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스파크EV, 기아차·르노삼성 전기차 '압도'
레이EV 대비 최대토크 3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1.5배…비싼 가격 핸디캡
한국지엠의 스파크EV 출시로 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순수전기차는 기아자동차의 레이EV와 르노삼성의 SM3 Z.E. 등 2종으로 여기에 스파크EV가 가세하며 전기차 경쟁이 3파전으로 확대됐다.
27일 인천 서구 원창동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스파크EV는 오는 9월 양산에 들어가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원상 스파크EV의 동력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고출력은 143마력(105kW)으로 같은 경차급 전기차인 레이EV(68마력, 50kW)의 2배 이상이며, 상위 차급인 준중형 전기차 SM3 Z.E.(95마력, 70kW)보다도 월등하다.
최대토크는 거의 ‘괴물’ 급이다. 무려 57.4kg·m에 달하는 스파크EV의 최대토크는 레이EV(17.0kg·m)의 3배, SM3 Z.E.의 2배 이상이다.
고배기량의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가솔린 차량 중에서는 국산 승용차 중 최고 배기량인 5000cc 8기통 엔진을 얹은 에쿠스(52.0kg.m)보다도 높고, 엔진 특성상 토크가 높은 디젤 차량과 비교해도 3000cc 6기통 엔진을 얹은 대형 SUV 베라크루즈(48.0kg.m)를 압도한다.
이처럼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바탕으로 제로백(0→100km)은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8.5초에 불과하다. 레이EV(15.9초)와 SM3 Z.E.(11.5초)보다 월등하다.
전기차의 토크를 좌우하는 것은 감속기다. 내연기관 엔진처럼 배기량을 높이거나 터보차저를 달아 토크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전기모터에서 수만 kg.m의 토크가 발생하고, 이를 감속기를 이용해 실용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즉, 전기차에서 출력이나 토크가 높은 것은 기술력의 우위를 증명한다기보다는 일반 차량의 ‘연비’에 해당하는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와 동력성능을 어느 정도 절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병직 한국지엠 기술연구소 상무는 “전기차라고 해서 천천히 굴러만 가는 게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 못지않은 운전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며, “차량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토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출력과 토크를 높이느라 주행가능거리를 일부 희생했음에도 불구, 스파크EV는 1회 충전시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스파크EV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135km로, 레이EV(91km)보다 50%가량 길고, SM3 Z.E.(123km)보다도 앞선다.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좌우하는 것은 공차중량과 회생제동시스템(감속·제동시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충전하는 기능)의 효율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스파크EV의 배터리 용량은 21.4kWh로 SM3 Z.E.(24.0kWh)보다는 못하지만 레이EV(16.4kWh)보다는 크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상당히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려면 배터리 장착 공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크EV가 레이EV보다 배터리 용량이 훨씬 크고, SM3 Z.E.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SM3 Z.E.의 경우 차급이 준중형이라 스파크EV보다 훨씬 큰데다, 가솔린 모델보다 길이를 13cm나 늘려 충분한 배터리 공간을 확보했다. 레이EV는 경차지만, 박스형 차체로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높은 전고를 활용해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했다.
반면, 스파크EV는 차급도 경차고 공간 확보도 힘든 형태다. 이같은 핸디캡을 안고도 높은 배터리 용량을 확보한 부분은 높게 평가해 줄 만하다.
스파크EV 배터리 장착 위치는 뒷좌석 밑과 트렁크 하단으로, 차체 사이즈를 변형시키지도 않았고, 트렁크 공간도 일부만 점유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동력성능이나 1회충전 주행가능거리 등에서 스파크EV는 경쟁 전기차들을 압도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충전 인프라와 함께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게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가격이다.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일반 소비자에게 전기차 가격은 비싸다.
더구나, 스파크EV는 가격 경쟁력에서만큼은 다른 전기차보다 떨어진다. 판매가격은 3390만원이며,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제주도 기준 800만원)을 최대한 반영해도 1690만원에 달한다. 경차로서는 비싼 가격이다.
기아차는 레이EV의 가격을 3500만원까지 낮출 방침이다. 보조금을 반영하면 가격은 1200만원까지 떨어지며, 여기에 세제혜택(개별소비세·교육세·부가가치세)까지 더하면 가솔린 레이보다 오히려 가격이 더 싸진다.
SM3 Z.E.는 판매가격 4500만원에, 보조금 반영 가격은 2200만원이다. 스파크EV보다 500만원가량 비싸지만, 차급이 두 단계나 높다. 가솔린 차량에서 경차와 준중형차간 가격 차이는 이보다 크다.
결과적으로, 경형 전기차인 스파크EV는 동급 경쟁차보다는 500만원 비싸고, 두 차급 위인 준중형 전기차보다는 가격차를 500만원밖에 벌리지 못한 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