 표현이 자칫 노조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노조는 자신들이 귀족노조로 불리는 것은 경영진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족쇄이고 낙인찍기라고 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한국의 기본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고, OECD 평균은 1749시간인데, 현대차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은 2443시간으로 살인적”이라고 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은홍기 정책실장은 “1억원을 벌기 위해 잔업 등 기형적인 구조에 내몰려있다는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현대차노조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연봉이 3000만~5000만원 수준인 부품업체 입장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는 연봉의 차이만큼 컸다. “연봉 1억원이 모자라 더 달라는 것이냐”, “귀족노조가 국민 등골 빨고 있다”는 비판은 그나마 순화된 표현이다. 이들의 모습을 ‘돈 없다며 추징금을 안내고 버티는 전직 대통령’에 비견한 발언에 공감이 쏟아질 정도다.

여론의 포화 속에서도 현대차노조는 또 다시 공장을 멈춰 세웠다. 이번에 노조는 임금인상에 노조 간부 면책특권 부여, 순이익의 30%(1인당 성과급 약 3400만원)성과급 지급, 정년 61세로 연장,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 원 지급 등 180여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노조가 귀족을 넘어 황제로 등극하려 한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뿔난 민심 "성장 과실은 노조가 아닌 소비자에 돌아가야"

특히 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논란이 된 항목은 ‘순이익의 30%성과급 지급’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총 5조273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를 노조가 전체 파이에서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차를 사야지’라며 애국심으로 H엠블럼을 찾았던 소비자들에게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터졌다. “5조는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사준 덕분이지, 네들 몫이 아니다.”

그동안 현대차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워준 것은 노조가 아닌 ‘미우나고우나’ 현대차를 선택한 국내 소비자들이었고, 이젠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민 손으로 키운 현대차에 열린 열매는 ‘소비자 몫’이라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노조 이야기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흘러나왔다. 26일 서울 시청 앞에서 120다산콜센터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자리 옆에선 공무원들이 ‘노조의 정의’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었다. “공무원노조도 현대차처럼은 못해.”, “여기는 을인데, 거기가 진짜 갑이야.”…. 공무원의 눈높이에서도 현대차노조는 별천지, ‘갑’으로 통했다.

공무원도 혀 내두른 '갑(甲) 중 갑'…"거기가 진짜 갑이야"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왜 국민들이 그들을 귀족노조라고 부르는지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과 다른 노동자들의 지지를 못 받는 노조는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현대차노조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선 “그동안 노조가 보여준 행태를 소리 없이 지켜보던 국민들의 분노가 하나씩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기침체 속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이 이번 파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는 노조가 상반기 중 12주간 주말 특근 거부와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부분파업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 대수가 24일까지 총 9만8000여대에 이르고, 2조20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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